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새로운 산을 오르는 선배에게
[염우의 환경이야기] 새로운 산을 오르는 선배에게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02.12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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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총회.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 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사람들은 그를 산악인 또는 시민운동가라 부른다. 지역사회에서 마당발로 통하기도 한다. 충북을 대표하는 산악인 중 하나이다. 충북산악구조대와 직지원정대를 만들고 이끌었으며, 히말라야 무명봉 초동등반을 성공시켜 유일한 한글 지명인 직지봉을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백두대간시민연대를 시작으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으로 상근활동을 하였으며, 풀꿈환경재단과 속리산둘레길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시민환경운동의 든든한 리더이자 활동가들의 형님으로 활동하였다. 그를 알거나 그가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할 정도로 인간관계도 넓은 편이다. 나에게는 25년을 함께 해 온 환경운동의 동지이다.

박연수 대장과 활동을 함께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청주환경운동연합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종합탐사를 통해서다. 30~50명이 참가하여 7~10일가량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으며 조사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20여 년 이상 지속되었다. 산행과 탐사와 홍보활동을 병행하는 행사인데 조사 전문가들과 산악인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지만, 초기부터 최근까지 산행을 총괄하며 인솔해 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 등산보다는 입산의 의미를 강조해 온 그의 철학은 풀과 나무와 바위에 대한 감수성과 산의 가치를 배우려 노력하는 백두대간 탐사단의 취지와 조화를 이루었다. 탐사대원들은 2000년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를 결성하여 백두대간 보전 운동을 전개하였고 그는 조직을 이끌며 환경운동에 발을 담갔다.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충북의 대표적 거버넌스 기구이다. 2016년까지 청풍명월21실천협의회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으며 충청북도에 대한 의존성이 크게 잔존하고 있었다. 정무직 낙하산 인사의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던 상황에서 인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2016년 박연수 대장은 공개채용으로 선임된 첫 번째 사무처장이 되었다. 협의회 명칭을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개칭하였으며 충청북도 지속가능발전목표(C-SDGs) 수립을 견인하였고 정책의제 발굴 및 조정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플랫폼으로 발전시키며 지난 6년 동안 자신의 실무적·정무적 업무능력을 입증하였다. 나는 기후에너지위원장이자 비전수립추진위원장을 맡아 협의회의 활동을 도왔다.

내가 상임이사로 일해 온 풀꿈환경재단은 지역사회 내 환경운동의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만들어진 조직이다. 2014년 창립한 이래 지난 7년 동안 미호강상생협력프로젝트, 초록학교만들기협력사업,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운영과 충북환경교육센터 운영, 청주희망그린발전소 조성 및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운영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전개하며 환경운동의 저변을 확장해 왔다. 박연수 대장은 창립 때부터 이사로 결합하였으며, 2019년에는 조직적 난제를 해결하며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충북환경교육네트워크 대표, 초록학교추진협의회 운영위원장, 미호강유역협의회 공동대표 겸직역할을 수행하며 풀꿈환경운동을 주도하였다.

산을 사랑하고 환경을 지켜온 박연수 대장이 이루어낸 또 하나의 성과는 속리산둘레길이다. 속리산은 백두대간 준봉의 하나이며 충북을 대표하는 산이다. 충북의 보은·괴산, 경북의 문경·상주의 경계를 이루며 우뚝 솟아있는 속리산에도 둘레길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속리산의 가치를 알려내고 올바른 탐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길 전문가, 산악인, 향토문화전문가, 환경운동가들이 모여 사단법인 속리산둘레길을 결성하였다. 탐방로 관리, 걷기대회 개최 및 탐방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보은과 속리산을 사랑하는 박연수 대장은 이사장으로 그를 신뢰하는 나는 이사로 참여하였다.

박연수 대장의 히말라야 트레킹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박연수 대장과 함께했던 아프고 깊었던 기억도 있다. 그를 따라 히말라야 트레킹에 두 번 다녀온 적이 있다. 한번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코스였다. 2009년 히운출리 직지루트 개척 등반에 참여했다 실종된 대원들의 추모탑을 보수하기 위한 산행으로 충북산악구조대와 직지원정대와 동행하였다. 히운출리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경유해서 접근할 수 있는 험준한 봉우리였다. 실종 대원 중 하나는 나의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선의로 도전하였으나 불행하게 종결된 그 사고는 유족들에게는 물론 박연수 대장에게도 큰 아픔이었고, 짊어지고 올 수밖에 없는 멍에였다.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2019년에 실종 대원들의 시신을 기적적으로 수습할 수 있었다. 흥덕사지 한편에 추모비를 세웠다.

두 번째 트레킹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코스였다. 대학 후배가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는 바이오기업 파이온텍의 꿈이룸원정대의 등반프로젝트였다. 최진철 대장과 산악대원들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고, 나는 박연수 대장이 이끄는 지원 산행에 합류하였다. 에베레스트의 원래 이름인 초모룽마는 세계 어머니신이라고 한다. 어머니 품에 들고자 하는 산악인들의 도전과 애환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나는 히말라야의 장엄한 산줄기를 통해 지구환경의 장엄함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다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으며 내려와야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교훈을 가슴깊이 새길 수 있었다. 박연수 대장은 이러한 경험과 교훈을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대장이라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가 보다.

그 밖에도 2004년 원흥이두꺼비방죽지키기 활동도 함께 했고, 2014년 행복교육캠프에 참여하여 김병우 교육감을 당선시키는 일도 함께했다. 참 많은 일을 함께했다. 내가 아는 박연수 대장은 우선 산과 같은 형님이자 산과 같은 동생이다. 사람을 잘 품어주는 사람이다. 둘째 당당하지만 매우 토속적인 사람이다. 인사말이나 소감, 건배사까지 주문 즉시 쏟아낸다. 막힘이 없다(준비된 발언은 쫌...). 방송에 나와서 보은 사투리로 말하지만, 그것이 전혀 촌스럽지 않다. 우리 동네 말투, 우리 고장의 언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셋째 생각대로 세상을 변화시켜 온 사람이다.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지구환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참 많은 생각과 구상을 해 왔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던히 실천하고 노력해 온 사람이다. 덧붙이자면 관계망 촉진자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사업과 사업을 묶어내는 일을 참 잘한다. 시민사회와 언론을 연결하여 사회적 가치를 높여낸다.

그런 그가 새로운 산을 오르기로 했다. 새로운 산은 백두대간도 아니고 히말라야도 아니다. 그의 고향이자 속리산의 고장 보은이다. 나는 시민환경단체가 직접적으로 정당 활동에 결합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사회활동가나 환경운동가들이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찬성한다. 단, 운동이 아니라 정치를 하면 된다. 사회문제 해결에 익숙하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정치와 지방자치를 이끌어 간다면 적어도 소모적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수원시와 전주시가 보여 주었듯이 시대정신에 맞게 혁신적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지역사회를 위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동학농민들의 집결지인 보은에 지방소멸을 극복하며 전환적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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