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이 내부의 적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이 내부의 적
개혁 입법 지지부진했던 건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 내 수박들 때문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4.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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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검찰 개혁 입법이 눈 앞에 온 지금 정치권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두 사람 있다. 하나는 당연히 국회의장인 박병석이고 나머지 하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한 양향자다. 국민의힘이야 원래 검찰 개혁 입법에 반대하는 집단이니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박병석과 양향자는 둘 다 더불어민주당 출신들이다. 그렇기에 더 마음에 안 든다.

우선 양향자란 인물은 이른바 고졸 신화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광주여상을 졸업한 이후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상무라는 고위직 임원까지 승진한 대단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한참 인재 영입에 나설 때 영입된 인물이었다.

20대 총선에서 양향자는 광주광역시 서구 을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는데 당시 상대는 5선에 법무부 장관을 지낸 경력이 있는 거물 국민의당 천정배였다. 첫 번째 대결에선 결국 천정배의 아성과 당시 호남에 불었던 녹색 돌풍을 이겨내지 못하며 31.48% 득표에 그치며 54.52%를 득표한 천정배에 23% 차로 패배해 낙선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다시 천정배와 대결했고 그 땐 무려 75.83%라는 엄청난 득표율을 기록해 천정배를 무려 4배 가까운 차이로 꺾고 당선되었다.

양향자가 기업인으로서 성공한 사람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정치적 능력은 분명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양향자의 정치적 능력이 무려 6선을 지낸 천정배보다 더 뛰어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향자가 천정배를 이긴 것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간판과 그녀가 그토록 팔고 다녔던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녀는 외사촌 남동생의 성폭력 의혹 및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작년 7월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되어 무소속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그녀의 행보를 보면 마치 작년에 제명된 것에 앙심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 법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이 안건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인 양향자를 법사위에 사보임하는 전략을 썼다. 그런데 뜻밖에도 양향자는 뒤통수를 쳤다. 지난 19일에 있었던 이른바 ‘양향자 문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 문건이 퍼지자 더불어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양향자가 그걸 작성했니 마니로 소란이 일어났는데 정작 본인은 연락 두절되었다. 결국 이 문제 때문에 민형배 의원이 고육책으로 탈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양향자가 뒤통수만 치지 않았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검수완박 법안 입법에 반대하는 취지의 내용을 실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지게도 팔아먹었다. 어디서 누구를 팔고 있는 것인가?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양향자는 결국 기권을 했고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여야 합의 없는 강행 처리에 찬성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본인이 누구 덕에 국회의원이 된 것인지는 벌써 다 까먹은 것인가? 본인이 고졸 출신으로서 삼성이란 대기업에서 상무라는 고위직 임원까지 올라간 건 정치적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6선 거물 천정배를 꺾고 당선된 건 더불어민주당이란 간판 덕이라고 봐야 한다. 최근 양향자의 태도는 배은망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 양향자가 그간 보여온 행보를 보면 국민의힘에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과거 2017년 3월 6일 삼성그룹 반도체 노동자를 위해 2015년부터 농성하던 반올림을 이익만을 위하는 ‘귀족 노조’라 비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우선 귀족 노조라는 말 자체가 그녀가 얼마나 노동 운동에 적대적 시각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삼성의 고위직 임원 출신이라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친재벌적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에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태도다.

아울러 핀트도 잘못된 것이 반올림은 노조가 아니라 시민단체이고 귀족은커녕 돈 나올 구석도 없어 후원금으로 유지되고, 변호사 한 명만이 연수원 동기들의 후원으로 고정된 월급을 받고 있을 뿐, 자원해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시민운동, 노동운동에 적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더불어민주당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게 아니다. 본인 고향이 광주이고 거기서 당선되려면 민주당 간판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은어로 겉은 파란색 민주당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 속은 빨간색 국민의힘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자들을 두고 ‘수박’이라 한다. 양향자는 수박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2년 전 총선 압승이 민주당에 득이 된 게 아니라 독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180석이란 거대 의석을 얻었지만 이 안에 수박들이 잔뜩 섞여 있었으니 개혁은 지지부진했고 종국에는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박은 박병석과 양향자만 있는 게 아니라 아직도 민주당 내에 암약하고 있다. 이 따위 오합지졸 180석보다는 차라리 소수 정예 120석이 더 나았을 것 같다. 일본 격언에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말이 있다. 진짜 무서운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그간 개혁 입법이 지지부진했던 건 국민의힘 때문이 아니다. 바로 민주당 내 반개혁세력인 수박들 때문이었다. 민주당이 잘 되려면 지방선거가 끝난 후 대대적으로 수박들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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