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시민이 지킨 일본 산간오지의 원앙도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시민이 지킨 일본 산간오지의 원앙도래지
일본 산간오지 마을의 기찻길 아래 원앙탐조대
시민들의 도토리 기부, 추운 겨울 '원앙우동'을 먹는 소확행
코로나 이후에도 시민들의 기부와 원앙탐조대의 변신
  • 백인환 기자
  • 승인 2022.01.17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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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아래 원앙탐조대, 일본 돗토리현 히노죠는 일본 원앙 탐조여행지로 첫손 꼽는 마을이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찻길 아래 원앙탐조대, 일본 돗토리현 히노죠는 일본 원앙 탐조여행지로 첫손 꼽는 마을이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인간의 출현 시간은 마지막 5초라고 합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20세기 이후로 산정하면 고작 1초 이내라는데, 지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멸종의 시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민데이터과학(시민과학)과 집단지성을 유인할 프로젝트를 만들고, 국내외의 특화된 미디어 매체는 과학적 근거로 정책을 분석하고, 시민 참여와 글로벌 연대를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굿모닝충청도 지역의 생물다양성 이슈와 현상을 분석하고, 시민과학적 접근, 선진 사례를 통해 대멸종의 시대에 현실 가능하고 흥미로운 대안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일본 산간오지 마을의 기찻길 아래 원앙탐조대 

일본의 산간오지 마을에서 28년째 운영했던 ‘원앙관찰오두막(オシドリ観察小屋)’이 운영을 잠시 멈추고 올 11월에 일본 시민들의 후원으로 새롭게 개장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사이좋은 부부’라는 이미지를 가진 원앙은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조류 중의 하나다. 숲과 하천이 있는 지역을 좋아하는 원앙은 경계심이 강하지만 도토리를 좋아하는 먹이습성을 이용하여 수십 년 간 원앙도래지를 운영하던 돗토리현의 히노쵸(日野町, 이하 히노마치)는 원앙이 머무는 마을로 일본에서 유명한 지역이다.

특히 원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원앙관찰오두막(이하 원앙탐조대)’은 마을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이다. 1987년부터 마을을 지나는 ‘히노가와’ 강에 원앙이 좋아하는 도토리를 강에 뿌리면서 마을에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원앙이 찾아오게 됐다.

이후 마을 주민은 원앙을 모니터링하고 먹이터를 관리하는 ‘원앙그룹(오시도리그룹, オシドリグループ)’을 1994년에 결성했고, 원앙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탐조대를 조성해 현재까지 운영해 왔다.

원앙그룹이 활동하던 초창기는 매년 원앙이 30마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해마다 수를 늘려 현재는 최대 1000마리 이상이 도래하고 있어 돗토리현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원앙을 보려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이 됐다. 

히노가와에서 도토리를 먹고 사는 원앙 모습(좌)과 원앙이 머무는 마을, 히노마치의 원앙 홈페이지 화면. 제공=일본 돗토리현 히노쵸
히노가와에서 도토리를 먹고 사는 원앙 모습(좌)과 원앙이 머무는 마을, 히노마치의 원앙 홈페이지 화면. 제공=일본 돗토리현 히노쵸

◇ 시민들의 도토리 기부와 '원앙우동'을 먹는 소확행

“히노마치의 원앙탐조대는 단순히 먹이 때문에 원앙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보다는 철도 다리 아래에 위치해서 원앙이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도록 조성한 점이 특별하다”며 돗토리현에서 탐조여행을 수차례 했던 이일범 박사(문화재전문위원)는 기찻길 아래에 원앙을 볼 수 있도록 탐조대를 설치한 것이 신의 한 수다라는 얘기를 했다.

원앙탐조대는 임시로 지은 가건물 형태의 오두막(小屋)으로 철도 다리 아래에 들어갈 만큼 매우 작은 크기다. 성인 두사람이 마주하면 어깨가 부딪힐만큼 매우 비좁은 공간이라서 작은 목소리가 밖으로 쉽게 새어나갈 구조이지만, 기찻소리에 묻혀 경계심이 강한 원앙은 방문객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도록 조성됐다.  

