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비상을 꿈꾸다.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비상을 꿈꾸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2.05.24 15: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탕달
스탕달

스탕달(Stendhal)은 본명이 마리 앙리 벨(Marie Henri Beyle)입니다. 소설가로써 무명에 가까웠던 47세였던 1830년에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을 발표합니다.

구체제를 허무는 프랑스 혁명(1789~1794)이 일어났던 격동기 1783년에 아버지가 변호사로 유복한 가정에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자신과 성향이 다른 식구들과 불화로 우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상류사회 자제답게 그를 가정교사를 두고 엄격하게 키웠습니다. 

나폴레옹
나폴레옹

나폴레옹의 추종자이며 자유주의자

평소 몰리에르(1622~1673)와 같은 극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1800년대 육군성 고관 친척의 도움으로 나폴레옹 시대 장교로 임관하여 이탈리아로 떠난 후 한때 관료로 출세했으나, 1814년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실직하고 7년간 밀라노에 정착하여 예술을 즐기고 에세이를 써서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자유주의 사상의 위험인물로 지목되자 파리로 돌아오고 1822년 《연애론》을 출판하여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는 ‘소설은 큰 길가를 돌아다니는 거울’과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묘사하는 사실주의 소설을 지향했습니다. 그의 소설 작품들은 당시의 정치사회 상황과 밀접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과 흑》도 ‘1830년의 연대기’를 부제로 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시대적 배경과 문제의식

사실주의 작가 스탕달은 실재하는 사건이나 문서를 모티브로 소설을 구상했습니다. 《적과 흑》은 1827년 법정 신문에 게재되었던 야심이 좌절된 것에 복수한 베르테 사건과 가난한 청년의 정열적인 사랑으로 살인죄를 저지른 라파르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적과 흑
적과 흑

《적과 흑》은 스탕달 생존 당시에는 물론 사후에도 상당 기간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계몽주의 사상가들을 추종하는 그는 자신의 시대적 현실을 직시하고 그 시대에 가장 첨예한 문제를 주제를 소설화하여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적과 흑》은 형식은 연애소설이지만 사회소설이고 정치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이 실패하고 몰락하여 다시 왕정으로 복고된 시점으로 아직도 시대에 뒤처진 귀족사회 문화가 남아있고, 평민 출신으로 황제의 자리까지 오른 나폴레옹을 열망하지만 나폴레옹 시대는 저물고 출세 길은 오로지 성직자가 되는 길이었습니다. 

소설 제목 《적과 흑》은 스탕달 연구가들에 의하여 여러 가지로 해석됩니다. 격정적인 주인공의 삶처럼 도박에 사용되는 룰렛 놀이의 적(赤)과 흑(黑)을 의미하거나, 적(赤)은 군모(軍帽) 흑(黑)은 사제 법의(法衣), 적(赤)은 공화적 정신 흑(黑)은 신부 계급으로 나타낸다는 설이 있습니다.

쥘리앵, 신분 상승을 열망하는 사색형 인간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미모의 청년으로 신학교에 갈 생각으로 신학공부를 하고 있으며 여전히 나폴레옹을 숭배하고 매 순간 신분 상승을 꿈꾸는 야망으로 뭉친 쥘리앵 소렐, 못 공장으로 돈을 벌은 귀족풍의 부자 베르에르 시장 레날, 쥘리앵의 아버지로 소렐이라는 커다란 간판을 걸고 목수로 제재소를 운영하는 고집 센 소렐 영감, 젊고 예쁘고 마음씨 상냥한 시장 레날  부인, 팔순 노인으로 쥘리앵의 스승이며 후원자 셸랑 신부, 목재상을 하는 쥘리앵의 친구 푸케, 이 지역의 최대 지주로 프랑스 정계의 큰 세력을 가진 급진 왕당파 지도자 라몰 후작, 기품이 있는 아가씨 라몰 후작의 딸 마틸드가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나는 제재소 집 셋째 아들 소렐을 우리집에 데려와두고 싶소. 우리가 다루기에는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한 아이들을 그 사람이 돌볼 거요. 그는 젊은 성직자라고 할만한 사람으로 라틴어를 잘한다니 아이들 공부를 진전 시킬테고. 신부말로는 성격도 건실하다고 합니다.” 

