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보석’ 온기, 동네 구석구석 실어나릅니다”
“검은 보석’ 온기, 동네 구석구석 실어나릅니다”
연탄으로 나누는 사랑 I 신원규 대전연탄은행 대표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2.07.1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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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없는 사람들에게는 ‘검은 보석’으로 불린다. 자신을 태워 빛을 발하는 촛불처럼 연탄 또한 몸을 불살라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한다. 자신의 삶을 바쳐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복이 이와 다를까? 이웃에게 전하는 행복은 자신에게 몇 갑절이 되어 돌아온다.

겨울철 어려운 이웃들에게 ‘검은 보석’으로 비치는 연탄과 함께 이웃의 행복한 삶을 위해 봉사하는 주인공이 있다. 대전연탄은행 신원규(새하늘 장로교회 목사·52·사진) 대표. 지난 1일 그를 만났다. 이날 오전 찾은 대전 동구 대전연탄은행 사무실은 온기가 없었다.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무료로 연탄을 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사무실에는 그 흔한 온열기기 하나 없었다.

“연탄은행은 연탄을 난방으로 하는 독거노인이나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등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연탄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연탄은행은 전국 33개 지점을 갖춘 비영리 민간단체다. 원주 밥상공동체가 중심이 돼 시작했으며 대전은 2005년 11월 12번째로 문을 열었으며 올해로 7년째 1500여가구에 지원한 연탄만 수십만 장에 달한다. 충청에는 대전을 비롯해 금산, 서산, 보령, 공주, 충북에서 동참했다. 개인과 기관, 단체의 후원을 받아 저소득층 등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무료로 지원한다.

2005년 11월 문 열어 저소득층 1500여 가구에
한 해 25만장 전달 천안·전라도로 원정 지원도
“나눌수록 커지는 게 행복 함께 느껴보지 않으실래요?”

그는 대전 5개구 곳곳을 누빈다. 은행이 개설되지 않은 천안과 전라도 일부지역까지 지원을 나간다. 후원과 관심이 늘어 각 구마다 분점을 내고 싶은 이유다.

김 대표는 연탄 지원을 위해 트럭을 별도로 구입하고 ‘검은 보석, 사랑의 연탄 나눠요’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후원과 봉사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각 자치구 푸드뱅크와 연계해 음식도 지원한다. 오래된 연식이지만 냉동 탑차와 냉동고도 마련했다. 전셋집에 살지만 이웃을 위해서는 그마저도 내놓을 분위기다.

“아직 푸드뱅크 봉사는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구청에서 각 구에 1개만 허용이 된다고 하네요. 복지법인으로 내야 한다고 하니…” 답답함도 호소했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을 사서 하느냐, 연탄은행이 연탄 파는 곳이냐” 등의 질문을 받으면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난단다.

지원 대상을 추천해주는 구청과 동 주민센터 간 협조가 부족한 점도 안타깝다. “기관 간 네트워킹이 안 돼 중복 지원되기도 하고. 심지어 복지만두레에서 추천한 명단도 반복되거나 이사, 사망 등을 확인하지 않고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공기관에서조차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의 뒷말이 씁쓸함을 더했다.

김 대표는 연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털어놨다. “아버지께서 탄광에서 40년을 일하셨어요. 저도 고등학교 졸업 직후 강원도 태백, 사북 등지 탄광에서 일했고요. 검탄 등 관련 자격증만 3개나 있어요. 전국 지점 중에 저처럼 연탄과 인연 깊은 사람은 없을 걸요.”(웃음) 기막힌 우연이지만 김 대표는 연탄과 함께 봉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연탄은행 일을 시작한 계기는 따로 있다. 신학대학 졸업 후 목회일로 12년 전 대전 대동을 찾았을 때 너무나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어떤 식으로든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장애 이동봉사, 도시락 배달, 무료 진료 봉사 등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도울 방법을 찾던 중 연탄이 필요한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원주에 직접 연락해서 시작을 하게 됐지요.”

지난해 지원한 연탄만 25만장이다. 후원과 봉사가 주말에 이어져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연골이 찢어져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꼬깃꼬깃 접힌 천원자리, 만원짜리 한 장을 건네며 “맛나는 거 사드세요”라고 하며 눈물지을 때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없이 살지만 살아가는 정을 배우고 느끼는 거죠. 봉사활동 하러 오는 학생들도 정기적 후원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에게는 연탄은행 일 외에 또 다른 소망이 있다. 공간이 확보된다면 학생과 주민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싶단다. 물론 연탄은행과 함께 푸드뱅크 봉사를 함께. 그러나 아직까지 건물이나 땅을 기증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연탄을 저장하는 창고도 넓어졌으면 좋겠다. “1가구당 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1000장 정도가 필요합니다. 현재 창고로는 4000장밖에 저장이 안 되는데, 대전에 연탄 필요가구가 1300여가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10만장 정도 저장이 가능한 창고가 필요합니다.” 공주에는 18만장 저장 창고가 있단다.

선거철 때마다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표를 파는(?) 정치인들에게도 쓴 소리를 했다. “달랑 연탄 1000장 후원하고 100여명이 몰려와 사진 찍고 돌아가면 끝입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고 지속적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어려운 사람들을 이용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김 대표의 바람은 연탄은행이 하루빨리 문 닫는 것이다. 연탄을 받아 겨울을 나야하는 가정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도 연탄은행이 없어질 때가지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어떤 할머니가 저에게 묻더군요. “목사님, 어떻게 사는 게 편안한 겁니까.”라고. 그분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행복은 나눴을 때 커지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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