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1] 심술궂은 느티나무와 지혜로운 까치...천안 오룡동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1] 심술궂은 느티나무와 지혜로운 까치...천안 오룡동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2.17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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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겨울 추위를 피해 돌아다니던 너구리가 느티나무 아랫줄기의 나무굴을 발견했다.

며칠 동안 굴을 찾아 헤매다가 만난 터에 너무 반가웠다.

“아! 쉬어가야겠다”라고 생각한 너구리는 굴에 들어오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런데 갑자기 나무굴에서 “웅~웅~”하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너구리가 급히 나오자 “네가 뭔데 여기서 자는 거야? 다른 곳으로 가!”하는 큰소리를 들었다.

느티나무가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난 내 몸에 누가 와서 자거나 사는 거 무지 싫어해. 귀찮으니까 가버려!”라며 고함을 쳤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오늘 이 동네에 처음 왔는데 잠시 잠만 자고 갈게!”하면서 너구리는 달래보려 했지만, 느티나무는 못 들은 척하면서 기분 나쁜 소리만 내고 있었다.

지나가던 참새가 당황한 너구리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 날아왔다.

“너구리야! 이 느티나무는 너무 예민해서 가까이 가면 고함지르고 이상한 소리로 얼씬도 못 하게 해! 그러니까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아!”

자신도 느티나무 구멍에 이사 왔다가 쫓겨났다며 이 동네에서 가장 심술궂은 나무라고 했다.

참새 얘길 들은 너구리는 고함치는 느티나무와 더는 실랑이를 하지 않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몇 달이 흘러 심술궂은 느티나무 주변으로 까치가 맴돌고 있었다.

까치는 주변에 신도시가 많이 생기면서 둥지 칠 곳을 찾지 못해 천안의 원도심지까지 날아왔다.

도시는 추위를 이겨낼 따뜻한 건물과 사람들이 남긴 음식들이 많아 조금만 적응하면 살만한 곳이다.

더욱이 심술궂은 느티나무가 사는 곳은 신도시로 사람들이 많이 떠났지만, 오래된 건물 주변에 크고 튼튼한 나무들이 있어 둥지 칠만한 곳도 생각보다 많아 보였다.

농촌지역이던 곳이 갑자기 신도시가 되면 까치가 둥지 칠 나무들이 먼저 베어지고, 도시가 완성되면 높은 전기시설의 까치집부터 부숴버리는 인심 때문에 까치가 살기에는 오히려 원도심지가 적당했다.

특히 심술궂은 느티나무는 높고 튼튼해서 더할 나위 없는 나무였다. 까치는 둥지를 치기 전에 느티나무와 얘기했다.

“느티나무야! 내게 둥지 칠 곳을 줄 수 있니? 생각보다 우리가 있으면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을 거야”

“아니! 필요 없으니까 그냥 다른 곳으로 가줘!”

역시 느티나무는 단호히 거절했다.

“내가 동네 할아버지의 얘길 들었는데, 옛날에 너는 마을 사람과 동물 친구를 좋아했다고 들었어. 매년 너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차리고 네 그늘 아래 사람들이 찾아와서 놀고 가는 걸 좋아했다고 말이야. 그리고 동물 친구들도 밤낮으로 너를 찾았다고 들었어!”

느티나무는 까치가 전해 들은 얘기를 듣고는 잠시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맞아. 옛날에 나는, 이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지. 크고 작은 마을 일이 있으면 항상 나를 찾아서 제를 올리거나 오랫동안 얘기하다가 갔었지”하며 느티나무는 3백 년간 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자신을 좋아했다고 까치에게 미소를 띠며 자랑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친구들이 너에게 가까이 가는 걸 싫어하지?”까치는 현재의 느티나무 행동이 궁금해서 다시 질문했다.

“나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마을로 떠났거든. 내 몸에 둥지를 쳤던 소쩍새와 솔부엉이 친구들도 아무 얘기 없이 나를 찾지 않았어. 몇 년간 그렇겠지 했지만, 수십 년이 흐르고 혼자 있다 보니 모든 게 귀찮아졌지”

느티나무는 오랫동안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서 자신이 귀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에 슬퍼하면서 지내다가 마음의 병이 생긴 것이다.

까치는 그런 느티나무에게 제안했다.

“그럼 나하고 친하게 지내보자!”며 말을 이어갔다.

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나는 다른 새들과 달리 봄이 오기 전에 둥지를 만들고 가족이 생겨. 어린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은 조금 시끄럽지만 다 크고 나면 아이들이 독립해서 나가서 살 거야. 대신 내 둥지는 여름에 새끼를 키워야 하는 파랑새나 도시에서 쥐를 잘 잡는 황조롱이가 내 둥지를 차지하러 찾아올 거야. 모두 나처럼 새끼를 키우려면 느티나무 너의 도움이 필요해”

까치는 느티나무를 설득했다.

“그리고 다른 친구도 더 올 거야. 네 줄기를 갉아 먹는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딱따구리가 찾아올 거고, 너하고 친해지면 줄기에 구멍을 내서 둥지를 만들 수도 있어. 그러면 그다음 해에는 오래전에 떠난 소쩍새와 솔부엉이도 찾아올 거야. 어때 나하고 친하게 지내볼까?”

“알았어. 까치야!. 너의 얘기를 들어보니 내가 너무 심술궂은 나무였네”

천안시 동남구 오룡동 111(중앙초등학교 앞) : 느티나무 314년(2022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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