열아홉 쯤 보이는 쥘리앵은 연봉 400프랑을 받으며 시장집 세 명의 아이들 가정교사로 들어갑니다. 폭군 같은 소렐 영감에게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인 쥘리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으름뱅이입니다. 다른 형제와는 달리 힘쓰는 일에는 도통할 줄 모르고, 책만 옆에 끼고 다니는 사색형의 인간으로 형제들에게 멸시받지만 내면에는 어떤 불꽃같은 열망이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각광받던 시대는 갔어. 그때는 외적의 침략을 두려워할 때였어. 군사적 힘이 필요했고 인기가 있었지. 하지만 오늘날은 나이 마흔인 신부들이 연봉을 10만 프랑이나 받고 있잖아. 나폴레옹 군대 장군들보다 세배나 많은 돈이야.”

그는 어린 시절에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신부가 되겠다고 드러내놓고 말했습니다. 이는 경건한 신앙심 때문이 아니라 출세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그는 불같은 영혼의 소유자로 출세하지 못할 바에야 골백번 죽음을 택하겠다고 단호한 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장래가 셸랑 노신부에게 달려 있다고 보고, 그의 신임을 얻기 위하여 라틴어로 된 신약성경을 통째로 암기까지 하였습니다.

최고 미인 레날 부인의 사랑과 운명

쥘리앵이 가정교사로 입주하자 레날 부인의 하녀 엘리자가 순수하고 지적인 이 시골뜨기 젊은 가정교사에게 반합니다. 엘리자는 셸랑 신부를 찾아가 쥘리앵과 결혼하고 싶다고 털어놓았고, 신부는 제자 쥘리앵에게 그것을 말하자 열성적인 신학생으로 여길 만한 신중한 위선으로 위장한 여러 변명을 늘어놓고 단박에 거절하였습니다. 셸랑 신부는 쥘리앵의 말속에서 어떤 세속적인 욕망을 발견하였습니다. 

삼십 세의 이 고장의 최고 미인인 레날 부인도 그 청년의 고상함과 영혼이 지닌 자존심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선생이란 호칭을 쓰면서 깊은 신뢰감으로 그를 천사처럼 다정하게 대했습니다. 어느새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순진하고 순수한 성품에 죄의 씨앗으로 그 자신을 고문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녀는 쥘리앵이 한결같이 엘리자의 청혼을 거절하자 행복에 넘쳐서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쥘리앵은 레날 부인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의 출세를 가로막을 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가졌습니다.

쥘리앵은 신분과 재산을 등에 업고 온갖 위세를 부리는 상류사회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연애 비슷한 것을 한 번도 경험 못한 레날 부인을 충동적으로 전투하듯 유혹했습니다. 쥘리앵은 이제 애송이 촌뜨기는 아니었습니다. 레날 시장이나 그 부인은 이제 쥘리앵이 자신들을 떠날까 봐 마음이 약해졌고 쥘리엥의 단호한 요구에 무엇이든지 순순히 들어주었습니다. 

쥘리앵은 며칠 간의 휴가를 내서 목재상을 경영하는 못생겼으나 착한 친구 푸케를 만났습니다. 푸케는 회계장부를 보여주면서 함께 동업을 하면 일 년에 몇천 프랑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제의하지만 여기서 7~8년 어영부영하다가 자신의 나이가 스물 여덟 살이 될 것이고, 이 나이에 나폴레옹은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룬 것을 생각합니다. 그는 성직에 대한 소명 때문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쥘리엥의 마음은 편하지 못했습니다. 선과 악 사이에서가 아니라 안락이 보장된 비속한 삶과 영웅적 꿈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습니다. 

“아, 이럴 때 기분전환이 필요해. 이집 안주인과 벌이는 시시한 사랑놀이가 잠시 내 기분을 달래줄 수 있겠지.” 

그는 사랑의 기술에는 숙맥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위대한 과업을 앞둔 장군처럼 작전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종이에 쓰며 점검해 보기까지 했습니다. 쥘리앵의 사랑은 여전히 야심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가난하고 구박덩어리인 자신이 그처럼 지체 높은 여인을 차지했다는 기쁨, 그것이 그의 사랑입니다. 여인의 높은 지체 덕에 자신까지 고귀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의 열정은 예측할 수 없는 운명 속으로 빠져듭니다. 레날 부인은 쥘리앵이 단번에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녀는 신약성서를 라틴어로 암송할 정도로 머리 좋은 쥘리앵으로부터 미래의 교황이나 리슐리외 같은 재상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레날 부인은 황제가 이 도시를 방문했을 때 쥘리앵을 레날 시장에게 말하여 의장대의 일원으로 추천하여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했고,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들이 크게 아프자 자기 죄를 의식하고 깊은 후회를 하면서도 그가 없으면 지옥 같은 삶처럼 느껴졌습니다.

