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1] 나이 들수록 아름다운 무늬를 가지는 느티나무의 삶...계룡시 두마면 두계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1] 나이 들수록 아름다운 무늬를 가지는 느티나무의 삶...계룡시 두마면 두계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5.09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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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1990년 강풍과 큰비를 맞고 죽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백송은 천연기념물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민족과 나무와의 관계성을 증명하는 나무로 오래 기억되고 있다.

당시 쓰러진 백송의 나이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통의동 백송의 나이는 그동안 600여 년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나이테 분석 결과 1690년경에 심어졌다는 점과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부터 1945년 사이의 나이테 간격이 다른 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는 “어지러운 세월의 수상함을 감지해서 백송도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나이테에 증거로 고스란히 남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서 있을 것 같았던 나무도 한 사대의 어지러운 기운을 알아차려 나이테로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남겼는지도 모른다”고 우리 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백송도 함께 겪은 것일지 모른다며 그저 신비로운 이야기로만 전해질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계룡시 두마면 두계리의 사계고택 옆의 느티나무 4그루도 백송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느티나무가 있는 곳은 역사상 독창적인 자신의 학문 세계와 후세에 존경을 받을 정도로 학식과 덕망이 뛰어나 ‘동방 18현’이라 부르는 사계 김장생의 사랑채와 이어진다.

두계리의 느티나무는 장소뿐만 아니라 연륜에서도 김장생이 고향인 연산에 내려와 사랑채를 지은 시기와 겹친다.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북인 정치인 정인홍과 이이첨의 정사에 못마땅하게 여긴 김장생이 1602년에 고향으로 낙향하여 지금의 은농채를 비롯한 여러 채의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을 시기에 느티나무도 심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사계는 스승인 율곡 이이의 사상과 학문의 정수를 이어받아 예학의 최고봉을 이룬 한국예학의 으뜸 인물이며 17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정치가인 송시열과 김집, 송준길을 제자로 둔 인물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국난을 모두 겪으면서 왜란에 장자 가족이 몰살당하고 동생이 전사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명나라의 군량미 조달에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인조반정 직후에는 인조 등극을 도왔던 공신들에게 중종 반정 직후 반정 3공신의 권력남용과 과오를 밟지 말도록 충고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강단과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인물이다.

임금이 중책을 맡기려 해도 나이와 병을 핑계로 벼슬에 오래 머물지 않고 낙향을 반복하면서도 조정이 어려우면 나이와 몸을 돌보지 않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괄의 난으로 공주로 피란 온 인조에게 민심을 직언하고 국가의 씀씀이를 줄일 것을 간언하는 등 선비와 학자로서의 김장생의 품격은 늘 한결같았다.

지식생태학자 유교수는 나이테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많은 시련과 역경을 경험한다. 예기치 못한 환경의 위협과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성장에 위협이 느껴질 경우 그 아픔을 나이테에 남긴다. 나이테는 그래서 나무가 자라며 겪은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성장 일기다”라며 나무는 자신의 삶을 고스란이 나이테에 담아낼 줄 안다고 말이다.

그래서 사람도 나무처럼 “나이가 들수록 보다 겸손하고, 말을 적게 하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사람도 살아가면서 몸으로 겪은 다양한 흔적을 자기만의 아름다운 무늬로 재탄생시켜야 함을 유교수는 강조했다.

5월의 녹음이 짙어가는 네그루의 느티나무 아래는 그늘이 넓게 드리우고 있다.

오로지 학문과 선비의 품격을 잃지 않았던 사계에게 수많은 인재들이 몰려와 기호학파를 형성했듯이 사계의 삶을 기억하는 느티나무 품도 그만큼 넓어서 많은 생명들이 찾아오고 있다.

자신의 삶을 아름다운 나이테로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두계리의 느티나무를 추천한다.

계룡시 두마면 두계리 100-6 느티나무 4본 427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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