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일기] 한국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의 사랑 이야기
[다문화일기] 한국 시어머니와 베트남 며느리의 사랑 이야기
  • 후이탄튀
  • 승인 2015.04.08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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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후이탄튀 베트남] 하얀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양지의 벚꽃도 속살을 내보입니다. 긴긴 겨울이 언제 끝나나 했는데 봄이 왔나 봐요.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봄이네요.

그때 나는 깜짝 놀랐어요. 벌써 한국에 온지 5년이 됐구나. 눈 깜빡한 사이에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5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다시 생각해보니 행복했던 것 같아요. 사실 나뿐만 아니라 시집 간 며느리들 대부분이 행복도 있고 슬픔, 괴로움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행복이 신랑을 잘 만나서 행복하기보다는 시부모님 잘 만나서 행복했든 것 같아요. 한국에 오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 남편이 장남이라 부모님과 같이 살고, 농사를 오래전부터 짓고 있던 터라 한국도 베트남에서처럼 고부간 사이가 좋지 않을까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상상만 해도 많이 힘들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시부모님과 어떻게 지낼지 정말 걱정스러워서 포기할 뻔 했는데 다시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 운명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한국에 왔어요.

그런데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어머님과 남편이 같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를 보고는 멀리서 오느라고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이하면서 따뜻하게 저를 안아 주셨습니다. 도착하기 전까지 마음속으로 불안했던 게 없어지면서 안도감이 생겨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참 행복했어요.
 

어머님뿐만 아니라 아버님도 참 잘 해주시고 친절히 대해주셨어요. 앞으로 나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참 편안했어요.

5년을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시부모님께서는 저를 딸처럼 생각하시고, 저도 시부모님을 친부모님처럼 생각해서 편하게 지냈어요. 그래서 항상 마음속으로 시부모님께 고맙고 죄송해서 사랑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한국에서 살면서 힘든 일이나 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어머님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났어요. 어머님께서는 저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고 일도 시키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어머님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많이 바쁘고 힘들어 하세요. 그래도 집에 오시면 화내지 않고 항상 웃으면서 저에게 미소를 지우셨어요. 그래서 나는 어머님께 정말 감동받았어요. 어머님께서는 평생 고생만 하셨고 희생도 많이 하셨어요. 자식들 위해 몹시 힘든 일도 다 견디시면서 열심히 일하시고 노력도 많이 하셨답니다.

그리고 나와 남편이랑 싸웠을 때마다 어머님께서 화해 해주셨어요. 남편하고 싸워서 속이 상해 울고 있으면 어머님께서 더 속상해 하셔서 정말 죄송했어요. 그러면 어머님께서는 우리 아들 때문에 고생한다면서 더욱 더 잘해 주셨답니다. 정말 후회가 됐어요. 남편과 싸우지 말걸 그랬어요.

그리고 어머님은 정말 자상하신 분이에요. 저한테 항상 관심을 가져 주시고 내가 뭐가 필요 하는지 말을 안 해도 어머님께서 다 챙겨줘요. 그래서 항상 마음속으로 어머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너무 잘해주셔서 저도 결심했어요. 시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잘 도와드리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참고 노력하기로 했어요. 다들 항상 서로 위해 주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나라에 와서 누구나 살면 살수록 힘들 때도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인데 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너무 힘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한국말이나 한국문화도 아직 잘 익숙하지 않아서 설날이나 추석 때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이제 나는 아기 엄마가 되어서 부모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했어요. 나의 부모님과 시부모님 정말 사랑해요. 한국에서 농사짓는 분들 정말 고생이 많아요.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농사짓는 방식도 달라요. 우리 시부모님은 더운 날이나 추운 날에도 상관없이 열심히 일해요. 부모님이 힘들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속이 상해 죽겠어요. 그래서 운적도 많답니다.

이른 새벽 4시부터 밭에 가시면 저녁 여덟시에 집에 오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까지 일하시고 오는 모습이 안타까워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밭에 가서 일한지 얼마 안돼서 아기가 생겨서 그만 못하게 되었습니다. 힘들다고 부모님께서 못나오게 하셨거든요.

그래서 농사대신에 집안 살림을 잘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시부모님께서 밤늦게 집에 오시는 날에는 따뜻한 밥상을 차려드리고 같이 식사하면 분위기가 따뜻하고 정말 행복했어요. 시부모님이 일할수록 몸이 너무 힘들어서 건강이 점점 나빠졌어요. 어머님, 아버님 남편 모두 예전보다 많이 늙어 시고, 흰머리도 많이 생겨 마음이 정말 속상해요.

만약 저에게 세가지 소원이 있다면 첫째 시부모님과 저의 부모님이 항상 건강하시고, 둘째 부모님들이 늙지 않도록 시간이 지나가지 말고, 셋째 우리 가족 항상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밤마다 기도해요. 우리 가족 계속 이렇게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나도 우리가족 위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도 더 많이 할 거예요.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으로 생각하면서 내 인생의 행복을 지킬 겁니다.

※ ‘다문화 일기’ 시리즈는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회장 박옥진, 042-825-7233)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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