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형 고교학점제] ‘왁자지껄’·‘스카이클래스’… 자기주도 학습 최적화 교실
[대전형 고교학점제] ‘왁자지껄’·‘스카이클래스’… 자기주도 학습 최적화 교실
[굿모닝충청-대전시교육청 특별기획]-1
교과교실제 ①-서일고‧대전여고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2.04.1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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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직접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해 학습 동기와 흥미를 유발하고,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를 찾게 함으로써 진로 개척 역량을 기르겠다는 취지다. 급변하는 교육시스템 속 안정적인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대전교육청 노력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나무를 형성화해 천장에 연두색 조명을 단 대전여고의 도서관/굿모닝추청 김지현 기자
나무를 형성화해 천장에 연두색 조명을 단 대전여고의 도서관/굿모닝추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교육전문가 등은 이 물음에 대해 입을 모아 ‘공간’이라고 답한다.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맞춤형 교육 실현’이라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따라, 다양한 학습 활동 유형을 지원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학교마다 학생 및 유휴 교실의 수가 다르고 원하는 과목이 달라, 그 규모와 형태에 맞는 공간을 조성하는 게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래서, 대전시교육청이 나섰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려 사전 안내를 통해 학교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공간을 설계하고,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사용자 참여 설계 방식을 통해, 학교별 최적화된 교과교실 공간을 마련해낸 것.

올해 대전지역에서 교과교실제를 통해 새로운 공간이 조성된 곳은 ▲서일고등학교 ▲대전여자고등학교 ▲동방고등학교 ▲대전신일여자고등학교 등 4개교다.

교과교실제의 취지를 완벽히 구현해낸 시교육청의 비결과 완성된 공간을 알아보고자, 지난 13일 서일고와 대전여고를 찾아갔다.

올해 새롭게 바뀐 서일고 홈베이스/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올해 새롭게 바뀐 서일고 홈베이스/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교과교실제란?

교과교실제는 교사들이 각 학급을 찾아 수업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교과별 특성화된 교실 환경을 마련하고, 학생들이 교과별 전용 교실을 찾아 이동해 수업을 듣는 수준별‧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뜻한다.

시교육청은 대전형 교과교실제 도입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서류 작업 등을 거쳐 대상 학교를 선정했으며, 겨울방학 동안 해당 학교 4곳의 공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시교육청은 획일적인 리모델링이 아닌, 학교별 특징을 반영하기 위해 ‘사용자 참여 설계’ 방식을 택했다.

시교육청은 먼저 시설과 직원 13명으로 구성된 ‘학교 공간혁신사업 촉진자’를 구성했다. 촉진자는 교사 및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건축학적 언어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결과적으로 모든 학내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서일고등학교

서일고의 기존 미술실(좌)과 교과교실제 조성 사업을 통해 바뀐 르네상스실(우)/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서일고의 기존 미술실(좌)과 교과교실제 조성 사업을 통해 바뀐 르네상스실(우)/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서일고는 각 학년 홈베이스와 3층의 미술실 등 총 9곳이 시설변경 공사를 통해 새롭게 바뀌었다.

3학년 홈베이스의 경우 교실과 복도의 벽을 허물고 2.5실을 한 공간으로 합쳤다. 1‧2학년보다 상대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수요가 높은 3학년 학생들을 위해,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자습할 수 있는 곳과 토론할 수 있는 곳을 분리한 것이다.

특히 1학년 홈베이스 ‘왁자지껄’, 2학년 홈베이스 ‘도란도란’, 3학년 홈베이스 ‘상상 카페’의 이름은 학생들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그만큼 아이들의 애정이 높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강민구 학생/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강민구 학생/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2학년에 재학 중인 강민구 학생은, 올해 새롭게 변한 공간 중에서도 1층의 르네상스 실(미술실)을 으뜸으로 꼽았다.

“교실이 전반적으로 깔끔해지면서 수업을 받을 때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특히 저의 진로는 미술과 관련된 분야라 르네상스 실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책상의 넓어져 연필 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 편리해지고, 안에 TV 또한 커져 작품을 보기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 실의 경우 기존 공간에서 단순히 구조와 기자재만 바뀌었는데,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서일고는 기존 복잡했던 과학실에 각종 실험기구를 수납할 수 있는 실험장을 두고 수도와 배선을 바닥에 매립함으로써, 보다 깔끔하고 안전한 교실을 만들어냈다.

정몽주 국어교사/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정몽주 국어교사/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정몽주 국어교사는 홈베이스 등 학생 거점 공간이 새롭게 구성되며 학생들의 자율학습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고교학점제의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제고’라는 취지가 실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과교실제 공간조성 사업을 통해 새롭게 변화된 교실 환경 속에서 개인의 맞춤형 진로 수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제일 큰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의 변화가 수업의 변화를 가져왔고 수업방식의 변화를 통해 학생들이 더 집중하게 되면서, 학습 내용의 전달성 등이 그 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또 교과교실제 공간을 조성하면서 홈베이스와 같은 학생 거점 공간을 층별로 구성했는데, 그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현재 학생들은 그 공간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율학습 또한 그 안에서 하겠다는 학생들이 늘어났습니다. 이 같은 점을 볼 때 자율학습 정책이 활성화됐다고 생각됩니다.”

