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0] 아픈 역사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느티나무 학교...논산시 은진면 연서리 느티나무·향나무·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0] 아픈 역사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느티나무 학교...논산시 은진면 연서리 느티나무·향나무·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5.04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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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느티나무

[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논산시 은진면 연서리의 은진초등학교는 역사박물관 같은 곳이다.

언덕 위 교문을 향해 걸으면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 초등학교 이전의 역사를 소개한 작은 안내문이 보인다.

“관아(官衙)란 관리가 모여서 공무를 보던 곳이다.

이곳 은진초등학교 일대는 학교가 들어서면서 유적이 많이 파괴된 상태지만, 조선시대 은진현 관아터로 추정된다.

학교의 동쪽 및 일부 북쪽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언덕이 남아 있고, 관아 입구로 추정되는 곳은 느티나무 군락이 길 양옆으로 들어서 있어서 그 경계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편이다.

관아의 중심은 수령이 정사를 보는 아사(衙舍) 즉, 동헌(東軒)이었다.

동헌은 4칸 규모로 2층 누각으로 된 외삼문과 솟을문으로 된 내삼문을 거쳐 동헌 뜰이 펼쳐졌다.

충청과 호남을 잇는 지리적 중요성으로 세종 초 은진(恩津)이란 지명으로 개칭하고 현으로 승격한 은진현은 일제강점기에 은진면으로 개편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안내문에서 나온 느티나무 군락은 현재 아홉 그루가 남아 있다. 원래는 운동장에 두 갈래로 나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고사한 나머지 베어버려 현재는 함께 있었던 거북석상만 남아 있다.

남아 있는 느티나무는 은진초등학교와 이웃한 은진면사무소와도 연결되어 우람한 아홉 그루는 숲을 이루고 있다.

오백여년을 꿋꿋이 지켜온 느티나무 이외에도 은진초등학교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200여년의 향나무와 팽나무도 있어 은진의 아픈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있다.

19세기에 작성된 ‘은진지도’에는 당시 은진현의 관아 시설의 구조와 배치를 자세하게 표시하고 있다.

그 중 감옥 시설도 포함되어 있는데, 구한말 혼란의 시기에 나라를 걱정한 청년 서재필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조선말 청나라로부터 노골적인 내정간섭에 시달리자 과거 급제했던 총명한 서재필은 김옥균·박영효·서광범·홍영식 등과 함께 청의 세력을 몰아내고자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거사는 3일천하로 끝났고, 역적이 된 서재필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고, 그의 가족은 비참하게 몰살당했다.

향나무
향나무

역적의 아내는 관가에 기생으로 보내지기 전에 독약을 먹고 자결했고, 그의 두 살 난 아들은 굶주림에 지쳐 죽은 어머니의 젖을 빨다가 어머니 몸속에 있던 독이 퍼져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질 정도로 처참한 죽음이었다.

당시 은진현에 살던 부친과 맏형은 은진관아에 억울하게 옥에 갇힌 채로 사약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

다른 형제와 가족들도 연좌제에 걸려 상당수가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노비로 전락하는 등 멸문지화를 당했다.

해외에서 이 소식을 들었던 서재필은 자신 때문에 부모와 형제, 자신의 가족을 먼저 보낸 아픔으로 고국에 돌아와 독립운동에 힘쓰면서도 본가인 논산에 눈을 돌리수가 없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황국신민 교육을 목표로 은진현 관아를 없애고 그 자리에 은진공립보통학교 세운 것이 벌써 100년이 넘었다.

기름진 황산벌판 굽어보면서

굳게 섰다 역사 깊은 배움의 터전

우리는 슬기로운 은진의 꽃송이

이 고장과 이 나라의 내일의 일꾼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서

길이길이 빛내자 우리의 학교

이제 느티나무는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2019년 11월에 개최된‘은진초등학교 느티나무 축제&벼룩시장’이 그 증거이다.

팽나무
팽나무

은진초등학생들은 매년 방과 후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터득한 장기를 친구들과 부모에게 보여주는 ‘느티나무 축제’를 주관했다.

지역주민은 ‘벼룩시장’을 열어 아이들과 함께 음식바자회와 체험 놀이를 느티나무 아래에서 진행했다.

바자회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다시 학교에 기부하여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사용됐다. 교가의 내용처럼 말이다.

그동안 암흑의 2년동안 아이들은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오월, 다시 느티나무는 아이들과 마을을 품고 다시 한 번 미래를 꿈꿀 기회이다.

은진초등학교의 교훈처럼 느티나무를 보면서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지혜로운 어린이가 되기를 바란다.

논산시 은진면 연서리 185 : 느티나무 4본 510년, 향나무 2본·팽나무 1본 205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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