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세상 밖으로 나온 이응노미술관의 '안목(眼目)'
[김선미의 세상읽기] 세상 밖으로 나온 이응노미술관의 '안목(眼目)'
부부 컬렉터가 이뤄낸 고암 화업과 생애 담은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
작가미술관 위상 높이기 위한 대전시와 지역사회 관심과 노력이 관건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2.01.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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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지난해 한국 미술계 최대의 화제는 단연코 세상 밖으로 나온 이건희 컬렉션이다. 

대전에서도 평소 대중과 만나기 어려운 개인 수장가의 컬렉션으로 이뤄진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응노미술관이 2022년을 여는 첫 전시로 기획한 《안목(眼目):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이 바로 그것이다. 

대중과 만나기 어려운 개인 수장가의 소장품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은 올해 개관 15년,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설립 10년을 맞는 이응노미술관(관장 류철하)의 기획력과 역량이 돋보이는 전시로 그동안 이응노미술관에서 보기 어려웠던 고암의 미술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안목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 포스터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안목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 포스터

이번 전시는 우선 유족이 아닌 개인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는 이응노 컬렉션의 최초 공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초기작품부터 타계하기 직전의 작품까지, 고암의 전 생애에 걸친 화업과 작품세계를 톺아볼 수 있는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술품 애호가인 기업인 조재진(작고)과 박경임 부부의 이응노 컬렉션 중 몇몇 작품들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안목(眼目):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처럼 주요 작품이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고암의 초기 작품부터 주요 작품까지 전 생애 아우르는 컬렉션 최초 공개 

미술관이 청관재로부터 수집한 신소장품과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작품 10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 작품들 중 상당수는 그동안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로 작품수나 대표작 등이 규모나 내용 면에서 기대 이상의 수준이다. 

이응노 '3.1운동' 부분
이응노 '3.1운동' 부분

이응노미술관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조선미술전람회 수상작들을 비롯 3.1운동, 6.25전쟁, 양색시, 영차영차, 취야 등 당시 한국화의 화재로는 흔치 않았던 사회상과 세태를 담아낸 풍속화들은 마치 역사 교과서를 읽는 것 같다.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고암의 예술세계가 집약된 통일무, 군상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홍성 월산, 공주산성, 낙화암, 수덕사 등 고암의 숨결이 닿은 낯익은 우리 고장 풍경을 담은 그림들도 만날 수 있다. 컬렉터의 안목은 전시를 관람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조선미술전람회 수상작, 3.1운동, 양색시, 통일무, 홍성월산하 등 대표작 망라

이응노 '양색시'
이응노 '양색시'

이응노미술관은 지난 몇 년간 <이응노의 문자추상, 문자 문양 패턴>, <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 자연친화적이라고 믿어왔던 동양의 자연관을 전복하며 감시와 처벌, 수난이라는 고암의 생애를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보여준 국제전 <산수, 억압된 자연> 등 주목할 만한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한편으로는 미술관 외부를 프로젝션 맵핑한 미디어 파사드 <이응노, 하얀 밤 그리고 빛>, 고암이 가진 상상력의 세계를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전시실에서 구현한 <이응노와 구글 아트 앤 컬처> 등 이응노의 작품을 과학기술과 접목, 외연을 확장해 대중과의 소통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오고 있다. 

대전 지하철 시청역에 소개된 이응노미술관 
대전 지하철 시청역에 소개된 이응노미술관 

작가미술관인 이응노미술관은 이응노라는 작가를 국내외에 알리고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하며 미술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독창적인 새로운 프로그램 발굴은 필수다.

독창적인 전시, 새로운 프로그램, 작가미술관으로서 소장품 확대도 필요

못지않게 소장품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이는 청관재 컬렉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작가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과 자료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작품을 시기적으로 일목요연하게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더한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작가미술관으로서는 당연히 갖춰야 할 영역이다. 

이응노 '홍성월산하'
이응노 '홍성월산하'

청관재 컬렉션은 부부 컬렉터가 오랜 시간 애정과 공을 들여 이응노미술관이 미처 확보하지 못한 시기의 작품부터 고암의 주요 작품들을 시기적으로 모아 전 생애를 아우르는 컬렉션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청관재’는 컬렉터의 당호로 이들의 컬렉션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의미있는 컬렉션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있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

개인 컬렉션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모아져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이다. 특히 작가 컬렉션의 경우 더욱 그렇다. 고암의 작품들이 흩어지기 전, 이응노미술관이 품을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안목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 전경
이응노미술관 기획전 '안목 청관재 이응노 컬렉션' 전경

이는 미술관의 노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청관재 컬렉션이 일회성 전시로 끝나지 않도록 대전시와 지역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모아질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이응노미술관이 풍부한 자료와 참신한 기획력으로 독보적인 작가미술관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4월1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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