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9] 봄날이 좋은 왕버들 삼형제...논산시 은진면 방축리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69] 봄날이 좋은 왕버들 삼형제...논산시 은진면 방축리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4.26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버드나무들은 봄날에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잎이 피기 전 물이 잔뜩 오른 3월의 나뭇가지는 버들개지라는 꽃을 피워 이제는 솜털처럼 생긴 씨앗을 온 세상에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빨리 크고 우람하게 자라는 나무다.

그중 왕버들나무는 가장 큰 몸집으로 많은 생물들이 나무 주변으로 모인다. 

논산면 은진면 방축리에는 ‘왕버들 삼형제’가 산다.

모두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삼형제 옆에는 왕버들 한 그루가 더 있으나 지정 당시에 삼형제보다 몸이 작고 나이도 어려 제외됐다.

잎이 트기 전부터 삼형제 아래의 논 웅덩이와 수로에는 큰산개구리가 알을 낳아 지금은 작고 시꺼먼 올챙이들이 왕버들나무 아래에서 헤엄치고 있다.

지난해 늦게까지 버들잎을 떨군 덕분에 3월의 개구리 알들은 푹신한 낙엽 이불에서 잘 지냈다가, 4월 들어서 낙엽 사이의 작은 먹이들을 찾아 매일 배불리 먹고 있다.

막내 왕버들이 큰형에게 묻는다.

“저 녀석들은 왜 우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지?”

큰형 왕버들은 “우리는 누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란다. 막내야!”하며 동생을 달랬다.

둘째도 “너도 어릴 때 태풍에 줄기가 부러질 뻔했는데, 형과 내가 거센 바람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너는 이 자리에 없었어! 그런데도 너는 아직까지 형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잖아!”라며 막내를 나무랐다.

“그래 둘째가 맞아. 올챙이들은 어려서 고마움을 잘 모른단다. 막내야”

“지금도 그래요. 날씨가 더워지고 햇볕이 따가운데, 우리가 다른 나무보다 잎을 빨리 내서 그늘을 만들어줬는데도...”라고 막내는 아무도 고마움을 모른다고 불만이었다.

그러던 4월 어느 밤에 소쩍새 한 마리가 막내에게 날아왔다.

“버드나무야! 나는 올해 우리 가족이 머물 집을 찾고 있는데, 네 몸에 난 구멍이라면 우리 식구들이 여름까지 지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소쩍새 얘기에 막내는 의아했다.

“옆에 있는 우리 형들 몸에도 구멍이 많은데, 왜 내 몸에서 찾니?”

“응, 너는 큰 나무 사이에 있고 구멍이 논 쪽으로 나서 우리 식구가 살기에 좋은 위치야”라고 소쩍새는 말했다.

막내는 짐짓 싫지 않은 듯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다른 나무들도 많은데 왜 여기까지 왔어?”

“다른 숲속 나무를 찾아다녔지만, 벌써 수많은 새들이 둥지 칠 곳을 차지했어. 그러다가 작은 숲이 보였고, 옆에 가로등과 논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온 거야”

소쩍새는 막내 나무를 찾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줬다.

그러자 막내는 소쩍새 얘기에 마음이 들었는지 동네 상황을 얘기해 줬다.

“여기는 가로등과 정자가 있어서 동네 사람들이 자주 찾아. 아기가 태어나면 시끄러울 텐데 괜찮겠어?”

막내 얘기를 듣던 소쩍새는 환하게 웃으며 전혀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은 특별히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 거야. 내 목소리를 좋아하거든.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은 나방을 좋아해서 가로등이 있는 곳도 좋아!”

"그리고 너의 구멍에서 아기들이 태어나면 엄마가 먹이를 찾는 동안 논을 보면서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을 잊지 않을 거고”

“그러면 내년에도 올 수 있어?”라며 막내는 기쁜 표정으로 소쩍새를 바라봤다.

“그럼 넌! 첫인상도 좋고 우리를 아껴줄 것 같아서 다시 찾고 싶어!”

“우리 아이들도 너를 무척 좋아할 거야!”

어느덧 막내 왕버들은 소쩍새와 친해져서 자기 몸의 특징을 자세히 알려주며 반겼다. 

늘 자신을 몰라주던 생물 친구들이 야속했던 막내는 진정한 친구를 찾은 것 같아 오랜만에 기쁜 마음에 옆자리의 형들에게 마구마구 자랑했다.

“막내는 아직도 어려서 그런가 봐요? 형!”

“엊그제까지 올챙이 때문에 심통 났던 막내가 이렇게 좋아하니 말이에요”

둘째 형 나무는 막내의 투정이 귀여웠고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도 덩달아 흐뭇하여 큰 형 나무에 얘기했다.

“그래! 우리 형제들이 오래 머문 이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나도 즐겁단다”

논산시 방축리 왕버들 삼형제는 오늘도 수많은 생물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바쁜 봄날을 보내고 있다.

논산시 은진면 방축리 726 : 왕버들나무 3본 21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