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0] 방귀를 ‘뽕’ 뀌어 뽕나무...천안시 해정리 뽕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0] 방귀를 ‘뽕’ 뀌어 뽕나무...천안시 해정리 뽕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2.15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선생님 오늘도 나무 얘기해 주세요”

지겨운 코로나에 신나게 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 주변의 나무이야기와 야외 활동에 나름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방귀 뀌는 나무를 아니?”

“나무가 어떻게 방귀를 뀌어요?”

“맞아. 나무는 방귀를 뀌지 않아! 사람들이 뽕나무 열매를 먹고 난 뒤 방귀를 뀌면서 붙인 이름이래. 뽕나무 열매를 오디라고 하는데, 맛과 영양이 좋아서 열매가 익으면 너도나도 먹었던 거지”

여전히 방귀라는 단어가 재미있는 어린 학생들은 방귀나무 뽕나무 이름을 외쳐 되며 수업 분위기는 시끄러워졌다.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뽕나무를 좋아하는 곤충은 무엇일까?

수업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선생님의 갑작스런 질문에 아이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여러분의 부모 또는 할머니는 이 곤충을 기르기 위해 뽕나무 잎을 많이 땄어!”

“힌트 주세요?”

“나방 애벌레야, 나뭇잎을 먹고 실을 토해내어 사람들이 이 실로 비단을 만들었지”

유튜브에서 봤을 아이들은 저마다 입에서 맴도는 곤충 이름을 대진 못했다.

우리 주변에서 뽕나무를 기르고 누에 치는 가구들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에게 누에는 낯설기 때문이다.

“누... 에...”

작은 소리로 대답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어떻게 이름을 알았지?”

“우리 할머니는 이 뽕나무 잎을 따서 누에를 길렀다고 했어요!”

자신 없는 듯 답변했던 아이는 천안의 뽕나무 보호수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 마을에 뽕나무가 많았다고 했어요”

“맞아! 70년대까지 우리나라 모든 곳에는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키웠어. 누에는 실을 토해 내고, 그걸 사람들이 모아서 팔았거든. 70년대까지 우리 국민을 먹여 살렸던 게 누에였단다.

그런데 80년대부터 누에 치는 사람들이 적어졌고, 자연스럽게 뽕나무 밭도 줄어들면서 우리 주변에서 뽕나무 보기가 어려워졌지.

그동안 우리가 입고 덮고 생활했던 천연섬유 대신 화학섬유가 대신하면서 혜정리 뽕나무는 외롭게 혼자 남게 됐지”

“그럼 다시 여기서 질문 하나 더?”

“안돼요. 그냥 얘기만 해주세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뽕나무와 누에의 역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뽕나무를 심었을까?”

“음. 조선시대! 고려시대! 일제 강점기!”

아이들은 저마다 아는 시대 이름을 외쳤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누에를 길렀어! 중국과 로마를 왕래했던 ‘실크로드(silk road)’가 바로 누에에서 뽑은 실로 비단을 만들어 거래했던 무역로인데, 수천 년 전부터 누에는 우리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곤충이었다는 거지.

누에를 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뽕나무가 필요했으니, 많은 국가에서 뽕나무를 길러야 했고”

“그럼 우리나라도 엄청 오래 됐겠네요?”

“우리나라도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가 누에 치는 것을 권장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누에를 길렀다고 봐야겠지.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에만 수천그루의 뽕나무를 심었다고 하고, 이 일을 담당하는 관리가 있을 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국가 일임에 틀림 없을 거야”

“와! 그럼 해정리 뽕나무의 나이는 수백 년! 아니 천 살이 넘나요?”

누에 사육 역사에 심취한 한 학생은 갑자기 해정리 뽕나무의 나이가 궁금해졌다며 선생님께 질문했다.

“해정리 뽕나무는 100살 정도 됐다고 알려져 있어. 아마도 일제강점기였을 거야. 이 시기는 쌀과 함께 경제적인 수탈을 목적으로 전국에 뽕나무를 많이 심었거든”

“그러면 요즘은 누에를 안 기르나요?” 학생들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의 누에 사육을 듣고 아쉬워하면서 마지막 질문을 했다.

“아니지. 누에는 여전히 우리에게 이로운 곤충이야. 곤충의학과 곤충식량 분야에서 누에는 다시 관심을 받고 있어. 많은 과학자가 연구하고 있으니, 여러분 중에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관심을 가져도 좋을 거야. 수업 끝!”

수업이 끝났다는 얘기에 아이들은 일제히 “네!”하고 흩어졌다.

천안시 수신면 해정리 315-6 : 뽕나무 98~108년(2022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