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5] 세상을 바꾼 버드나무...금산읍 아인리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5] 세상을 바꾼 버드나무...금산읍 아인리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3.02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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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원상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2400년 전,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에게 갑자기 산모가 찾아왔다.

산통으로 고통에 숨을 헐떡거리는 산모는 소리를 질러댔지만, 히포크라테스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쩔쩔 매고 있었다.

그때 산모의 시어머니는 나무껍질을 한주먹 꺼내어 “꼭꼭 씹어 먹어라!”하며 산모에게 줬다. 산모는 그 나무껍질을 씹어 삼키자마자 통증이 사라졌고 아이를 순산하게 됐다.

500년 전, 선조 5년(1572년) 8월에 훈련원에서 주관하는 무과시험에서 이순신은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는 시험 도중에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은 죽었구나!”고 여길 때 이순신은 일어나서 곁에 있는 나무로 절뚝거리며 다가가 그 껍질을 벗겨 다친 발목을 싸매어 묶고 나무 가지로 부목을 댄 다음, 말에 올라타 시험을 끝까지 완수했다.

히포크라테스와 이순신이 사용한 나무껍질은 모두 버드나무다.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육체의 고통을 가라앉히는 약으로 버드나무는 널리 사용됐다.

심지어 인류의 친척이던 네안데르탈인도 버드나무를 요긴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벨기에와 스페인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화석에는 입안의 유기물과 미생물이 모여 만든 치태(dental plaque)가 붙어 있었다.

당시의 네안데르탈인의 식생활과 미생물을 밝혀내는 단서였고, 연구자들은 치태에서 버드나무의 성분인 살리실산(salichlicacid)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염증 발생에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버드나무를 섭취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후 버드나무의 사용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서에 전해지면서 인간은 ‘인류 최고의 약’으로 평가받는 아스피린을 만들게 된 원동력이 됐다.

이런 나무의 효능감은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언어에도 나타나는데, ‘양치질’과 일본어 ‘요지’라는 단어이다.

이를 닦는 행위의 ‘양치질’이 아니라 버들 양(楊)과 가지 지(枝)로 우리 선조들은 버드나무 가지 끝을 솔처럼 만들어 이를 닦거나 그 가지를 씹어 구강염증의 치통을 멎게 했다.

버드나무 가지 사용 방법은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일본의 이쑤시개는 ‘요지’가 되었다.

21세기를 바이오경제 시대라 부른다.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전통지식과 신물질 추출기술을 통해 새로운 질병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일이야 말로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은 생물자원의 전통지식을 찾아 해당 생물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탐색하는 일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버드나무를 이용한 인류의 전통지식으로 아스피린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이제는 생물자원에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마침 금삼군 금산읍 아인리의 버드나무는 금산산업고등학교 정문 앞에 있다.

학생들이 등하교 길에 ‘세상을 바꾼 버드나무’를 보고 배운다면, 앞으로 위대한 과학자의 길을 가려는 학생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금산군 금산읍 아인리 107 : 버드나무 1본 221년(2022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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