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이착륙 땐 헬리콥터 날 땐 비행기 ‘똑똑한 무인기’
[사이언스 리뷰] 이착륙 땐 헬리콥터 날 땐 비행기 ‘똑똑한 무인기’
되돌아본 출연연 성과 ④ 항공우주연구원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5.04.15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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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최재근 기자] 지난 2011년 9월 17일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바로 그날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스마트무인기개발단이 세계 최초의 틸트로터 무인기, 즉 무인 수직이착륙항공기인 TR-100 시현에 성공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수직 이착륙 기능만 보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지만 빠르기로는 시속 500km의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비행체를 우리 손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용화.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가 실용화된다면 세계에서는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항공산업의 기폭제가 될 무인항공기 시대가 이들 개발단의 노력으로 눈앞에 와있게 된 것이다.

2002년 항우연에 모인 항공우주, 전자, 기계, 컴퓨터 두뇌들
지난 2002년 항우연에는 항공우주공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에서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과학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에게 내려진 특명은 ‘스마트 무인기’ 개발. 그래서 ‘스마트 무인기 개발단’으로 명명된 이들이 수행해야 할 프로젝트는 ‘21세기 항공 분야 프론티어 사업.’ 1년간 100억원씩 10년간 1000억원이 지원되는 대형 사업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당시 이들을 이끌었던 항우연 김재무(61) 박사는 “세계적 도전이라 국내 최고라고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라며 “항공우주산업 베테랑은 물론이고 대한항공에서도 오는 등 말하자면 진짜 선수들이 왔다”라고 말했다.

목표는 틸트로터형 무인기. 그것도 일반 항공기가 아닌 똑똑한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였다. 모양은 일반 항공기 모습에 이착륙에는 헬리콥터와 같고 비행시에는 일반 항공기처럼 고공고속 비행이 가능한 항공기였다. 쉽게 말하면 이착륙땐 헬리콥터고 비행할 땐 일반 항공기로 변신하는 비행기인 셈이다.

이미 미국에서 1950년대 틸트로터 항공기를 개발, 현재 미 해병대가 사용하고 있지만 틸트로터 무인기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만큼 유일한 도전이었다. 미국이 50년간 개발한 것을 10년 만에 개발한다고 도전장을 내밀자 ‘무모한 도전’이라고 다들 비웃었다, 하지만 이들은 반드시 개발하겠다는 투지를 불살랐다.

“미국은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를 모든 나라 수출금지 품목으로 정해놨습니다. 그러니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었죠. 미국에서도 틸트로터 항공기를 유인기로 개발하면서 추락도 많이 했고 사람도 많이 죽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기술입니다. 우리는 무인기로 개발하니까 더 힘든 상황이었죠. 사람이 조종하는 대신 컴퓨터를 놓고 컴퓨터에 명령을 내려 날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한국인만이 가진 투지가 있었습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했죠.” 김재무 박사의 회상이다.

10년간의 연구… 마침내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를 띄우다
스마트 무인기 개발단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설계였다. 그러자면 설계에 필요한 갖가지 해석이 필요했다. 비행체의 추진력, 항력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구조적으로 안전한지를 평가하는 건전성 분석 등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 무인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몰두 했다.  

그렇게 마련된 설계도에 맞춰 부품을 직접 만들고, 부품에 대한 실험에 나섰다. 그리고 2005년 실제 개발할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의 40% 크기인 무인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첫 시현은 실패였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그렇게 다섯 번의 실패를 딛고서야  마침내 2006년 비행에 성공했다. 전남 고흥 앞바다에 수장된 5대의 비행기 가운데 아직도 2대는 찾지 못했다. 

김 박사는 “비록 조그만 비행기로 성공했지만 가능성을 본 순간이었다”라며 “실패할 당시 미국에서 시현 중 30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을 접는다는 소식이 들려와 속이 새까맣게 탈 정도로 깜깜한 터널 속에 있었는데, 비행 성공으로 한 줄기 빛을 본 기분이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이어 “바닷속에 수장돼 찾지 못한 비행기를 먼 훗날 몇백년 후에 후세들이 발견하면 우리 조상들이 이런 실험을 했구나 할 것을 생각하면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소형 틸트로터 무인기 성공에 고무된 개발단은 곧바로 풀 스케일 틸트로터 무인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2009년 길이 5m, 폭 7m, 총중량 1톤인 스마트 무인기를 만들어냈고 2년여간의 실험 끝에 2011년 하늘에 띄워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세계가 놀랐죠. 처음에는 조그만 무인기로 했는데 진짜 큰 비행기로 하니까. 더욱이 제자리에 떠서 200킬로까지 보내는 것은 물론 시속 5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앞에 카메라가 있어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찍어 실시간으로 헤드쿼터에 보내줄 정도니 다른 나라들도 깜짝 놀랐죠. 무엇보다 맨 땅에 헤딩하면서 차세대 독보적인 우리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계에서는 두 번째, 무인기로는 최초로 틸트로터 무인기를 개발했을 때의 흥분이 느껴지는 듯 김 박사의 말에서 힘이 느껴졌다.

