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도깨비 방망이’ 태양광공장 꿈꾸다
[사이언스 리뷰] ‘도깨비 방망이’ 태양광공장 꿈꾸다
되돌아본 출연연 성과 ③ 이산화탄소로 메탄올 생산 태양광 공장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5.04.01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태양광 이용 화합물 선택적 제조용 태양광 공장(Solar Chemical Factor) 개념도

[굿모닝충청 최재근 기자] 과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그 과학의 본령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공정연구본부 백진욱(52) 박사다. 백 박사는 지난해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올만을 선택적으로 생산하는 획기적인 태양광 공장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식물의 광합성작용에 착안해 인공광합성으로 필요한 물질을 얻는 기술이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우리나라 출연연 10대 성과에 꼽혔다.

누구의 지원 없이 오로지 연구원 자체예산만으로 이뤄낸 일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백 박사는 “궁극적 목표인 태양광공장이 현실이 되면 지구온난화 및 자원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 태양광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로부터 메탄올을 선택적으로 제조하는 개념도
어릴 적 꿈 꿨던 공상을 현실로
백진욱 박사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과학자를 꿈 꿨다. 놀이터는 친구 부친이 하던 화학약품 가게였다.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세뱃돈이나 용돈이 생기면 화학약품을 사 모을 정도로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중학교 땐 학교 실험실 열쇠를 전담 관리했고, 고교시절에는 다른 것은 몰라도 화학문제라면 한 문제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과학적 재능을 자랑했다. 요즘에 태어났으면 과학영재로 불릴 일이다.

어릴 적 백 박사는 식물의 광합성작용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폈다. 탄수화물을 만드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그대로 옮겨와 인공적으로 태양광에너지에서 원하는 것을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이었다. 동화책에나 나오는 도깨비 공장이나 마법의 공장을 꿈 꾼 것이다.

하지만 막연했던 이 꿈은 30여년이 지난 2008년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그해 백 박사는 α-케토글루타르산에서 아미노산의 일종인 L-글루타민을 제조하는 인공광합성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원천기술 특허를 등록함으로써, 꿈으로 만 생각되던 인공광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2012년 백 박사는 태양광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화학제품의 원료인 포름산을 선택적으로 제조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햇빛을 이용해 부작용, 독성 등이 없는 광학이성질체 의약품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까지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리고 지난해 직접 개발한 그래핀계 광촉매로 태양광 에너지만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전환해 세계 최초로 100% 메탄올만을 선택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획기적 원천기술 개발함으로써 인공광합성으로 화학제품의 원료는 물론, 의약품과 에너지 원료까지 생산할 수 있음을 알렸다. 해당 연구 성과는 화학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JACS(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온라인판에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게재됐다.

백진욱 박사는 “당초 20년 가까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 그러다 7~8년 전 어릴 시절 식물의 광합성작용을 보며 꿈꿔왔던 도깨비 공장이 떠올라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두 연구 모두 개념은 같다. 좀 더 응용해서 태양광 공장처럼 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 단계 더 발전 시켰고, 그 꿈이 현실이 됐을 땐 정말 소름이 끼쳤다”고 회상했다.

인공으로 광합성 실현 최초 성과 ‘인공광합성시스템’ 
백 박사가 주목한 것은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이산화탄소를 에너지원으로 바꾼다. 이 원리와 비슷하게 인공광합성으로 필요한 물질을 얻는다는 게 태양광 공장 인공광합성시스템이다.

식물 광합성은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단순히 탄수화물을 만드는데 그치지만, 인공광합성은 무한청정한 태양광에너지를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모든 제품, 즉 메탄올, 아미노산, 플라스틱 원료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백 박사가 태양광 공장을 도깨비 공장이나 마법의 공장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인공광합성시스템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 사실 식물의 광합성작용은 대단히 복잡하다. 따라서 똑같이 모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백 박사는 이에 따라 광합성 작용의 핵심만 추려 인공광합성시스템 개발했다. 

태양광에너지를 전환시켜주는 ‘광에너지 전환부(광촉매)’와 ‘전자전달시스템’, 그리고 산화 환원 효소의 도움을 받아 정밀화학제품을 생성하는 ‘효소 반응부’ 등 크게 세 가지 시스템을 하나의 일체형으로 구성한 것이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광촉매 시스템 내에 원료물질과 그에 합당한 효소만 넣어주면 태양광에너지 이외의 아무런 추가에너지 투입 없이 정밀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조치 없이 원료물질과 효소만 교체하면 곧바로 다른 물질을 얻을 수도 있었다. L-글루타민, 포름산, 의약품, 메탄올까지 이 공정을 통해 생산해냈다.

“인공광합성 기술은 지구온난화 및 에너지 자원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형 녹색원천기술입니다. 앞으로 태양광을 이용해 의식주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상용화 가능한 태양광 공장을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표입니다.” 백 박사가 밝힌 포부다.

또 다른 획기적 진화 ‘광학이성질체 화합물’
화합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하게 되면 통상적으로 광학이성질체 두 가지 구조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광학이성질체인 두 분자는 구성 원자와 분자구조, 특성 등이 흡사하지만 대부분 서로 다른 특이적인 생물활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의약품의 경우 같은 분자구조지만 하나는 인체에 해가 없고 질병치료 효과도 좋지만 다른 하나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 해로울 수 있는 이성질체가 동시에 만들어진다.

따라서 정제하기 어려운 광학이성질체인 두 분자는 인공적으로 합성할 때 원하는 한 가지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화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1년 미국의 윌리엄 S. 놀즈 박사와 K. 배리 샤플리스 박사, 일본 노요리 료지 교수 가 광학이성질체 관계에 있는 두 화학물질 중 유용한 것만을 분리,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백 박사는 이를 인공광합성시스템으로 해결했다. 태양광에너지로부터 광학이성질체 화합물질 중 유용한 것만을 선택적으로 합성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는 햇빛을 이용해 부작용, 독성 등이 없는 광학이성질체 의약품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백진욱 박사
“태양광공장은 세상을 바꿔놓을 미래 원천기술”
지금의 성과를 내기까지 백 박사의 맘고생은 심했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이론이다 보니 이해를 시키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사명감으로 연구를 지속했다. 에너지 문제, 지구온난화 문제, 미래 의식주 등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스스로를 다잡아 나갔다.

백 박사는 “연구 성과가 나오고 시동이 걸리니까 이해를 못하겠다, 인정을 못하겠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어 너무 힘들었지만 굴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했고 지금의 성과를 일궈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공광합성 기술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문제나 지구온난화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인류가 가야만 하는 길이고, 후손들에게 반드시 물려줘야 할 길인만큼 사명감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백 박사는 후속 연구에 매진중이다. 인터뷰도 실험 때문에 길게 잡지 못했다. 모두 실용화와 태양광공장을 보다 구체화하는 일이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인 경제성을 높이는데도 노력 중이다.

백 박사는 “인공광합성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태양광공장은 세상을 바꿔놓을 미래 기술”이라며 “앞으로 10여년 뒤에는 실용화가 가능한 만큼 에너지 연료, 의약품, 정밀화학제품 등을 도깨비방망이처럼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후배 과학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먼저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 다음엔 당장 눈앞의 이익을 따지지 말고 집념이나 열정을 갖고 바보처럼 가야 합니다. 또 남을 따라가는 팔로워가 되기보다는 남을 모방하지 않고 자기 것을 만드는 퍼스트 무버가 됐으면 합니다.”

세상을 바꿀지도 모를 태양광공장의 꿈을 향해 누구보다 먼저 퍼스트 무버의 길을 가고 있는 백 박사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