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자택을 나서 용산 집무실에 닿기까지는 총 13분, 길에서 이동하는 시간은 총 8분이 소요됐다."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첫 출근을 "일부 출근 차들의 일시적 대기는 불가피했지만, 윤 대통령 첫 출근에 큰 혼잡은 없었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에 도하 언론은 “8시 21분이 되자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자택에서 나왔고, 아크로비스타 앞 반포대교 방면 교통이 통제됐으며, 8시 23분 윤 대통령이 검은색 차량에 탑승해 떠나고 김 여사가 자택으로 돌아가자 이 일대 교통 통제는 해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이 이처럼 단세포적이고 일방적인 스케치 보도만으로 역할을 다한 것일까? 어디 상황을 잠깐 들춰보자.
경찰은 윤 대통령 출근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윤 대통령 동선 주변도로를 사방팔방 모두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차량이 출근길 피크타임에 대로를 혼자 독점해버리면, 혼잡이란 애당초 있을 수 없다. 응급환자가 실린 앰뷸런스까지 통제하는 마당에 무슨 혼잡과 걸림돌이 가당키나 할까.
따라서 언론은 바쁜 출근 시간에 교통통제로 꼼짝없이 갇혀 '8분이 아닌 80분 교통지옥'의 쓴맛을 보아야 하는 시민 편에서 보도함이 마땅하다.
특히 "여론을 무시한 윤 대통령의 제왕적 '집무실 이전'으로 시민들이 피같은 시간을 강탈 중"이라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에도, 언론은 이에 눈 감았다. 교통통제로 시민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신호대기하고, 일터에 지각하거나 또다른 어떤 피치 못할 불편을 겪고 있는지 등에 관한 취재보도는 실종됐다.
오히려 “윤 대통령 출근에 8분밖에 안 걸려, 큰 혼잡이 없었다”고 권력자 시각의 일방적 보도만 달랑 내놓을 뿐이다. 교통지옥을 겪고 있는 시민들은 관심대상에서 아예 배제했다.
윤 대통령을 이 나라의 ‘주인’으로, 시민들은 ‘머슴’으로 깎아내려 주객을 전도시키는 인지부조화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철저히 윤 대통령 시각에서 만들어낸 정치선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며 무려 35번씩이나 자유 자유를 외치고, ‘국민=주인’임을 부르짖었다. 바로 하루 전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지지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서초지역 거주 엄마들마저 윤 대통령의 출퇴근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초 엄마들의 모임〉 카페에는 불만의 글이 가득하다.
“왜 여기서 출퇴근을 하는지 정말 미쳐버리겠다.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 호루라기 불과 난리다” “정말 역대급으로 차가 못 움직인다” “대통령이 좀더 일찍 출근하고 많이 늦게 퇴근하라” “대통령은 새벽 별보기운동하고 당근 야근하는 줄 알았았는데, 저랑 출퇴근 시간이 똑같다” “윤 대통령이 새벽 출근, 12시 이후 퇴근하길 빈다” “제발 어디로든 빨리 들어갔으면, 어젯밤에도 애 픽업 갔다가 속이 부글부글” “애가 어려서 너무 힘들어한다. 정말 학원 옮겨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중”
이 중에서 무엇보다 “새벽에 출근하고, 밤 12시 이후에 퇴근하길 빈다”고 윤 대통령에게 주문한 내용이 주목을 끈다.
이 모두 다름 아닌 윤 대통령 본인이 만들어낸 ‘민폐’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