일본 돗토리현 히노마치의 원앙관찰오두막(원앙탐조대)의 내부 모습. 매우 비좁은 공간이지만 키높이별로 설치된 망원경이 설치됐고, 그동안의 원앙 자료도 볼 수 있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일본 돗토리현 히노마치의 원앙관찰오두막(원앙탐조대)의 내부 모습. 매우 비좁은 공간이지만 키높이별로 설치된 망원경이 설치됐고, 그동안의 원앙 자료도 볼 수 있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원앙은 중국의 국조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있는 조류 중의 하나지만, 일본은 원앙을 보다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문화가 있다. 특히 히노마치의 원앙문화는 산간오지의 숲과 하천이 발달한 곳을 주로 선호하는 원앙을 시민들이 조사하고 생태지도를 만들어 원앙이 마을 주변에 많다는 사실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도토리로 원앙을 유인하여 가까운 곳에서 최고의 관찰 경험을 제공하는 일도 그렇고, 탐조대와 별도의 공간에 위치한 '원앙자료관'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공간이다. 여기서는 겨울 탐조에 얼어붙은 몸을 데워주는 '원앙우동'과 방문 기념으로 사갈 수 있는 '원앙굿즈'도 팔고 있다"며 이박사는 히노마치의 원앙문화는 주민이 고민하고 참여하면서 만든 것임을 강조했다. 

“히노마치의 원앙 먹이가 도토리라는 점도 독특하다. 우리 경우는 가을에 떨어지는 도토리를 수집해서 묵을 써먹지만, 일본은 관련 식문화가 없어 도토리를 야생먹이로 적극 활용한다. 특히 원앙이 도토리를 좋아하는데, 히노마치 도토리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보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박사는 히노마치의 원앙 먹이가 지역내외에서 기부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 돗토리현 히노마치의 '원앙자료관'에의 식당에서 파는 '원앙우동'. 돗토리는 눈이 많이 내린 지역이고 강변에 위치한 탐조대에서 오랫동안 관찰하면 따뜻한 우동이 생각난다. 일반적인 일본식 우동이지만, 원앙 모양을 갖춘 재료가 있어 탐조객들에게 맛과 흥미를 제공한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일본 돗토리현 히노마치의 '원앙자료관' 안의 식당에서 파는 '원앙우동'. 돗토리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고 강변에 위치한 탐조대에서 오랫동안 관찰하면 따뜻한 우동이 생각난다. 일반적인 일본식 우동이지만, 원앙 모양을 갖춘 재료가 있어 탐조객들에게 맛과 흥미를 제공한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11월부터 3월까지 원앙그룹은 원앙 먹이인 도토리를 제공한다. 전국 각지에서 기부해준 도토리는 탐조대 주변의 창고에 보관해서 일정 간격으로 히노가와에 뿌려준다. 탐조대 주변에 뿌려주어 야생에서 활동하는 원앙 모습을 촬영하려는 사진가부터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 방학중에 원앙을 관찰하려는 학생과 일반인 등 매년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라며 1994부터 시작된 원앙그룹의 리더 ‘모리타 준코’씨(여성)는 원앙 먹이가 일본 시민들의 후원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밝혔다.

교사로 출발하여 히노쵸 교육위원회의 교육행정가로 퇴직한 후에 시작된 원앙 보호활동은 모리타씨에게 제2의 인생을 여는 기회였다. 모리타씨는 “지역의 교육 현장에서도 원앙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원앙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고, 성인이 되어도 고향의 이미지로 원앙을 생각해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며 원앙이 주민들의 생활 전주기에 걸쳐 깊은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일본 돗토리현 히노쵸의 원앙그룹에 기분한 도토리. 도토리는 원앙 먹이로 히노가와에 정기적으로 뿌려진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일본 돗토리현 히노쵸의 원앙그룹에 기부한 도토리. 도토리는 원앙 먹이로 히노가와에 정기적으로 뿌려진다.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코로나 이후에도 시민들의 기부와 원앙탐조대의 변신

최근 ‘원앙이 머무르는 마을(www.oshidori.jp)’ 웹페이지에는 원앙탐조대가 하천부지에 위치하여 홍수에 취약하고 건물 노후화로 이전·신축한다는 안내문이 공개됐다. 처음에는 원앙그룹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노령화로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폐쇄하려 했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은 탐조대가 신축되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의견과 클라우딩 펀드로 예산까지 확보되어 올 11월에는 10m떨어진 곳에 새로운 탐조대로 원앙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다.

