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가족 체험기] 불편했던 1주일… 돌이켜보니 ‘웃픈’ 현실
[확진자 가족 체험기] 불편했던 1주일… 돌이켜보니 ‘웃픈’ 현실
코로나19 감염 고3 아들과의 동거… 긴장, 걱정, 불편,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
  • 황해동 기자
  • 승인 2022.02.2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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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독자가 보내온 ‘확진자와의 동거 체험기’를 콩트 형식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일부 내용 또는 표현이 확진자 또는 확진자 가족, 방역 당국자들의 마음을 불편케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 속, 한 순간의 쉼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자료사진/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자료사진/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독자 투고, 정리=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1주일 전이다. 회사 간부회의를 마치고, 말아놓은 소맥 첫 잔의 맥주거품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아빠, 나 독서실인데”

‘이 녀석, 또 돈 달라는 전화구만…’ 1주일, 아니, 한 달이 가도 돈 필요할 때만 말을 걸어오던 고3 큰아들 놈의 전화다.

“응, 왜?”

“독서실 친구들 몇 명이 코로나 확진됐대. 병원에 갔다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

“그래? 웬일이라니… 백신 2차까지 맞았는데 별일 있겠어? 아픈 데는 없어? 그래도 얼른 검사받아봐! 아빠가 갈까?”

“아니, 나도 걸렸을 수 있잖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다소 긴장됐지만, 애써 ‘감기와 비슷’하다고 되뇌며 소맥을 털어 넣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큰아들을 깨웠다.

“검사 결과 나왔니?”

잠이 덜 깬 아들의 대답이 늦었다.

“아… 아빠, 양성이라네”

어떡하지… 뭘 먼저 해야 할지 몰랐다. 아들 방문부터 닫았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가족들도 있다구…’

갑자기 확진 통보를 받는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뉴얼이라도 제대로 공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러스 창궐에 번호표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것 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도,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는데, 막상 내 아들에게 찾아왔다는 소리를 들으니 급 반성모드가 됐다.

“잘못했어요. 별 일 없게만 해주세요!”

 

일단 전날 병원에서 받아온 목감기 약을 먹이고, 수건, 쓰레기와 빨래를 모아놓을 비닐봉투, 세정티슈 등을 아들 방에 밀어 넣고, 식기와 다른 생활용품들도 별도로 챙겨놓았다.

아내와 막내아들, 나는 곧바로 PCR검사를 받았다.

‘내가 확진되면 지역사회에 연쇄적 파문이 일텐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의 4-5시간이 500시간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모두 ‘음성’.

“한 집에 사는 가족인데? 아무튼 아버지와 아들이란…”이라고 묻는다면, “음… 우리가족은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매우 존중해~”가 아니라, “학원과 독서실, 게임 등 고등학생 아들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음성 통보를 받자마자 아내와 막내아들을 급히 내보냈다.

“조심히 잘 지내, 1주일 후에 보자구…”

이렇게 평소 매우 어색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나와 큰아들의 ‘원치 않는 동거’가 시작됐다.

큰놈은 사춘기가 시작된 중학교 1학년 때 방문 닫고 들어갔다가, 이제 나올 때쯤 됐는데, 다시 문 닫고 들어앉게 됐다.

대전시청 선별검사소에 늘어선 검사자들(지난해 말). 자료사진/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대전시청 선별검사소에 늘어선 검사자들(지난해 말). 자료사진/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코로나19 초창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격리생활을 했었다.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과 같았다.

코딱지만한 방에서 1주일을 갇혀 지낼 큰놈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나 또한 답답한 1주일이 벌써부터 막막하게 느껴졌다.

일단 마스크 끈부터 조여 맸다.

급하게 구입한 소독제로 온 집안을 소독하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30분 이상 환기를 했다. 집안에서 추위를 느껴보기는 어린 시절 시골집 웃풍에 시달린 이후 처음이다.

끼니때마다 확진자 전용 식판에 반찬과 밥을 담아 방문 앞에 대령했다. 이 녀석은 뭐가 좋은지 목소리가 밝다.

안 그래도 해가 중천에 떠야 비비적거리며 일어나던 놈이 이젠 아예 하루종일 침대와 붙어있다. 핸드폰으로 영화도 보고, 친구들과 통화도 한다. 여자친구는 아파트 문 앞에 간식 등을 배달한다. 차암~ 지극정성이다.

나한테도 필요한 게 있으면 전화해서 ‘하인 부리듯’ 한다. 시도 때도 없다.

“아오, 저걸 그냥 확~”

그래도 다른 방도가 없다. 시키면 해야지…

불편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아무튼 확진자와 한 공간에 있으니, 나 또한 발이 묶였다. 음성이지만, 거의 확진자 신세다. 부모된 죄라더니…

 

한 이틀 잘 버티나 했다.

슬금슬금 컴퓨터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하더니, 3일째부터는 아예 ‘프로게이머’ 모드다. 밥도 컴퓨터방으로 배달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처방으로 받아온 약도 거르기 일쑤다. 울화통이 터진다.

‘야, 임마! 너 확진자라구!’

그래도 다행인 건 증상이 점점 사라진다는 거다. 의사 선생들의 말대로 감기와 비슷한 걸까.

처음에는 목이 아프다며 컥컥거리더니, 2일 정도 지나니 콧물이 난다고 했다. 코도 막히고. 기침과 재채기, 가래, 두통, 몸살기운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3-4일째부터는 콧물이 잦아들며 누런색을 띈다고 했다. 그러더니, 6일째부터는 아무런 증상이 없단다.

정말 감기증상만 아니면, ‘누가 보면 꾀병이라고 하겠네…’

보건소 등으로부터의 물품지원이나, 연락 등은 전혀 없었다. 이것도 ‘라떼’인가. 나 격리할 때는 푸짐한 재택지원 물품과 수시로 동선 체크하는 전화도 왔었는데…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무사히(?) 1주일이 지났다.

큰놈은 쌩쌩한데, 늙어서 그런가, 나는 힘들다.

극성맞은 바이러스마저 허락지 않는 전형적인 한국형 부자지간을 확인한 건 ‘의외의 소득’일까.

아무튼 다행이다.

“아빠, 나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그게 다 이 아빠가 분골쇄신, 지극정성, 사랑의 마음으로 보살핀 덕분이지~’라고 생색이라도 내고 싶다.

참 불편한 1주일이었다. 적어도 나한테는…

“하… 저놈 좀 어떻게 해주세요~”

1주일 동안 게임 등급이 급상승했을텐데,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이제 공부 좀 하자, 고3이다!”

 

※코로나19 방역에 애쓰시는 관계자들과 확진자, 확진자 가족 분들에게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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