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1950년 6월 27일,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이틀 뒤 이승만 대통령은 대전으로 급하게 피난을 온다. 대흥동 충남도지사 관사(현재 테미오래)는 예정 없이 대통령의 숙소가 됐고, 대전은 임시수도의 역할을 맡게 됐다.
그 기간, 대통령은 대전에 머문 닷새에 걸쳐 여러번 밥을 먹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밥을 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피난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남은 반면,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대통령에게 밥을 해준 사람과 관사를 관리한 사람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끼니는 누가 챙겨줬을까?
이러한 궁금증에서 탄생한 연극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이 대전에서 막을 연다.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은 6‧25 한국전쟁 당시 갑자기 대통령을 맞았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적 바탕 아래, 역사적 상상으로 그려낸 연극이다.
연극에는 충남도지사 관사의 관리인들과 명령을 받고 관사 경비를 맡게 된 젊은 군인, 대통령을 기차에 태우고 내려온 기관사 등이 등장한다.
극단 ‘홍시’는 지난 2013년 창단 이후 지역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이고 지역 작가를 발굴하는 창작극 작업을 집중적으로 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지역 작가와 지역 이야기로 고마나루 향토연극제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2016년에는 카자흐스탄의 국립고려극장에 초청받아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극을 쓴 정덕재 작가는 “전쟁의 시대에도 아무 말 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의 승패보단 일상적 삶의 온전함이다”라며 “물론 전쟁이 삶의 질서를 크게 바꿔놓기는 해도, 삶으로서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극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정임 연출가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라며 “각자 자리에서 권리보다 의무에 충실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더 많이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극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연극 ‘계란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은 이달 19일부터 21일까지 서구 관저문예회관에서,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는 소극장 마당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