[염우의 환경이야기]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생양충완'
[염우의 환경이야기]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생양충완'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01.0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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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시종 충북도지사 공약이행 촉구 도민 160만배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한 달 전 쯤 충북도청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12월 31일 밤, 충북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행사에 초대받은 적은 있지만 타종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은 처음이다.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하니 환경활동가를 다 부르는구나 생각하며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얼마 전 다시 전화가 왔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행사를 취소했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새해맞이 기념행사를 천년대종을 타종하는 것으로 펼쳐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이 이시종 도지사의 임기 중 마지막 타종행사가 되었을 것이었다. 문득 새해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시종 도지사는 민선 5, 6, 7기에 거쳐 무려 12년 동안 충북도정을 이끌고 있다. 내년 6월이면 삼선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도민들에게 새겨진 그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길었던 임기만큼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선거의 달인, 관료형 단체장 등 다양한 평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느낀 이미지는 두 가지다. 그 중 하나는 근면하고 검소한 선비의 이미지다. 실제로 칼국수나 청국장을 즐겨먹고 해장국 회동을 자주하며 매우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 환경단체 대표들과 닭볶음탕집에서 오찬간담회를 했는데 꽤 특별한 메뉴였다고 할 정도이다. 새벽과 저녁, 주말을 불문하며 일하는 스타일로 워커홀릭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공무원들은 힘들지 몰라도 도민들의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캐릭터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형적인 개발성장주의자 이미지다. 도정운영의 방향을 경제성장과 투자유치에 집중해 온 까닭이다. 4% 경제, 영충호와 강호축이라는 키워드 속에 잘 나타난다. 특별히 산업단지 조성과 기반시설 유치에 열성적이었다. 국비확보를 위해서는 정부부처의 실무부서를 찾아가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영충호’는 달라진 인구나 위상에 맞게 영호남 사이에서 충청의 역할론을 부각시킨 개념이다. ‘강호축’은 국가발전의 새로운 축이자 국토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개념으로 정착하였다. 모두 이시종지사가 부각시켜 낸 신조어들이다. 충북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 일변도 정책은 다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환경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지속가능발전의 장애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이시종지사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지방선거 무렵이다. 선거 때가 되면 시민사회는 후보들을 대상으로 정책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그 무렵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또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보편적 복지 개념이 확산되며 친환경 무상급식 의제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010충북유권자희망연대를 결성하여 지방선거 후보들을 대상으로 정책 제안과 질의를 넘어 정책 협약 체결이라는 좀 더 진전된 활동을 전개하였다. 당시 정책대응의 실무 총괄을 내가 맡고 있었다.
  
'4대강사업 전면 재검토',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가 전국 차원의 공통이슈였다. 충북에서는 '세종시 원안 추진'을 더해 이 세 가지를 핵심 정책과제로 설정하였다. 또 한 축으로 환경·복지·여성·문화·자치분권 등 부문별로 정책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는데, 시민 선정단을 통해 이중 대표적인 과제를 선정하여 10대 주요 정책과제로 제안하였다. 3개의 핵심과제와 10대 정책과제에 동의하는 후보들과는 정책협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민주당 이시종 도지사 후보가 동의 답변서를 보내왔고, 충북유권자희망연대와 정책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민선5기 충청북도지사로 당선되었다.

민선 5기 출범 직후 충청북도는 4대강사업 공동검증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위원 구성단계부터 논란은 시작되었다. 찬반 양측으로 구성하였으며 시민사회 측 몇몇 환경활동가가 반대측 위원으로 포함되었다. 지방선거 때 정책협약을 총괄했던 나는 이후 4대강사업 반대 충북생명평화회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검증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였다. 하지만 검증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생각부터 달랐다. 시민사회는 전면 재검토를 통하여 불필요한 사업을 대거 정리하기 위한 절차로 제안했던 것인데, 충청북도는 시민사회를 설득하여 합의추진하기 위한 절차로 판단한 것이다.
 
검증위원회에서는 전체 379개 사업 중 325개 사업은 검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시민시회 쪽의 양보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4개월간 인내를 가지고 협의를 하였음에도 양보의 대가는 돌아오지 않았다. 쟁점이 된 54개 사업 중 쌍암저수지와 비룡담저수지 둑높이기사업은 농림식품부에 의해 사업이 취소되었다. 작천보 개량 사업만 부분적으로 조정되었다. 미호종개의 마지막 집단서식지를 수몰시키게 될 백곡저수지 둑높이기사업, 주민들이 음독을 하며 저항했던 궁저수지 둑높이기사업, 천혜의 하천 습지 내에 설치되는 무수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모두 원안대로 추진되었다. 379개 사업 중 376개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였으니 결코 전면 재검토하였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지종 지사가 언급했듯 ‘4대강사업을 클 틀에서 찬성한다’는 의지가 관철된 것이다. 결국 공동검증위원회는 합의결과가 아닌 다수의견으로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시민사회 측 위원들은 이에 반발하여 삭발을 하고 불복 선언을 하였다.
 
