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의 음악 이야기] '파헬벨의 카논'을 들으며
[이상조의 음악 이야기] '파헬벨의 카논'을 들으며
이상조 복합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 대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01.20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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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조 복합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 대표. 사진=이상조 대표/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이상조 복합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 대표. 사진=이상조 대표/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비틀즈에서 BTS로 이어지는 대중음악의 선율, 여기에 클래식과 팝은 물론 국악과 전통음악까지 사람의 삶은 음악과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은 어쩌면 음악의 선율을 타고 흐르고 있다. 음악 전문가이며 청주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 ‘다락방의 불빛’ 이상조 대표의 깊이 있는 음악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한창 대중음악을 좋아하던 10대 시절, 그날은 오늘처럼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이었다. 팝 음악을 주로 들려주던 라디오 DJ는 어쩐 일인지 그날따라 클래식 음악 한 곡을 들려주었다. 

독일의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였던 요한 파헬벨이 작곡한 카논(Canon 캐논)이라는 곡이었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카논은 돌림노래처럼 하나의 성부가 먼저 주제 선율을 연주하면, 다른 성부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서 따라 하고, 또 그 뒤에 다른 성부가 그것을 따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곡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런데 그 멜로디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어떤 팝 음악보다도 더 좋게 들렸다. 행여 잊기라도 할까 봐 구매해야 할 음반 리스트를 적어 놓는 수첩에 그 곡을 올리고, 앞뒤로 별표를 그려 넣었다.

당시는 원하는 LP를 그때그때 구입하지 못하고, 사야 할 음반 리스트를 수첩에 적어 놓았다가, 열심히 용돈을 모아 한 장, 두 장, 사던 시기였는데, 구입해서 소장하게 되는 음반의 숫자보다, 수첩에 기록되는 음반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구매해야 할 음반의 리스트는 갈수록 많아져 가던 시기였다. 

며칠 뒤, 5천 원 정도의 돈을 모아 시내에 있는 레코드 가게에 갔는데, 수첩을 펼치니 사야 할 음반이 수두룩했다.

필자는 그날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기록되었지만, 별표가 2개나 그려져 있는 파헬벨의 카논을 선택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턴테이블에 LP의 A 면을 올리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첫 번째 곡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먼저 나왔고 뒤를 이어서 파헬벨의 카논이 흘러나왔다. 

와우~, 카논을 듣기 위해 구입한 음반이었지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또 얼마나 좋던지…. 마치 천녀유혼을 보러 갔는데 동시상영으로 영웅본색까지 보고 온 느낌이랄까? 6개월 전쯤, 클래식도 좀 들어볼까 하고 헨델의 수상음악이 담겨있는 두 장짜리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했다가, 도저히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브라스락 밴드 시카고의 카세트테이프로 바꿔왔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파헬벨의 카논이 담겨있는 음반 구입을 계기로 점차 클래식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이 언제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라디오에서 처음 그 음악을 들었던 날도, 용돈을 모아서 LP를 사러 갔던 날도, 오늘처럼 펑펑 눈이 내렸었다.

지금도 창밖으로는 꽤나 많은 양의 눈이 내리고 있고,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필자는 Pachelbel의 Canon을 한참 동안 반복해서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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