실제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시민참여형 클라우딩 플랫폼 ‘후루사토쵸이스(www.furusato-tax.jp)’에서 219명이 참여하여 약 380만엔이 넘는 금액이 기부 완료해서 원앙탐조대는 이전·신축할수 있게 됐다.

사코다 준이치(﨏田 淳一) 돗토리현 히노쵸장은 “마을 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원앙은 히노마치의 중요한 존재이며 원앙탐조대 역시 중요한 관광 자원의 하나이다. 돗토리현과 히노마치의 상징새로 지정된 원앙을 위해 히노마치는 원앙 환경 정비 사업을 잘 진행하겠다”며 후루사토쵸이스에 기부를 한 참여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일본의 클라우딩 플랫폼 '후루사토쵸이스'에서 실시한 원앙관찰소실 신축 프로젝트 사업 종료 화면. 화면캡쳐=후루사토쵸이스
일본의 클라우딩 플랫폼 '후루사토쵸이스'에서 실시한 원앙관찰소실 신축 프로젝트 사업 종료 화면. 화면캡쳐=후루사토쵸이스

원앙탐조대의 이전·신축 프로젝트를 준비한 히노마치의 산업 진흥과 미요시 루루(三好郁瑠)씨도 “전국적으로 귀중한 장소였던 원앙탐조대의 신축 이전은 지금 이상으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가 되도록 준비하겠다”며 프로젝트 담당자로서의 의지를 밝혔다.

올 11월에 이전할 탐조대는 여러 면에서 달리 운영될 예정이다. 마을의 관광진흥 행정조직과 마을 유일의 고등학교인 히노고등학교가 참여해서 지역 활력을 창출하는 새로운 관광 교류 거점으로 재생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운영했던 ‘원앙그룹’은 노령화로 인해 탐조대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히노마치사무소가 행정을 맡아서 하는 공공 시설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무료로 운영되던 탐조대를 유료화로 해서 향후 탐조대 유지·관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이전과 다른 점이다.

일본 돗토리현 히노쵸사무소에 전시된 원앙 굿즈.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일본 돗토리현 히노쵸사무소에 전시된 원앙 굿즈. 제공=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송민정/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코로나에 사회적거리두기로 이전과 다른 상황도 원앙탐조대 운영을 새롭게 바꾼 이유 중의 하나이다.

“힘든 코로나에도 평소보다 히노마치의 원앙에 대해 많은 관심과 협력을 받는 점, 정말로 감사합니다. 1994년 가을에 시작한 오시도리 그룹은 올 가을 27년째를 맞이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원앙하면 히노마치, 히노마치하면 원앙’이라고 말하게 됐습니다. 원앙그룹은 ‘히노가와의 야생 원앙을 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원앙탐조대를 거점으로 활동했습니다. 26년간 20만명 이상의 원앙 팬덕분에 사랑받아 왔고요"

"원앙탐조대는 여러분과의 교류 장소로서 ‘이렇게 가까이서 원앙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여기밖에 없다. 일본 제일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원앙탐조대가 최근 기후 변동으로 침수 피해를 자주 받았고, 원앙그룹 운영진들이 나이가 많아지면서 운영이 불투명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원앙탐조대 신축 이전 얘기에 희망의 빛이 보였고, 지속가능한 체계로 운영된다는 밑그림에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라며 모리타씨는 그동안 원앙탐조대의 역할과 앞으로의 가치도 계속될 거라며 이번 신축 이전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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