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열쇠는 의사소통... 시어머니가 더 좋아요^^"
"행복의 열쇠는 의사소통... 시어머니가 더 좋아요^^"
행복한 이웃-한국으로 귀화한 최혜란 씨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1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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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시작은 극적이지 않았다. 전혀 로맨틱하지도, 애틋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다. 남들처럼 화려하게 시작하지 못한 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최혜란(30. 사진) 씨의 하루하루는 행복과 보람으로 가득하다.

24일 오후 여성가족부가 위탁, 운영하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대전)에서 만난 최 씨는 한국어를 유창하

게 구사했다. “5살, 4살 두 아이 너무너무 예뻐요.(웃음) 남편요? 음~ 좀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고 세심해요. 그런데 저는 남편보다 시어머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남편보다 시어머니를 더 사랑한다니 무슨 말인가. “남편과 사이가 안 좋으세요?” “하하하~ 그게 아니고요, 어머님이 저를 딸처럼 대해주세요.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좀 답답했지만, 서로 계속 대화하고 이해해주니까 정말 친해졌어요.”

그랬다. 한국에 처음 시집와서는 “달걀 사와라”는 말과 “계란 사와라”는 말이 다른 줄 알았다. “어머님도 많이 답답하셨나 봐요. 어느 날 전화통화를 하시는데 “답답해 죽겠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부터 최 씨는 밤 새워 한국어 공부를 했다. 지금은 아이들 책도 읽어주고 조금은 부족하지만 단어 설명도 자신 있게 해준다. 무뚝뚝한 남편과는 서로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수준이 됐다.

한국행
최 씨의 본명은 크리스틴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버스로 7-8시간 떨어진 시골에서 8남매 중 4째 딸로 태어났다.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대학을 마치고 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25살 때인 2006년 8월 마닐라에서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중개업소의 소개로 현재 남편을 만났다.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있긴 했지만 한국 남자와 결혼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하루 만에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웃음)” 임신한 몸으로 그 해 12월까지 고향집에서 지냈다. 사실 걱정도 됐다. 그 때 가족들이 힘과 희망을 줬다. “남편도 저를 빨리 부르지 못해 힘들었었나 봐요. 다행히 2006년 12월 말 한국으로 들어와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게 됐어요.”

“제가 어려움이나 곤경에 처한 이주여성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연을 겪잖아요. 그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저는 참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다행(?)이었다. 남편과 시어머니 모두 최 씨를 많이 이해해줬다. 그녀가 머나먼 이국땅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데 밑바탕이 돼준 셈이다. 한국 생활이 드라마를 통해 상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100% 달랐지만 고향과 한국의 가족이 그녀에게는 큰 힘이 됐던 것이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짧지만 고향에도 다녀왔다.

이주여성을 돕다
최 씨는 대학을 마치고 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재원이다. 한국어도 독학으로 유창하게 구사한다. “밤새워 한국어 공부를 했어요. 그 힘이 행복한 한국생활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의사소통 문제가 이주여성들이 겪는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죠.” 2008년 12월부터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통역원 겸 상담사로 일을 시작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녀는 이주여성들이 가정 폭력 문제, 부부갈등,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등으로 곤경에 처한 모습에 자신의 일처럼 마음아파 한다. “한국에서는 부부싸움 중에 ‘나가라’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특히 필리핀 사람들은 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요. 문화적 차이죠. 의사소통의 문제이기도 하구요. 한국생활과 문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이주여성들은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녀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했다.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꿈꾼다면 한국 문화와 생활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받아야 해요. 또 행복한 가정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남편과 충분히 상의하고 공감한 후에 결혼을 결정해야 하기도 하구요. 막연하게 한국에 오면 ‘잘살 수 있다’, ‘돈 벌 수 있다’라는 생각만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녀의 말은 결혼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그리고 살짝 귀띔했다. “필리핀 여자들은 로맨틱한 남자를 좋아해요.(웃음) 남편한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는 거죠. 근데 한국 남자들은 거의 표현을 안 하죠. 이런 걸 서로 잘 모르면 갈등이 생기고 이혼하기 쉬운 거죠.”

한국 정부와 한국 사람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우리 같은 이주여성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에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해주세요. 한국 문화를 존중받고 싶으면 그들의 문화도 존중해 주세요.” 그녀는 “자기 부인을 도와주는 상담사에게 전화해 욕하고 막말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화도 많이 난다.”며 한심한 폭력 남편들을 향해 혀를 찼다.

행복의 열쇠
최 씨가 행복한 이유는 돈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남편과 서로 노력하고, 돕고, 이해하고, 대화를 하면 마음이 열리게 돼요.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의사소통이 잘 돼야 가능한 일이겠죠.” 그녀가 추천하는 행복의 열쇠는 ‘빨리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 귀화했다. 이름도 바꿨다. 한참 궁금한 게 많은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한국어 공부 더 하고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또 아직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필리핀에서 한국과 한국어 교육을 하고도 싶구요. 그게 제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될 거에요.”

“딸은 선생님, 아들은 파일럿이 됐으면 좋겠어요. 파일럿이 되면 엄마가 필리핀 가고 싶을 때 태워달라고...” 그녀의 꿈은 행복과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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