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봄은 공짜로 오지 않는다
[시민기자 눈] 봄은 공짜로 오지 않는다
  • 홍경석
  • 승인 2015.03.3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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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야근을 하자면 시간이 참 더디 간다. 또한 졸음이 무시로 해일처럼 닥친다. 내 직업이 경비원인 터에 하지만 그러한 졸음을 못 이긴다면 경비원으로의 자격은 없는 셈이다.

따라서 그처럼 졸음이 물밀 듯 찾아오면 일부러 회사 건물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간다. 그러면 차가운 밤바람이 찾아와 볼을 때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때론 삭풍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며 졸음의 패잔병들까지를 일거에 소탕한다.

또한 내가 근무하는 건물은 금연빌딩인 까닭에 담배를 피우려고 올라온 지하의 다른 부서 직원과도 곧잘 대화를 나누곤 한다. “홍 형이 오늘 야근이슈?” “네, 많이 피곤하시죠?” “늘 하는 일인데요 뭘.”

이처럼 대화를 나눈 이는 나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 “이번 달 급여 받았지유?” “네. 근데 별로 오른 것 같지도 않더군요. 경비원 시급이 올부터 최저임금의 100%로 올랐다곤 하지만 정작 우린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 하겠더라구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바로 그 거유. 하여간 우리 같은 베이비부머들이 제일 불쌍해유. 부모님에게로의 효도는 논외로 치더라도 자식들 가르치느라 노후설계는커녕 쥐뿔도 모아놓은 게 없으니 말여유.” “저도 동감합니다!”

직원의 그 같은 이유 있는 볼멘 푸념은 문득 어질더분한 지난날의 어두웠던 우울증의 잔재까지를 불러들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혹자는 우울증을 일컬어 ‘마음의 감기’라고까지 ‘폄하’한다. 그러나 이를 경험한 이들은 다르다.

왜냐면 지금 이 시간에도 우울증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비극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앓아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여전하다는 건 이러한 주장의 뚜렷한 방증이다.

오래 전 하는 일마다 연전연패하는 바람에 극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다. 좌절감에 심지어는 자살까지를 도모했는데 그러나 그건 실패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동안 우울증에 포로가 되어 칩거하였는데 그럴 즈음 나를 우울증의 포로로부터 석방해 준 장본인이 바로 딸이었다.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울대에 당당히, 그것도 장학생으로 합격한 딸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이다. “고맙다! 이제부터 나의 삶은 ‘덤’이다.” 흉기 피습을 당하여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자신에게 병문안을 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덤으로 사는 인생인 만큼 한미 양국의 이익을 위해 더 힘쓰겠다”고 말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에 박 대통령 또한 자신의 2006년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그 피습 사건 후에) 저는 앞으로의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는데 대사님께서도 앞으로 나라와 한미동맹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고 하여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덤’은 무언가를 살 때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을 뜻한다. 또한 바둑에서, 맞바둑의 경우 흑이 백에게 몇 집을 더 주는 일도 포함된다.

그래서 말인데 매사의 마인드를 그처럼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며 짐짓이나마 삭막하고 때론 혹독하기까지 한 현재의 삶을 차라리 낙관하며 심지어는 관조까지 하는 따위로 치환하는 여유는 어떨까 싶다. 새벽이 추운 건 아침이 멀지 않은 때문이고 봄은 역시도 공짜로 오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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