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公約은 결국 空約이었나?
[청년광장] 公約은 결국 空約이었나?
조변석개하듯이 뒤집는 대선 공약들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5.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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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당선인이 남발했던 공약(公約)은 결국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보상 관련 공약부터 살펴보자. 당초 당선인은 소상공인 1곳당 600만원 일괄 지급 등 총 50조원 규모 손실 보상을 하겠다는 꽤나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 온 보수 정당 출신 후보치고는 정말 공약 자체는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당선되고 한 달이 지난 현재 인수위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누적 손실액을 54조원으로 추산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는 보상안을 28일에 내놓았다. 600만원씩 일괄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슬그머니 차등 지원으로 후퇴한 것이다.

안철수는 28일에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에 임기응변식으로만 대처하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돈을 지급했다”고 비판하며 “새 정부는 과학적 손실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온전한 손실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2021년 국내 소상공인·소기업 약 551만곳이 정부의 방역 조치로 입은 2년간 손실액을 54조원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손실 보상안의 전체 규모나 구체적인 피해 지원금 액수,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밝히지 않았다. 손실액만 집계하고 구체적인 보상안은 새 정부와 국회에 넘긴 것이다. 도대체 이럴 거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한 것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미 저들이 공수표를 남발하고 안 지킬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했었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빗나가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그 예상이 그대로 적중하니 오히려 가슴이 아프고 화도 난다. 소상공인들 중 윤석열을 지지했던 사람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되었다.

그 다음으로 공약 파기 논란을 빚은 건 바로 부동산 공약이다. 당초 윤석열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재건축 규제완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덕분에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분당신도시의 경우 이재명의 거주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에게 55%나 표를 던져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재건축 호재로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급등 조짐을 보이자 인수위는 슬그머니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당연히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수위 측에서는 공약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못을 박지 않은 그저 위로용 언약일 뿐이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득을 보려는 자들의 마음에 불은 다 질러놓고 그게 수습하기 어려워지자 슬그머니 내빼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간 한시적 배제 공약도 그렇다. 이 또한 1년 한시적 배제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시장에 매물을 늘리기 위한다는 취지이지만 집을 세놓은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2년이 아닌 1년이라 매도 시한이 촉박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공약은 아예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분위기다. 정밀안전진단 자체를 없애면 준공 30년 된 단지들이 무분별하게 재건축을 추진해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와 전셋값 급등을 야기한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전면 재검토 공약은 법 개정이 필요해 ‘일부 보완’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상의 결과는 결국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공약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나 분석이 없이 우선 막 지르고 봤던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公約이 空約으로 바뀐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지키지도 못할 공수표는 왜 남발한 것인지 모르겠다. 일단 막 질러서 표를 얻어놓고 선거 끝나면 싹 입 씻어버리는 것인가?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지성으로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들이다. 지난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가장 높았던 응답이 놀랍게도 ‘모름/무응답’이었다. 즉, 자신도 지지하는 어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냥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무지성 지지이다.

이미 우리는 이런 무지성 지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5년 전에 뼈저리게 배웠다. 박근혜라는 함량 미달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를 강제로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했다. 이것이 불과 5년 전 일이었다. 그런데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당선인은 미국의 트럼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인간의 말초적 욕망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자극해 인기를 끌었다. 지금 공약 파기 논란이 나온 것 중 부동산 관련 공약도 집값 상승시켜서 부동산으로 재산 불린 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 같은 말초적 욕망을 자극시킨 결과가 아닌가? 소상공인 피해 보상 관련 공약도 베풀기에 인색했던 홍남기에 대한 불만을 자극한 결과였다.

미래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 같은 건 없이 우선 당장의 욕망, 당장의 불만 해소에 사로잡혀 근시안적 투표를 한 결과 탄생한 인물이 과거의 트럼프이고 오늘날 윤석열이다. 요즘 말로 뭔가 속시원한 느낌을 받았을 때 ‘사이다’란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는 당장 마시면 특유의 청량감 때문에 시원할지 몰라도 높은 당도로 인해 삼투현상을 일으켜 금방 또 갈증이 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사이다’ 같은 행보는 때때로 미래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했던 사람들 대다수는 그의 언행에서 ‘사이다’ 느낌을 받았으니 지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루하루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취임 전에 이미 국정수행 평가가 데드 크로스를 보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혹자는 후회할지 모르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정말 잘하길 빌어 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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