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동물 독수리AR탐사⑧] 무속과 미신으로 사라지는 독수리
[청소동물 독수리AR탐사⑧] 무속과 미신으로 사라지는 독수리
아프리카 독수리 11종 중 7종이 심각한 멸종 위기
지난 50년간 독수리 개체수 80~97% 감소
독수리의 긍적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멸종 감소
  • 백인환 기자
  • 승인 2022.01.27 10: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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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브이알펄스/굿모닝충청
제작=브이알펄스/굿모닝충청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이바단 시장에서 유통되는 루펠독수리(Rüppell's griffon vulture) 머리. 제공=Stephen Awoyemi/Audubon 뉴스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이바단 시장에서 유통되는 루펠독수리(Rüppell's griffon vulture) 머리. 제공=Stephen Awoyemi/Audubon 뉴스

누군가 죽어야 자신이 살 수 있는 청소동물 독수리. 불결한 이미지와 달리 전염병 확산을 막아줘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챙겨주는 고마운 동물. 우리나라에도 겨울철 추운 몽골을 떠나 어린 독수리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촘촘한 독수리식당과 탈진한 독수리를 보살펴 주는 독수리아빠들. 이번 기획시리즈는 청소동물 독수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 세계 독수리들의 절멸 위기의 해법을 찾아보려 한다.<편집자주>

[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아프리카 전역의 독수리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아프리카 독수리 11종 중 7종이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데, 지난 50년 동안 우리는 독수리 개체수의 80~97%까지 감소하는 것을 보았다. 그 중 5종의 아프리카 독수리는 92%까지 감소한 실정이다"

아프리카 독수리의 중요성과 야생동물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독수리 보호네트워크(Vulture Protector Network)'에서 일하는 케냐 청년 잭슨 시론카(Jackson Sironka)는 작년 3월 국제조류단체인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에 아프리카 독수리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알렸다.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개체군이 많았던 두건독수리(Hooded Vulture)는 전통치료제, 부적 등의 이유로 죽어간 흰등독수리(White-backed Vulture)와 루펠독수리(Rüppell's griffon Vulture)처럼 21세기 들어서 급격히 감소했다. 나이지리아 북부 노점상에서 독수리가 거래되고 있고, 판매되는 90%가 두건독수리이며, 독수리 판매상의 40%가 영적인 치유를 위해 독수리 신체 부위가 팔리고 있다. 화면=The Cornell Lab of Ornithology 유튜브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개체군이 많았던 두건독수리(Hooded Vulture)는 전통치료제, 부적 등의 이유로 죽어간 흰등독수리(White-backed Vulture)와 루펠독수리(Rüppell's griffon Vulture)처럼 21세기 들어서 급격히 감소했다. 나이지리아 북부 노점상에서 독수리가 거래되고 있고, 판매되는 90%가 두건독수리이며, 독수리 판매상의 40%가 영적인 치유를 위해 독수리 신체 부위가 팔리고 있다. 화면=The Cornell Lab of Ornithology 유튜브

"독수리는 아프리카 풍경에 빠질 수 없는 동물로서 사바나 초원 위를 여유롭게 선회하다가 사체를 탐욕스럽게 먹는다. '자연의 청소부'라고 불리는 이 멋진 새는 야생의 유기 폐기물인 사체를 청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동물 사체로부터 인간과 다른 동물로 질병 전파를 막아 아프리카인들의 보건환경에 큰 기여를 하는 아프리카 독수리가 급격히 사라진다는 것은 인간에게도 불행이다"며 아프리카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독수리가 아프리카인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잭슨은 동료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독수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인식제고, awareness raising)에 매진한다. 

현재 아프리카 독수리는 중독(poisoning)과 전통적인 믿음에 의한 사용(belief-based use)으로 엄청난 속도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무려 60%가 중독으로 사망하고 있고, 30%가 믿음에 의한 사용으로 사망하는 점은 결국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오히려 풍력발전기나 송전선로와 같은 에너지 시설과의 충돌(collision)은 미미한 수준이다. 

'믿음에 의한 사용'은 독수리를 먹거나 태워서 연기로 흡입하여 신체적, 정신적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행운을 안기는 부적, 가족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식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아프리카인들은 독수리를 신성시했는데 그 출발점은 고대 이집트부터이다. 

이집트학의 대가인 헤르멘 테 휄더(Herman te Velde)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독수리가 양가적 또는 양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독수리가 전쟁터에서 썩은 고기를 먹는 청소동물(scavenger) 이미지와 새끼를 보호하고 잘 기르는 모성애를 가진 이미지로 이집트인들에게 인식돼 왔다가 모성애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모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집트 상형문자의 독수리는 일관되게 여성상과 모성애 의미로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기원전 1300년대 만들어졌으며, 정교함과 아름다움 덕분에 고대 이집트를 상징하는 '투탕카멘의 장례용 가면'에는 한 마리의 코브라 뱀과 한 마리의 독수리 머리가 붙어 있다. 북부와 남부 이집트를 상징하는 통치자를 상징하면서도 이집트 여신 네크벳(Nekhbet)을 상징하는 독수리는 죽은 자들을 보듬어 네크벳의 자궁을 통해 내세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투탕카멘의 가면'의 머리띠에는 코브라 뱀과 함께 독수리가 붙어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커먼즈
'투탕카멘의 가면'의 머리띠에는 코브라 뱀과 함께 독수리(왼쪽)가 붙어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커먼즈

독수리는 죽은자만을 위한 상징뿐만 아니라, 산자들을 치유하는 능력도 가진다. 

