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인생의 숨
[문화 칼럼] 인생의 숨
  • 이양희
  • 승인 2022.03.26 0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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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갤러리숨 관장 (예술치유 전문강사 / 아트스토리텔러)
이양희 갤러리숨 관장 (예술치유 전문강사 / 아트스토리텔러)

[굿모닝충청 이양희 갤러리숨 관장] 어릴적 나이 오십은  정말 아주 정말 끔찍하게 나이 많은 어른이었다.

아니 어른이라는 명사를 넘어선 아주 오래된 할머니 곰방대 같은,어머니의 낡은 찬장이나 .닳고 닳은 반들거리는 문지방, 장독대 속의 곰삭은 그래서 소금기로 뭉치고 뭉쳐진 씨간장 같은...

감히 범접할수 없는 그 세월의 켜켜한 냄새는 가늠 할수도 상상할수도 없는 색깔이고 무게여서 멀고도 먼 고려적 이야기 같은 세월의 먼 이야기였다.

건방지고도 무모하게 젊고 어린치기에 감당하기조차 힘든 일들이 밀려오면 그 세월의 힘에 기대어 얼른 지나갔으면...

설익은 마음이 내 어설픈 실수나 단단하지 못한 마음들이 유일하게 핑게댈수 있는 것은 빨리 세월이 지나기를 얼른 그 날의 어른이 되었으면 상상하고 꿈꾸면서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시간과  내게 오지 않은 그 무한한 삶에 잠시 의지해서 젊은 나를 잊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무지막지하게 멀고도 멀었던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나이 오십은 다 끝날거라 생각했다.
아름답고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여자이고 그저 인간으로도 꽤 괜찮은 것들은 모두 젊은 세월에 기대어 있는 풍경이라 생각했다.

엄마가 보여준 오십은 늘 희생하고 자식이 먼저인 오직 자식들만의 삶에 의지한 존제로 인식되어서 여성성은 다 잃고 엄마는 오직 엄마였기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 당신의 삶이 사랑이 있었음을 이젠 짐작할수 있다.

가보지 못한 나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 그 이상 그 상상을 넘어서는 삶을 살수있고 눈물의 무게만큼 고통의 크기만큼 내가 감히 예측할수 없는 인생의 축복과 선물도 함께 있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법칙 같은 것 이어서 운명이 설사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 해도 그 확고한 운명조차도 어찌 할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운용하는 방향과 의지대로 갈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어렴푸시 깨달아가고 있다.

젊은 날 고통으로 느끼고 버겨워 했던 것은 나이듬이 그저 일상이고 시간의 양념 같은 것이어서
현실의 무게는 오직 내것  뿐 아니라 가족과 더불어 타인의 무게도 같이 견뎌야 한다는 것 정도는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것이다.

언젠가 엄마가 이젠 내 나이가 몇살인지도 모르겠다 말씀하셨는데 나엮시 나이를 세는것이 의미를 두고 싶지 않은 중년이 되었다.

아직도 반쯤 설익은  생반죽과 익은  반죽이 뒤섞여 있는 떡시루에 담긴 설기같은 나이...

그래도 지금 꿈을 꿀 수 있어서 좋다. 꿈이 있어서 좋다.

오십에 갤러리를 시작했을 때 왜 시작하냐고 지금 다른 사람들은 인생을 슬슬 정리할 나이라고,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를 잘 들까 걱정하는데 왜 무모하게 일을 시작하냐고, 반 이상은 그렇게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상관 없다.
내 인생이니까.
누구로부터 지지받거나 응원은 기대한적도 없다.
늘 여자라는 이유로 저지당하고 꿈은 때때로 거세당하고 그런 시선은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다.

꿈꿀 수 있는 힘.
날것으로 생생히 살아서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고 사람으로 되어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나이듬과 상관없이 꿈꾸는 사람만 만날 수 있는 나일 것이다.

그저 생명으로 살아있으니 쉬는 들숨 날숨이  아닌 영혼의 숨 그것은 꿈이다.
숨 만 쉬는 것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하여 나 답게 살아내는 것.
그곳에 온전히 완성되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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