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3] 버드나무, 이별과 그리움의 상징...천안시 청당동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3] 버드나무, 이별과 그리움의 상징...천안시 청당동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2.25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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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낙엽성 교목, 관목, 덩굴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진 버드나무는 극한 환경을 갖춘 북극 한대지역이나 고산지대에도 살 정도로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식물이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식물이 선택할 전략은 두 가지다.

환경에 순응하는 크기와 모습을 갖추는 일, 그리고 잡종을 쉽게 만들어 거친 환경에도 적합한 특유의 유전형질을 계속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 버드나무다.

다만 어떤 환경이라도 적응할 수 있다고 하지만 버드나무는 물을 특별히 좋아한다. 버드나무의 학명 Salix는 ‘sal(가깝다)’과 ‘lis(물)’의 합성어다.

물가에 사는 나무라는 의미로 버드나무는 물과 친한 나무라는 의미다.

낭창낭창한 줄기로 유속이 빠른 물가에서 버티는 갯버들, 물속에 잠겨도 살아남는 왕버들, 높은 산의 비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바위나 땅바닥을 바짝 붙들고 사는 콩버들 모두 남들보다 물과 친하거나 물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해 왔다.

버드나무는 마을도 좋아한다.

마을을 조성할 때,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물길을 찾는 일이다.

농사를 지어야 하고 음용수로 써야 할 물은 마을과 인구의 크기를 결정할 만큼 마을 입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은 버드나무 군락지로 입지의 물길을 찾고, 버드나무는 자신의 쓰임새를 적극 어필해서 사람 곁에 계속 머물러 왔다.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의 버드나무 주변은 신도처럼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주변은 논과 밭이 넓은 농촌 경관을 갖추고 있어 과거에도 이곳은 제법 큰 마을이었을 것 같다.

도로 옆에 한 줄로 서 있는 버드나무는 왕버들이다.

광장이나 너른 뜰이라면 14그루의 왕버들만으로도 근사한 풍경이 예상됐지만, 배경으로 아파트가 벽처럼 서 있다 보니, 보호수가 왜소해 보였다.

특유의 생명력도 외길로 다니는 차들과 도로를 조성하려고 오고가는 트럭들의 어수선함에 가려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끝난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화려한 버드나무 공연을 보면서 버드나무를 다시 보게 됐다.

당나라 수도인 장안에는 다리에서 이별하는 사람들이 수양버들 가지를 꺾어서 떠나는 사람에게 주어 평안과 무사함을 빌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도 우물가나 물가의 버드나무 앞에서 이별을 하고 떠나는 임을 그리워하거나 임을 만나는 장소로 묘사됐다.

조선 후기 회화에서 까치가 버드나무와 등장하면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전설에 나오는 이별과 재회의 의미를 띤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나폴레옹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 하면서 유럽의 정원 풍경으로 자리 잡았던 버드나무가 우리나 중국에서 봄날의 정취와 함께 ‘이별과 그리움’의 상징일 만큼 버드나무의 동서양 문화사는 넓고 깊었다.

그래서 올해는 봄을 상징하는 버드나무를 새롭게 보려 한다.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423 : 버드나무 14본 184년(2022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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