쥘리앵과 결혼을 꿈꾸었던 엘리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뻔뻔스럽고 야비한 빈민 수용소장 발르노씨를 찾아가 그들의 일을 일렀고 발르노씨는 속이 뒤집혔습니다. 이 지방에서 제일 돋보이는 여자가, 자신이 6년 동안 그동안 공들려 쫓아다닌 여자가,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자기를 멸시하던 여자가 겨우 가정교사 노릇 하는 막일꾼 놈의 자식을 정부로 삼다니 환장할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레날 시장은 부인과 관련된 익명의 긴 편지를 받는 순간부터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일을 벌여 소문이 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레날 부인도 연극을 성공적으로 외교관처럼 능란하게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는 결국 쥘리앵을 베르에르에 휴가 보내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문제는 엘리자가 셸랑 신부와 새주임 신부 마슬롱에게 고해를 했습니다. 그 스캔들은 시내에서 그녀에 대한 나쁜 소문으로 파다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브장송 신학교 입학

셸랑 신부는 쥘리앵에게 브장송 신학교에 들어갈 것을 강하게 권합니다. 레날 부인은 쥘리앵이 떨어져 있으면 자기 야망에만 빠져 있을 거고, 그러면 곧 자신을 잊을 거라고 염려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눈물을 닦으며 쥘리앵을 떠나보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에 드러날 것이 두려워 신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이곳에서도 세상과 마찬가지로 위선만이 최선의 출세 방법임을 알게됩니다. 피라르 교장 신부는 덕망이 높은 30년지기인 셸랑신부로부터 그를 소개받아 쥘리앵을 절대적으로 신임합니다. 

엄격한 피라르 교장 신부는 신약성경과 구약성경 복습 교사로 그를 임명합니다. 쥘리앵의 힘으로 얻어낸 최초의 승진이었습니다. 그로 인한 유리함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푸케가 사냥철에 보내준 사슴 한 마리와 멧돼지는 쥘리앵의 집안을 존경받는 상류층으로 인식시켰습니다. 쥘리앵은 고전문학에 뛰어난 지식으로 주교로부터 칭찬과 선물까지 받게 되여 이젠 누구도 그를 무시 못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술책을 잘 부리는 교활한 프릴레르 부주교의 음모로 피라르 교장 신부가 사직할 즈음, 파리의 라몰 후작이 나르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 높은 프릴레르 부주교와 재산 문제로 소송을 할 때 셸랑신부에게 도움을 부탁했고, 셰랑 신부는 피라르 신부를 소개하여 승소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후작의 개인비서

라몰 후작은 신임을 하는 피라르 신부에게 연봉 8,000프랑의 개인 비서직을 제의하자 피라르 교장은 신학생 쥘리앵을 추천하고, 그는 라몰 후작 댁에 비서로 들어가고, 굳센 의지의 힘으로 콧대 높은 후작의 딸 마틸드를 정복합니다.

“노르베르, 쥘리엥 소렐에게 친절하게 해주어라. 이번에 내 참모로 삼았으니 의젓한 사람으로 키워주고 싶구나.”

파리는 쥘리앵에게는 음모와 위선의 중심지로 보였습니다. 프릴레르 부주교의 배후 세력들이 여기저기서 활개를 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에서 피라르 신부를 만나자 신부는 쥘리앵에게 후작은 프랑스 최고의 귀족이기 때문에 상중(喪中)에 있는 사람처럼 검은 옷을 입고 지내야 되고, 신학교를 소개해 줄 테니 일주일에 세 번 신학 수업을 듣도록 하고, 만약 몇 달 후 쓸모가 없으면 브장송 신학교로 당당하게 가라고 하셨습니다. 

신부는 매정한 사람이지만 쥘리앵에게는 친자식처럼 친절하고 자상하게 챙겨주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피라르 신부는 후작이 적어준 대로 양복을 맞추어 주고 장화, 셔츠, 모자를 주문하였습니다. 

후작은 부인과 남매를 두었으며, 부인은 키가 컸으며 위세가 당당한 거만한 사람이고, 노르베르 백작인 아들은 인상은 선 하나 얼굴빛이 창백하고 늘씬한 체구로 쥘리앵과 비슷한 또래이고, 딸은 눈부신 금발에 아름다운 몸매로 뭇 남성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었습니다. 쥘리앵은 여기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의 일과는 매일 오후에 후작의 서재로 가서 잡다한 일을 대신하여  처리해 주고, 저녁 8시에는 서재를 정돈하고, 10시 이후에는 자유로운 시간입니다. 부인의 살롱에 수많이 찾아오고,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따분한 모임으로 들을만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쥘리앵은 열의를 가지고 일처리에 집중하고, 식구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는 무미건조한 생활에 권태감이 밀려오면 권총 사격 연습을 하였습니다.  

