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는 아직도 이루어야 할 꿈이 남아 있습니다
    나에게는 아직도 이루어야 할 꿈이 남아 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 강헌희
    • 승인 2015.03.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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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헌희 (전 대전예지중·고 교장)
    [굿모닝충청 강헌희 전 대전예지중·고 교장] 엊그제는 38년여의 오랜 일반 중등 교직 인생을 끝내고, 곧바로 이어진 2년여에 걸친 만학도의 중등 과정 평생 교육기관의 학교장 직책을 맡아 감동적인 졸업식을 끝으로 주어진 임기를 모두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제 한결 육신이 편안하고 영혼이 평화롭게 되었습니다. 자유의 푸른 벌판에 나아가 아직도 다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공간의 자유선택과 억압받지 않는 시간의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처럼 비워진 여백에 아름다운 인생의 그림을 그려 나갈 것입니다.

    나에게는 아직도 이미 살아 온 내 생애의 그림책에 채색을 하거나 덧칠을 해 나가야 할 꿈이 남아 있습니다. 출생의 순간에 하느님으로부터 받아 온 지구촌 여행 비자가 만료되기 직전까지는 나는 부지런히 그 꿈을 좇아 나갈 것입니다.

    우선 목조 건물 건축술을 연마하여 자연 속에 안치된 나의 아담한 방갈로 형태의 오두막집 한 채를 마련해 볼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하고 꿈을 꾸어 보겠습니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언젠가는 주거 환경이 열악한 동남아시아 오지로 진출하여 ‘뚝딱’하는 순간에 집 한 채를 지어 주는 놀라운 도깨비 마술사로 활약해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강렬한 햇볕에 까맣게 끄을린 얼굴의 원주민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삶의 기쁨을 함께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내 친구가 미리 꾸며 놓은 뽕나무와 블루베리 식재 농장에 가서 어설프게나마 농사일을 거들어 보겠습니다. 내가 식물에게 정성껏 애정의 젖을 먹여 주었을 때 그들은 과연 나에게 어떤 보답을 하는지를 느껴 볼 것입니다. 그래서 나와 감성적으로 교류해 왔던 인간의 심성과 그 상호작용의 결과를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자주 방랑의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그래서 노숙자처럼 허접한 차림새로 세상인심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 볼 생각입니다. 어차피 홀로 떠나야 하는 마지막 세상과의 이별에 미리 적응해 보는 고독의 여행길도 좋을 성 싶습니다. 자기 성찰을 위한 장거리 도보 여행이거나 자전거를 벗 삼아 사방천지를 이리저리 방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타고난 소질이 미약하지만 오묘한 예능의 경지에도 조심스럽게 입맛을 당겨 보겠습니다. 기왕에 시작한 ‘단소 불기’는 공동묘지의 처녀 귀신을 홀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할 것이며, ‘서각 기술 연마하기’는 글자 하나하나에 혼신의 땀과 열정을 축축하게 쏟아 부어 보겠습니다.

    또한 여행길에 동행해 줄  ‘홀로 노래방’에 수록된 ‘대중가요 따라 부르기’에도 더욱 친숙해져 볼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진리가 달걀의 노른자처럼 절묘하게 압축된 노랫말과 구성진 곡조로 이루어진 만인의 애창곡 한곡을 창작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침에 일어나면서 늘어지게 두 팔을 들어 허공을 껴안아 보는 기지개 펴기와 하얀 소복차림의 여인이 한풀이 춤추는 듯한 보드라운 스트레칭으로부터 시작하여 차츰 강력한 근육질 단련을 위한 팔 굽혀 펴기와 가쁜 숨결의 천변 길 도보 운동도 지속적으로 실천해 보겠습니다. 그래서 죽기 전까지 내발로 화장실에 다녀 올 수 있을 만큼의 건강한 생명력을 꿈꾸어 보겠습니다.

    남들보다 기억능력이 나쁘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게을리 해 왔던 독서에도 더욱 매진해 보겠습니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 올 때면 곧장 ‘독서’라고 거짓으로 대답하여 은근히 꾸며진 품격을 과시하려 했던 위선의 죄과를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또한 맑은 정신으로 평생 동안 공부하다가 죽어 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누려 보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승에서 받아보지 못한 ‘학업 최우수상’을 저승에 가서라도 꼭 받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는 다소 과분한 꿈일 수 있겠지만 아직도 정치적으로 바른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무지의 늪에 갇혀 나라의 장래를 그르치고 있는 어리석은 씨알머리들을 깨우쳐 주는 국민 의식 각성 운동에도 애국하는 마음으로 소리 없이 동참해 보고 싶습니다.

    정상적 학업 과정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의 애환에 끊임없이 귀와 가슴을 열어주는 친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틈틈이 그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전국 각지의 대안학교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위로하고 메마른 개천에서 잔뜩 움츠린 자세로 잠들어 있는 각자의 잠재적 가능성을 일깨워 희망의 빛을 안겨주고 싶습니다.

    나만의 꿈을 말하다 보니 다분히 과대 망상적 나의 사고방식 때문에 평생 고생하고 희생해 왔다며 불만스러워하는 사랑하는 내 가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이제야 또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어 기왕에 돈 안들이고 공짜로 꿈꾸어 보는 바에 몇 가지 더 덧붙여 본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가끔은 아내 대신에 집안 청소와 부엌일도 거들고 최소한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정도는 직접 시도해 볼 요량입니다. 아! 참, 중요한 과제가 빠졌습니다. 이제 곧 나의 대물림의 한 씨앗으로 탄생하게 될 외 손주 녀석의 건강한 자람을 위해 아낌없는 내 용돈의 투자를 포함하는 온갖 정성을 보태어 나가겠습니다.

    나의 이러한 꿈의 완성도에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나와 여전히 메일이나 블러그 그리고 SNS 등의 전자 통신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주변의 많은 지인들에게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나의 일상을 공개함으로서 끊임없이 그들의 충고와 질책을 수렴하면서 인격수련의 영양분으로 삼아 나갈 것입니다.

    나의 마지막 꿈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나면서 내 묘비명에 설령, ‘이 사람은 한 세상을 조용하고, 깨끗하게, 맑은 꿈을 꾸며 살다 갔다’고 쓰여 진다고 해도 그 누구도 비웃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려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어떤 자리에게 나의 위와 같은 욕심 사나운 꿈을 장황하게 펼쳐 보였더니 그중 어떤 이는 ‘그건 이룰 수 있는 정상인의 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이룰 수 없는 노년의 추한 탐욕이라고 해야 옳다’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이렇게 대신 해 보겠습니다. ‘만약에 나의 꿈이 내 생전에 다 이루어질 수 없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하느님께 간구하여 그 모든 꿈이 이루어 질 때까지 나의 ’지구촌 여행 비자‘ 만료 기간 연장 신청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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