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악연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좋은 인연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각각 충남도정과 경기도정의 수장으로서, 또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로서, 지금은 도지사와 대선 후보로서 주요 현안마다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노출돼 또 다른 얘깃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이슈는 당진‧평택항 매립지 도계(道界)분쟁이었다. 민선6기 때인 2015년 5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해당 매립지 대부분이 경기도 평택시 관할로 결정되면서 충남도와 경기도 간 도계분쟁이 본격화 됐다.
양 지사는 도지사 후보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입장을 천명해 왔고 ‘당진‧평택항 매립지 관할권 회복’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2월 4일 대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경기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양승조 vs 이재명, 당진‧평택항 도계분쟁 등 현안 놓고 대립
이로 인해 전체 96만2300여㎡ 중 71%인 67만9500여㎡가 충남 당진 땅에서 경기 평택 땅으로 결정된 상태다.
당시 현직 경기지사였던 이 후보는 “평택항을 명실상부한 동북아 물류 중심항으로 구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제항으로 만들겠다”며 환영 논평을 냈다.
반면 양 지사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었다면 삭발 투쟁이라도 했을 것”이라며 분노를 드러낸 바 있다. 당진·평택항 매립지 도계분쟁 패소는 민선7기 도정의 최대 오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김홍장 당진시장이 일찌감치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 중 하나도 이에 대한 책임감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란히 출마한 양 지사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등 보편적 복지 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양 지사는 특히 평소 지론인 저출산‧고령화‧사회양극화 극복과 함께 획기적인 국가균형발전과 주4일제 도입 등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예비경선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양 지사는 예비경선 직후인 지난해 7월 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미지 정치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 내용을 보기보다는 한두 가지 이미지가 전 국민에게 확산되고, 그 이미지로 평가하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토로했다.
다분히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양 지사는 그 이후 국무총리 등을 지낸 정세균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비쳐 다시 한 번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재명 후보 육사 안동 유치 공약에 허 찔린 양승조 지사
이 후보의 육군사관학교(육사) 경북 안동 이전 공약 역시 양 지사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허를 찔린 셈이다.
육사 논산 유치는 민선7기 도정의 대표 공약 중 하나로, 황명선 전 논산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과 함께 지속적으로 공조해왔다는 점에서 그 충격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와 양 지사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을 노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양 지사는 이달 3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매우 당혹스럽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공약 재검토를 정중히 요청했지만 이 후보는 12일 독립기념관에 진행한 충남‧충북 대선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신흥무관학교와 안동의 역사성을 거론하며 재검토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록 이 후보가 “충남이 만족할만한 충분한 대안”을 약속한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된 내용은 없다는 점에서 양 지사의 난처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당진‧평택항 매립지 도계분쟁에서 시작해 민주당 대선 경선과 육사 유치(이전) 공약에 이르기까지 양 지사와 이 후보 간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대선 결과가 초래할 상황 변화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앞서 양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문재인의 사무총장’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는데,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이른바 ‘대통령 효과’를 극대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