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7] 은행나무 아래서 의롭고 선한 세상을 꿈꾸다...논산시 가야곡면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7] 은행나무 아래서 의롭고 선한 세상을 꿈꾸다...논산시 가야곡면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3.06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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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은행나무는 유교와 관련이 깊다.

중국의 성인 공자(BC 551~479)가 은행나무 아래 단(壇)을 만들어 제자를 가르쳤다는 행단(杏壇)에서 유래했듯이 유교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에는 은행나무가 심겨 있다.

고려 말과 조선시대의 국립교육기관인 성균관이 그렇고, 지방의 공사립 교육기관인 향교나 서원에 심는 나무는 대부분 은행나무다.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의 ‘행림서원(杏林書院)’에도 361살의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자리 잡고 있다.

행림서원의 은행나무 유래는 조선 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청남도 홍주군(지금의 홍성군)에서 태어난 사육신 성삼문(1418~1456)은 유년 시절에 잠시 논산에 거주했는데, 이때 심은 두 그루가 육곡리의 은행나무이다.

이후 다 자란 은행나무는 베어졌고, 나무 그루터기에서 다시 움이 돋아나면서 오늘의 은행나무가 되었다.

그래서 표기된 나이보다 실제 은행나무 나이는 육백 살 가까이 봐도 무방할 것이다.

행림서원은 만죽헌(萬竹軒) 서익(1542~1587)을 중심으로 도애(挑崖) 이소(李韶)라는 유학자를 함께 모신 서원이며, 말 그대로 은행나무 때문에 ‘행림’이라고 부르게 됐다.

서익은 문장과 서예가 뛰어나 이이·정철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문인들과 깊은 교우관계를 맺을 정도로 당시 조선의 주류 인사였다.

특히 백성을 편안케 해 나라의 근본을 튼튼히 하고자 애썼던 율곡 이이의 마지막 날을 함께한 인물로 유명하다.

당시 기록(졸기, 卒記)은 선조수정실록 18권에 자세하게 남겨져 있는데,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

1584년 음력 1월 15일, 서익은 백성을 위로하고 민심을 듣는 순무어사(巡撫御使)에 발탁되어 부임지인 함경도로 가기 전, 율곡 이이를 찾아갔다. 앞서 국방을 책임졌던 율곡은 말년에 깊은 병세에도 불구하고 서익에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6가지 전략(육조방략, 六條方略)을 알리고 혼절한 뒤, 다음 날 사망했다고 실록은 전하고 있다.

율곡 이익은 시대 변화에 둔감하고 백성을 생각지 않으면서 국력이 소진되어 가는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했던 대학자이자 관료였다.

율곡은 31살 때부터 ‘마음을 바로 해 정치의 근본을 세울 것’, ‘어진 이를 등용하여 조정을 맑게 할 것’, ‘백성을 편안케 해 나라의 근본을 튼튼히 할 것’이라는 ‘시무삼사(時務三事)’를 비롯해 39살 때는‘제도 개혁과 백성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상소(만언봉사, 萬言封事)를 올려 우유부단한 선조와 조정을 일깨웠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9년 전, 율곡은 선조에게 ▲어질고 똑똑한 인물을 임용할 것(임현능, 任賢能) ▲군사와 백성을 양성할 것(양군민, 養軍民) ▲국가 재정을 충족시킬 것(足財用) ▲국경을 견고하게 지킬 것(고번병, 固藩屛) ▲전쟁에 쓸 군마를 준비할 것(비전마, 備戰馬) ▲백성을 가르쳐 좋은 방향으로 나가게 할 것(명교화, 明敎化) 등 시급하면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일이라며‘시무6조’를 건의했다.

당시 임진왜란 중에 전시내각을 지휘했던 서애 유성룡(1542~1607)도 반대했을 만큼 율곡의 주장은 외면당했고, 그 결과 조선은 임진왜란이라는 참혹한 칠년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생애 마지막 날, 서익과의 만남을 자제들은 반대했었다.

그런데도 율곡 이이는 “나의 이 몸은 다만 나라를 위할 뿐이다. 설령 이 일로 인하여 병이 더 심해져도 이 역시 운명이다”라며 서익에게 자신의 시무 6조를 다시 한번 절절히 토로한 뒤에 사망했다.

율곡은 백성을 위하는 일이 정치의 근본임을 내세워 ‘자신의 수양’과 ‘시스템 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실천했다.

이는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에게 ‘인(仁)’을 실천하도록 가르쳤던 점과 유사하다.

그래서 행림서원은 의로운 세상과 선한 세상을 꿈꾸던 자의 역사가 흐르는 장소라 할 수 있다.

논산시 가야곡면 육곡리 394-1 : 은행나무 2본 361년(2022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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