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5] 예산 대술면의 자연유산, 은행나무와 황새...예산군 궐곡리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5] 예산 대술면의 자연유산, 은행나무와 황새...예산군 궐곡리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5.2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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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은행나무 아래 들마루에는 아흔이 넘은 노인이 늘 앉아 있다.

들마루 아래에는 지난 해 수확하지 않은 은행이 방치된 듯 껍질이 말라 알갱이가 발에 밟힌 채로 널려 있다.

노인은 “예전에는 음력 10월에 은행나무 아래서 마을 잔치를 했죠. 집집마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으로 제를 올렸습니다. 음식은 함께 만든 주민들과 나눠먹고 한해 농사를 감사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라며 은행나무가 마을의 구심점이었다고 했다.

“몇 년 전에는 가지가 부러졌는데, 큰 차들이 와서 실어갈 정도로 어마어마했죠. 은행나무 옆 밭에도 그늘이 드리울 정도로 큰 가지였는데, 벌써 오백년이 넘었으니 가지를 지탱할 기력도 없었던 것 같아요”

노인은 어릴 적부터 봤던 나무의 원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줄기와 가지가 썩어서 여러 차례 부러졌다면서 나무도 자신처럼 늙어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건강하게 마을을 지켜주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젠 마을에서 나무에 관심 갖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나무 주변에 농사용 장비를 많이 쌓아놔서 나무 옆에 가까이 가기도 어렵고요”

노인의 염려대로 나무 주변은 농사에 필요한 짐들이 쌓여있었다.

“어르신 말씀이 맞아요. 이른 봄부터 농사일에 바쁘고 나무가 아래에 공간이 넓어서 짐을 잠시 맡겨놓기가 수월하죠. 동네 어르신께서 지켜보고 계시니까 얼른 치워야겠네요”

상대적으로 나이 적은 노인도 나무에게 미안하고 마을 어른의 꾸중에 말끔히 치워놓았다.

여전히 궐곡리의 주민들은 마을 노거수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남아 있던 것이다.

궐곡리 주민들은 보호수뿐만 아니라 최근 예산군이 복원 중에 있는 황새가 70년만에 궐곡리를 찾아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운다는 사실도 자랑스러워 했다.

대술면 궐곡리는 일제강점기에 천연기념물 황새가 번식했다고 총독부가 ‘황새 번식지 기념비’까지 세워졌던 마을이다.

한국전쟁 이후 종적을 감춘 황새가 70여년 만에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황새 자식들(방사 2세대)이 성장해서 궐곡리의 인공둥지에서 새끼를 키우고 있다고 주민들도 반기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 사회는 2000년대 이후 경제성을 이유로 재배작물의 급격한 변화와 가축 사육 시설 증가로 농촌의 옛 정취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궐곡리는 은행나무가 마을을 굳건히 지키고 주민들은 나무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정성스럽게 농사짓는 논에 수십년 간 보이지 않았던 황새가 날아와 논에서 먹이를 물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자연유산을 소중히 하는 전통을 이어가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흔의 노인은 여전히 은행나무 아래서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앉아 있다.

녹색 창연한 봄날, 은행나무의 그늘에서 마을 어른들의 힘든 농사일을 거들다가 잠시 참을 먹으며 은행나무 너머의 논에서 뛰어놀았던 황새를 기억하는 듯하다.

오월, 대술면 궐곡리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른 봄과 무척 다르다.

농사 일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주민과 논에서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황새와 백로들 덕분에 농촌도 도시와 다르지 않게 분주하고 역동적이다.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 54-1 은행나무 2본 518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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