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대신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 여성가족부는 폐지하겠다. 김오수 검찰총장, 알아서 스스로 사퇴해라.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 인사는 자제하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 핵심 관계자들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무섭게 내뱉은 화두들이다.
하나같이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며, 선전포고와 같은 지엄하신 ‘어명(御命)’으로 들린다. 국민과의 쌍방 소통은 없고, 그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대로 ‘나를 따르라’는 식이다. 혹여 반기라도 들 경우 가차 없이 몽둥이를 휘두를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다.
이에 네티즌들은 “점령군 같다” “왕조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불안감을 호소하며, “일의 우선순위 선정에서부터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화급한 사안이 수없이 많은데 시대착오적인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나 일삼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말 이런 이슈가 촌각을 다툴 정도로 화급한 사안일까? 일반 국민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민생문제일까? 일의 우선순위(Priority)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경영 KBS 기자는 16일 “당선되면 당장 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 헌법이 보장한 보상을 하겠다. 경제를 살리겠다. 민생을 챙기겠다. 과학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 일들에 대한 로드맵이나, 또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서 당선자가 취임 이후 남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같은 사안들이 국정의 우선순위 맨 앞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특히 청와대 이전문제의 경우 윤 당선자와 주변에서는 처음엔 광화문 청사로 집무실을 옮긴다고 했다가 다시 용산으로 수정하더니, 이제는 국방부쪽으로 검토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을 펜타곤(국방부)으로 옮기겠다는 발상으로, 이게 실현될 경우 단연 해외 토픽감이다.
옮기는 이유를 ‘소통’이라고 강변하면서도, 정작 김은혜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은 “청와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제로”라고 아예 일방적으로 오금을 박았다. 쌍방향이 허용되지 않는 일방 소통만 존재할 뿐이다.
국가의 가장 핵심 중추기관인 청와대 이전문제를 두고 정작 국민과의 소통은 내팽개쳤다. 이전해야 할 당위성이나 합리적 논거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풍수지리나 주술적 배경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체 누구와 무엇을 소통하겠다는 건지 그저 아리송할 따름이다. 민주적 공론의 과정이나 절차는 깡그리 무시됐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16일 윤 당선자와 인수위 관계자들이 점심식사 후 경복궁역 앞을 산책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한 장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점심 식사 후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산책하는 사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