기원전 1700년 전 경에 나온 중요한 의학 파피루스(the Edwin Smith Surgical Papyrus)에는 두개의 독수리 깃털 위에 주문을 외우고, 그 독수리 깃털을 사람이 들고 다니면 병을 피할 수 있다고 묘사하는 점을 들어 당시 이집트인들은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Condor and Vulture, 2001).

이런 고대 이집트인들의 인식은 유럽 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도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겐 독수리의 중요성은 주로 상징적이거나 종교적인 것인데 반해, 유럽의 전통적인 의학 지식을 짧게 정리한  '독수리 서한(Epistula Vulturis)'에서는 여러 병에 대한 17가지 처방이 독수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편두통, 간질, 귀신 들림 그리고 주술로 보호하는 방법 등이 기술되어 있다. 모두 독수리 몸의 한 부위나 여러 부위를 사용하라고 적혀 있다.

현대의 비아그라(Viagra)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약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독수리 처방법은 15세기 이후에도 사용돼서 당시 유럽의 의학적인 사고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한다. 19세기 후반에 출판된 샤터니(Chatenier)의 '약의 역사(Histoire des Medicaments)'에서도 독수리 고기는 편두통이나 간질 치료에 효능있다거나 독수리에서 나온 기름으로 류마티즘에 효과가 있다고 기술된 점에서도 독수리는 유럽에서도 인정하는 치료제로 인식됐던 것이다.

고대인들은 독수리가 치료제뿐만 아니라 종종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와 레무스(Romulus and Remus)는 로마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를 결정할 때 독수리가 어디에서 발견되는지를 살폈다고 플루타르코스의 '로물루스이 삶(Life of Romulus)'에 등장한다. 당시에는 새의 동작이나 울음소리를 해석해 징조를 읽어내어 점을 치는 풍습이 일상적이던 시대로서 독수리는 로마 세계뿐만 아니라 고대 문명지에서 영험한 새로 보편적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부족 '줄루족' 문화에서도 독수리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새로 이해한다. 두 마리의 독수리가 시끄럽게 울면 공동거주지역의 어떤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간주했다. 잃어버린 가축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거나 집으로 독수리가 두 마리씩 들어오면 몇 시간 뒤에 비가 내린다고 믿었다.

결국 이런 독수리의 신비로운 능력을 믿게 되면서 독수리의 몸 부위를 인간이 섭취한다면 인간은 천리안의 능력과 이 세상에 대한 부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가 대중적인 생각으로 형성됐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독수리를 이용한 전통 치료제와 미신적인 방법들이 정착하게 됐다.

남아프리카 전통의학에서 '무티(muti)'는 아프리카의 민간 전통의학에서 사용하는 약재라는 의미로서 아프리카 약재 시장에서 독수리의 신체 부위는 '무티 무역'으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독수리를 먹게 된 사람은 천리안의 능력을 얻게 되고, 지능이 향상되는 효과를 믿는 사람들은 독수리 무티를 지속적으로 찾게 됐다. 심지어 도박에 빠진 사람도 독수리를 찾게 됐고, 독수리의 두뇌, 심장, 그리고 다리는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해서 독수리의 신체 부위는 더욱 비싼 값으로 팔리게 됐다

문제는 독수리들이 무티 무역에 엄청난 숫자로 희생된다는 것이다.

2018년 독살된 코끼리 주변으로 독수리들이 집단적으로 폐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커먼즈​
2018년 독살된 코끼리 주변으로 독수리들이 집단적으로 폐사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커먼즈​

특히 재래적인 덫과 올가미에서 집단적으로 학살할 수 있는 중독은 아프리카 독수리 숫자를 급속히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방법으로 정착하게 됐다. 농장이나 국립공원에서 독살된 동물 사체 하나가 백마리 이상의 독수리들을 죽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짐바브웨의 카로이(Karoi)라는 촌락 외곽에서 발생한 독살된 소사체로 대략 120마리의 독수리들이 죽었는데 대부분 머리와 심장이 없어졌다. 크루거 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에서 18개월 동안 293마리의 독수리 사체를 발견했는데 이 숫자는 일부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1세기에도 이렇게 독수리 무티 무역으로 사라지는 독수리가 여전히 많다.

멸종위기로 독수리 숫자가 감소하면 비교적 개체수가 많은 독수리가 대상이 되면서 아프리카 독수리의 전반적인 개체수 감소는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마사이족인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과 야생 동물 사이의 수많은 갈등을 목격했다. 이것은 야생 동물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만들어 왔다"라며 이의 해결 방법으로 "인간과 야생 동물의 갈등으로 인해 이곳에서 독수리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독수리가 유목민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것이 아프리카 독수리의 멸종을 막는 일이다"라는 케냐 청년 잭슨 시론카(Jackson Sironka)의 얘기는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국제환경단체나 국제기구도 오랫동안 형성된 독수리에 대해 아프리카인들의 인식과 무티 무역을 전환시키기 위해 독수리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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