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초, 도심 속 자연에서 참된 인성을 기른다
대전 유성초, 도심 속 자연에서 참된 인성을 기른다
[학교가 재밌다] ⑥ 대전서 가장 넓은 부지에 연못·사육장까지 갖춘 대전유성초등학교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5.04.10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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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 벚꽃길에서 '학교사랑 자연사랑' 문예대회를 펼치고 있는 학생들.

[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대전 유성구 도심 한 가운데에 산새가 지저귀는 자연이 있다. 향기로운 꽃내음과 동물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바로 유성초등학교로, 도시 아이들인 학생들은 지렁이와 쥐며느리, 콩벌레를 잡으며 놀기도 한다.

유성초는 도심 속에 넓은 자연을 만들고, 단지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닌 체험을 통해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참된 인성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넓은 부지에 다양한 동식물…자연에서 인성을

5만 3000㎡의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유성초에는 각종 동·식물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8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답게 세월의 기세를 떨치는 높은 나무들부터 이필하 교장이 지난해 부임해 가꾸기 시작한 수백 여 종의 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교정을 뽐낸다. 유성초 교문을 경계로 도시와 자연으로 구분될 정도다. 방대한 식물과 산새소리, 꽃향기는 아이들이 오감으로 자연을 한껏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성초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수백 종의 꽃이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학교 뒤편을 메우고 있으며, 온실에도 다양한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아이들은 학기 초 5명이 한 모둠이 돼 하나의 화분을 맡아 씨를 심고 기른다. 1년 동안 관찰하고 일지를 쓰는 등 직접 식물을 키워보는 체험을 하며 협동심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배운다.

교내 사육장에는 수십여 마리의 토끼와 비둘기, 잉꼬, 금계, 백한 등의 각종 새가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인근의 천양원에서 데려온 토끼는 처음 두 마리였던 게 1년 새 20여 마리로 늘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등굣길에 있는 사육장에 들러 토끼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는다.

또 인근의 연못에서는 금붕어와 함께 아이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연꽃과 부레옥잠, 개구리밥 등의 수생식물을 기르고 있다. 수생식물은 과학실로 옮겨 수업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식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을 습득한다.

신나고 재미있는 눈높이 진로체험과 독서교육

현재 16학급인 유성초는 전체 교실이 21개로 여유가 있다. 이를 활용해 방과후학교도 각 지정교실에서 따로 운영 중이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각 교실에 진로체험 부스를 만들어 일주일간 운영하기도 했다. 직업별 유니폼과 용품이 마련돼 있는 진로체험 부스는 그 교실에 들어가면 간호사와 경찰, 군인, 의사, 선생님, 운동선수 등의 복장을 입고 직접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은 역할극을 하며 신나고 재미있는 진로체험을 했다.

또 유성초 아이들은 ‘책방나들이’를 통해 책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독서습관을 기르고 있다.

선생님과 함께 한 학급 전체 학생이 지하철을 타고 책방나들이를 가서 각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하면, 학교에서 책 대금을 지불해 준다. 학교는 아이들이 책방나들이를 즐거운 소풍과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책을 사는 습관을 기르고 책과 보다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진로체험활동을 통해 역할극을 하고 있는 학생들.
   
▲ 교내에 다양한 꽃을 직접 심으면 자연체험을 하는 학생들

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 인성에 ‘힘’

지난해 여름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 유성초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방학 내 운동장에 수북하게 자랐던 잡초가 말끔히 없어진 것이다. 사정은 이랬다. 곧 개학인데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할 운동장에 잡초가 수북하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주일 동안 새벽시간에 잡초제거를 한 것이다. 당시 이 사례는 지역사회에 미담 사례로 널리 소개되기도 했다.

유성초 인근에는 천양원과 성세재활학교가 있고, 교내에도 13명의 천양원 아이들이 있다. 두 곳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사육장에서 기를 동물을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도 나서서 아이들의 바른 인성 함양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유성초 학생들은 저마다 먼저, 남들보다 더 많이 베푸는 주변 이들을 보고 배우며, 베풀 줄 알고 먼저 선행을 실천할 줄 아는 인성이 바른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 이필하 교장

아이들 위해 1년 내내 까맣게 그을린 얼굴

“교장실에 전화하면 맨날 안 받으니, 사람들이 왜 교장이 교장실에 없냐고 그래요. 지난해는  오래되고 방치된 위험한 시설물들을 고치고, 식물 심고, 도움 얻으러 여기 저기 다니고… 학교 가꾸느라 교장실에 앉아있을 틈이 없었어요. 덕분에 1년 내내 까맣게 탄 얼굴로 지냈죠.(허허)”

이 교장은 지난해 부임해 쉴 새 없이 학교 곳곳을 손보며 지금의 아름다운 교정을 만들어 냈다.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연못과 쓰레기장이었던 온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던 등나무 벤치, 쓰이지 않는 사육장 등은 이 교장의 손을 거쳐 아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교육 터로 변신했다.

그는 “인성교육은 지식으로 전달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 봐야 알 수 있다”며 “자연을 접한 아이들이 착하다.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자연을 체험하고 자연 속에서 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무를 심는 것보다 해충을 막고 물을 주며 꾸준한 관심을 갖고 키우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나쁜 것은 가지치기를 해 주며 바른 길로 올 곧게 나아갈 수 있도록 매일매일 애정과 사랑을 쏟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오늘도 학교를 돌며 아이들과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고, 식물을 돌보며 자연 속에서 오감으로 배우는 인성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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