이후 충북생명평화회의는 충청도청 서문 앞에서 공약이행을 촉구하며 충북도민 160만배를 두 달 넘게 이어갔고 이시종 지사에 대한 불신임 선언을 하였다. 그 후로도 환경단체들은 대청호 유람선 재운항 논란, 구제역 매몰지 2차 오염발생, 청남대 대통령길 조성 등 연이은 현안에 치열하게 맞서고 충청북도와의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었다. 따라서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비전선포에도 동의할 수 없었고 충청북도지사 정책자문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시종지사와 환경단체 사이에 갈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충북도청에만 환경전담국이 없었고 환경단체들은 오래전부터 환경전담국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충북도청 정문 앞에 ‘충북에만 없는 것, 환경전담국’이라 표기된 대형 걸개를 게시하기도 하였다. 민선6기 말이었던 2018년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나는 두 번의 면담을 통해 환경전담국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이시종 지사는 흔쾌히 수용키로 하였다. 실무논의가 이루어 졌고 환경산림국이 신설되었다. 기후대기과와 환경협력팀, 미세먼지팀, 생활환경팀 등 3개의 팀이 만들어졌다. 이 무렵 문장대온천개발사업이 다시 추진되면서 민관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듯 했다. 이를 통해 관계개선의 계기가 형성되고 민관협력의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었다.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발전 과정도 이시종 지사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1998년 결정된 이후 오랫동안 관변기구 성격으로 존속되어 왔던 청풍명월21실천협의회가 민선5기에 변화를 시작하였다. 낙하산 인사 형태로 비춰지긴 하였으나 처음으로 사무처장이 바뀌었고 이를 계기로 시민사회와 환경단체 인사들이 전격 결합하게 되었다. 민선6기 이후 또 한 번 정무직 인사가 이루어질 뻔 했으나 시민사회 위원들이 제동을 걸었고 결국 공개채용 방식의 사무처장 인선이 실현되었다. 이후 명칭도 충청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개칭하게 되었으며 충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종합적 거버넌스로 위상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이시종지사 재직 12년 동안의 도정운영을 돌이켜 보면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부정적인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환경친화적인 도정운영을 펼쳤다고 긍정적 평가를 하기에는 궁색한 것도 사실이다.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민선 7기로 넘어오면서 환경분야에 대한 관심은 놀랍게 증가하였다. 일단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미세먼지 저감대책, 미호강 관리방안 등이 주요쟁점으로 부각되었다. 민선7기 출범 직후 충청북도는 환경단체와 대화와 협의를 통해 미세먼지 관련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미세먼지저감 민관합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또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였다. 문장대장대온천개발 문제는 민관이 합심하여 중단시켜냈다. 예기치 않은 이슈도 만들어졌다. 몇 년전 검토를 하다 중단되었던 우암산둘레길 조성사업에 이시종 지사가 다시 불을 붙였고 환경단체가 협력하며 현재 조성 중에 있다. 청남대 활성화와 관련하여 충청북도는 환경단체의 설득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건의를 중단하고 환경교육을 위한 리더십교육문화관 건립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최근 뉴딜사업 추진과 탄소중립 선언에도 동참하였다.
 
하지만 관심과 시도만으로 환경친화적 도정운영을 펼쳤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는 더욱 빠른 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제사회는 새로운 사회경제구조로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녹색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시대적 사명이 되었다. 모두가 내달리고 있는데 걸어간다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들 거꾸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돌아서서 분위기만 살피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마지막 반기를 앞두고 있는 이시종 지사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대립했던 도지사 보다는 환경문제에도 신경을 섰던 도지사로 남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당신을 위해서도 좋고 충북도민을 위해서도 좋고 인류와 환경을 위해서도 좋기 때문이다.

미호강 주민하천관리단 발대식.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세 가지만 건의하고자 한다. 반드시 지금 필요한 일이며, 방향을 잘못 잡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일이며, 지사님의 의지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들이다. 첫째 미호강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원한다면 추진방향에 관한 총의를 모아내기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계획수립에만 8억원 소요되고, 총사업비 65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둘째 충청북도 환경보전기금 운용방향의 수립이다. 지난 15년 동안 도민들에 대한 환경서비스를 유보해 가며 적립한 소중한 기금 400억원이다.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 환경활동가나 환경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시길 바란다. 셋째 탄소중립시대 범도민적 참여와 협력을 견인해 나갈 녹색전환네트워크(수평평적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정부나 지자체의 선언과 계획만으로 실현할 수 없다. 도민들이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하며 무수한 사회집단들의 자율적 실천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 시민사회와 함께 그 동력을 만들어내시길 바란다.
 
2021년 마지막 날, ‘생양충완(生陽忠完)’이라 적혀있는 도지사님의 연하장을 받았다. 2022년 새해를 여는 사자성어를 ‘생양충완’으로 정했다고 들었다. 2012년에 충북의 비전으로 제시했던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완성하는 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 멋진 비전이 그동안 생명의 가치와 태양의 의미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겨온 환경인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던 이유에 주목하시길 바란다. 새해 첫날, 임기 1/24을 남겨두고 계신 이시종 지사님께 드리는 환경활동가의 충심어린 인사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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