대전여자고등학교

대전여고의 기존 구조스터디카페 전 사진(좌)과 리모델링 후 사진(우)/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대전여고의 기존 구조스터디카페 전 사진(좌)과 리모델링 후 사진(우)/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교과교실제 공간조성에 참여한 학생들의 의견이 거의 그대로 구현됐다는 평을 받는 대전여고는, 올해 6곳의 교실이 새 옷을 입었다.

그중에서도 ▲구조스터디카페 ▲스카이클래스 ▲도서관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장 자주 찾는 공간이다.

구조스터디카페는 편하게 자습을 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카페 분위기의 공간이 필요하단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탄생했다.

이를 위해 대전여고는 기존의 휑한 분위기가 들 정도로 넓은, 소수를 위해 마련된 기숙사 공간에 스터디카페처럼 칸막이가 쳐진 책‧걸상을 들여놨다. 또 동아리 및 모둠 수업 등이 가능토록, 공간 모서리를 방으로 활용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여고 스카이클래스에 마련된 학교 역사 공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대전여고 스카이클래스에 마련된 학교 역사 공간/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교내 구조관 7층에 위치한 스카이클래스는 어떤 교과의 선생님이든 한 달 단위로 자유롭게 예약해 사용할 수 있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다가 전망 또한 좋은 덕에 수업 예약이 끊이질 않는다는 게 학교의 설명이다.

아울러 교실 입구와 양옆 공간에 학교의 역사를 곱씹어볼 수 있는 전시관을 만들어, 학생들의 애교심까지 끌어내고 있다.

백미현 윤리교사/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백미현 윤리교사/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백미현 윤리교사는 학교의 또 다른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원하는 요소들이 교과교실제 공간에 반영되면서, 학생들이 꿈꾸는 공간이 되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기뻐했다.

“이번에 교과교실제 공간조성 사업을 통해 많은 공간이 바뀌었지만, 특히 6층에 있는 도서관 설계에 있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냈으며, 교사‧학생‧건축사가 함께 그 공간을 꾸몄습니다.

기존에 있던 도서관은 6층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며 칙칙하고 직선적인 공간이 많았는데, 이런 점에서 벗어나 싱그럽고 곡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게 아이들의 요구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이를 형상화해낸 것이 나무였습니다. 그래서 가운데 부분에 나무를 형상화해 집어넣고 서가 또한 일직선이 아닌 방사형으로 배열을 했습니다.

또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닌 수업도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의견도 집어넣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아이디어나 요구가 다 반영되다 보니 학생들의 만족도도 굉장히 높아졌으며, 학교 공간이 아이들이 꿈꾸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곡선을 활용해 리모델링한 대전여고의 도서관/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곡선을 활용해 리모델링한 대전여고의 도서관/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도서관의 경우 학생들의 의견이 제일 많이 반영된 공간으로, 실제 학생들이 학교 SNS를 통해 도서관 홍보 게시물을 올렸을 때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기존에 딱딱하고 칙칙한 도서관에서 탈피해 부드럽고 밝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거의 그대로 구현됐으며, 특히 천장에 연두색 원형의 조명을 들여놔, 마치 숲속에서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을 줬다.

도서관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권은빈‧최다연 학생(3학년)은 직접 구성한 공간에 대한 친구들의 만족도가 높아 뿌듯하고,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샘솟는다며 도서관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권은빈 학생/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권은빈 학생/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권은빈 학생은 “학교라는 공간이 사실 만들어진 공간을 쓰는 곳이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주인의식 같은 게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보고 하니까, 이 공간의 주인은 ‘나’라는 주인의식이 친구들에게 많이 심어진 것 같습니다. 교과교실제 설계를 통해 저를 비롯한 친구들이 주인의식과 민주주의 의식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최다연 학생/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최다연 학생/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최다연 학생은 “저희 학교는 여고이다 보니 예쁨에 대한 열망이 있는데, 저희가 볼 때 예쁜 것과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 예쁘고 편안한 도서관을 생각해 아이디어를 냈고, 그게 받아들여져 실제 도서관으로 구현되니까 학교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됐습니다.

계속 도서관에 가서 공부도 하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과제도 하고 싶다는 야망이 생기기도 했으며, 다른 친구들도 자꾸 도서관을 찾으면서 학구열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그랬습니다.

또 저희 학교 SNS가 있는데, 이를 통해 도서관을 홍보한 게시물이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학교가 진짜 괜찮은 학교라는 생각이 들고, 더 도서관을 애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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