이제는 실용화로 미래 먹거리 창출 나선다
풀 스케일 틸트로터 스마트 무인기 비행 성공직후 개발단은 실용화를 위해 대한항공에 기술을 이전하고 2012년 해체된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제는 실용화를 통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사업에 다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마침 정부도 산업통상 차원의 ‘창조경제 산업엔진 프로젝트’ 13개 과제 중 하나로 ‘고속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를 선정하고 스마트 무인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니 전망을 밝다.

지난 2012년 기준 무인기 분야 향후 10년간 시장규모는 총 392억달러로 예측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800억달러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적지 정찰 등 군사적 이용은 물론이고 방사능 등 위험지역에서의 임무수행과 산불감시, 환경감시, 고압선 감시, 밀입국 감시, 기상관측, 농작물 작황조사, 원양어선 물고기 관측 등 크기와 용도 등에 따라 광범위하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항우연이 개발한 틸트로터 기술을 민간항공기에 적용해 실용화한다면 활주로가 필요 없어 항공산업 전체의 프레임을 바꿔 놓을수도 있을 정도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미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뜨겁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럴 때 자칫 우물쭈물하다가는 우리가 애써 개발한 독보적 기술을 사장시킬 수 있는 만큼 실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재무 박사는 “중국도 재작년에 무인기 개발을 시작했고 일본도 쫓아오고 있다”며 “보석을 땅속에서 캐냈는데 광물 원석을 잘 깎아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야 한다. 빨리 실용화에 나서야지 머뭇거리면 큰 일 난다”라고 실용화의 중용성을 역설했다.

 

▲ 김재무 박사

김재무 박사 일문일답

스마트 무인기 개발 시절 에피소드가 있다면
국민 세금으로 개발을 했는데 추락하면 수억원을 날리는 것이다. 개발된 무인기는 이착륙때 로터의 기울기 각이 90도가 됐다가 비행을 할 땐 서서히 0도로 가면서 수평으로 뉘어진다. 그런데 고흥에서 시현 할 때 20도를 남겨두고 사고가 가장 많이 났다. 마치 20도가 마의 벽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대개 시현이 끝나면 회식을 하는데 이 때문에 20도짜리 알코올은 금지하는 강수를 쓰기도 했다.

현재는 어떤 연구 중인가
현재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틸트로터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이 6시간인데 8시간까지 늘리려 한다.

실용화하고자 하는 스마트 무인기 사양은
사실 개발한 1톤 무인기는 기술시연으로 만들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첫 번째 수요자는 무게가 200kg에, 사이즈가 1톤 무인기의 60% 정도 되는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원한다. 대한항공에 기술을 이전한 것은 60%급이다. 하지만 무게별로 다른 용도가 있고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40%, 200%급 등에 대해 기술이전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모두 공개할 용의가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틸트로터와 관련 전 세계 트랜드는 유인항공기다. 활주로가 필요 없고, 빨리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틸트로터 유인항공기가 실용화되면 공항이 없는 대전에서도 민간항고기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된다. 이미 미국 벨 항공사는 9인승 항공기를 이탈리아 아구스타웨스트랜드라는 회사에 팔아 민수항공기로 활용되고 있고, 국가인증 시험도 하고 있을 정도다. 유인항공기로 적용, 개발해서 국내는 물론 세계로 나가는 것이 꿈이다.

산업엔진 프로젝트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는데
다섯 번째 도전이라 다들 애쓰고 있다. 올해는 실기하지 않고 산업엔진 사업으로 틸트로터 무인기를 실용화해 국내 수요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선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바로 퍼스트 무버라고 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모델이라 생각한다. 제발 독보적인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세계시장에 진출해 발돋움 하는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어릴적 꿈은
처음부터 이과를 선택했다. 서울에서 나서 자랐는데 한강 백사장에서 국군의 날 항상 에어쇼를 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이과를 선택했고 공대 항공과 나와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유도탄 개발하는 것 하다가 유학을 가서 헬리콥터 개발하는 공부를 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1994년부터 항우연에서 풍동 등 항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진짜 비행기를 만들어야 겠다는 마음에서 차세대 틸트로터 항공기 개발의 꿈을 가졌다. 그런 꿈을 모아서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후배 과학자들에게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부모들이 좋아하는 것 보다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정해 꾸준히 꿈을 갖고, 거기에 맞는 실력과 역량을 키웠으면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가고 좌절했을 때 극복할 수 있으며 거기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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