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백 만평] 아카데미상 '감동수어'...이보다 못한 정치인의 '혐오발언'
[서라백 만평] 아카데미상 '감동수어'...이보다 못한 정치인의 '혐오발언'
  • 서라백 작가
  • 승인 2022.03.29 15: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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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서라백]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당혹스런 상황이 펼쳐졌다. 남우주연상 후보 윌 스미스가 사회자 크리스 록의 뺨을 갈긴 것이다. 자신의 아내를 조롱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그래서인지 크리스 록이 맞을 짓을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어쨌든 윌 스미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자신의 폭행을 사과했다(이 해프닝이 사전에 잘 짜여진 각본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면 종종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수위 높은 개그가 등장한다. 질펀한 성적 농담에 더해 인종 코드(흑인이 스스로 자기 피부색을 비하하는)도 거침없이 활용한다. 하지만 이 풍자의 본질은 성차별과 제노포비아가 만연한 사회현실을 역설적으로 꼬집고 비트는데 있다. 크리스 록의 위험한 개그가 지금까지 용인됐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고, 풍자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사회적 약자나 차별받는 소수자라면 그것은 '폭력'이 된다. 크리스 록은 질환때문에 탈모증을 겪고 있는 윌 스미스의 아내를 조롱하며 이 금기를 넘어섰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렸다가 결국 '싸대기'라는 물질적 폭력으로 응징당했다. 

시상식에서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반전되는 장면도 있었다. 영화 '코다'에 출연한 청각 장애인 배우(트로이 코처)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가 수어로 전한 수상소감은 "모든 장애인에게 이 상을 바친다"였다. 관객 또한 소리가 나는 박수 대신 손을 반짝반짝 흔드는 수어로 응답했다. 평범한 소감이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무척이나나 뭉클하고 무겁다. 우리는 이것을 '감동'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시위를 비판했다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혐오 조장과 갈라치기는 기득권 권력이 즐겨 써왔던 단골 메뉴. 대선 전 여성 혐오 코드가 이번엔 장애인 혐오 코드로 이어진 셈이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이러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그 당이 옹립한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기정사실화했다. 

사람의 입은 글자그대로 '입'이지만 짐승의 그것은 '주둥이'라고 한다. 감동도 없고 철학도 없는 '혐오의 씨앗'을 뿌리며 대중을 갈라치는 저들의 입은 사람의 것인가 짐승의 것인가. 우리는 이것을 '아가리'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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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nswn 2022-03-30 16:05:43
아가리 는 이럴 때 쓰는 거네요, 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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