후작은 쥘리앵이 몸가짐은 어색해도 대단한 학식이 있고, 끈기 있게 노력하는 쓸모 있는 젊은이로 생각합니다. 쥘리앵은 과묵하고 총명했으며 까다로운 일도 잘 처리하여 손수 처리가 귀찮은 일은 그에게 모두 맡겼습니다. 후작은 그와의 대화에 흥미를 느끼고 정중하게 대했으며, 시중에 쥘리앵이 후작의 절친 사생아라는 소문까지 났습니다. 

쥘리앵은 후작이 그의 일처리 대한 보상으로 주는 얼마의 돈도 정중히 거절하고, 귀족들의 행동처럼 고상하고 꿋꿋하게 행동했고, 냉정하고 현실에 초연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후작은 귀족같이 쥘리앵을 키우기 위하여 푸른 정장 한 벌을 마련 해주고, 오페라가 열리는 날 밤 11시 반에 가서 극장 앞에 가서 저명인사들의 얼굴을 익혀두어 촌티를 벗게 배려하고, 얼마 동안 영국을 다녀오게 하여 훈장까지 받도록 하였습니다. 이제 쥘리앵은 멋쟁이 파리 생활의 기교를 깨우쳐 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난다고 하니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어요.······.
 당신이 곁에 없다면 난 견딜 수 없을 거예요.”

굴복당하는 마틸드

오만함으로 가득 찬 마틸드의 마음을 굴복 시켜나가는 과정은 실용 연애서 그 자체입니다. 최상의 사람들의 최상의 찬사에 둘러싸여 있지만 권태로움을 느끼는 마틸드에게 그는 냉정하고 무관심하게 대합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교만하고 냉정한 성격이지만 질투심을 이용하여 그에게 무가치한 존재라는 것을 통렬하게 느끼자 열정적인 여자인 것처럼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이 자기행복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우울하고 서글펐습니다. 

쥘리앵은 박식하고 사리에도 밝은 예쁜 그녀를 꼭 차지하고 말겠다고 호랑이 같은 눈초리로 다짐했습니다. 그녀가 아무리 관심을 갖는 척해도 절대로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습니다. 그가 정중하고 냉정하게 대할수록 그녀는 그에게 더욱더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슴을 두근거리며 산란한 머리로 ‘그녀가 정말 날 사랑하는 것일까?’하는 상념에 빠졌습니다.

그녀는 후작의 명에 의해 영지와 가옥의 관리를 위해 여행 준비를 할 때 마틸드로부터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그는 후작이 생각하는 마틸드의 결혼 상대 크루아즈누아 후작과 제재소 집 아들인 자신이 저울대에 올려져서 끝내 자신이 승리한 거라고 행복에 들떠있습니다. 

마틸드는 한편으로 그가 자신을 혹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또 한편으로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닌지, 그저 겉으로만 비범하게 보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일말의 불안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둘은 사랑을 나누고 애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쥘리앵은 사랑을 쟁취한 기쁨보다는 야심이 이루어진 것같은 성취감을 느꼈고, 마틸드는 강한 자존심으로 후회나 자책감은 없었습니다.

그 후에도 허영심 강한 마틸드는 크루아즈누아 후작과의 혼인에 흔들렸으나 쥘리앵이 혁명가 당통(1759~1794) 같은 인물이 될지도 모르고, ‘극복하여야 할 엄청난 난관이나 사태의 암울한 불안을 극복하는 사랑이 위대한 사랑이고 아름다운 사랑이다’라고 생각한 마틸드는 겱국 임신하고, 후작은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합니다. 

결혼파탄과 살인죄

프랑스 최고의 인사들이 청혼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던 딸이 보잘것없는 남자하고 결혼한다는 일에 후작은 분통이 터졌으나 임신한 딸을 위해 막대한 영지와 라베르네이라는 귀족계급의 성을 붙여주고 기병 중위라는 지위까지 부여합니다. 쥘리앵은 이제 권력과 고위직 획득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기거하는 집에서 가장 신뢰받는 여인을 유혹하여 성공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아무 욕심 없는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놀라운 언변으로 무장한 그의 유일한 목표는 그 집 주인과 재산을 자기 손아귀에 넣는 것입니다.”

라몰 후작은 쥘리앵의 품행을 알아보려고 쥘리엥의 고향에 편지를 보냅니다. 결혼식 직전, 레날 부인의 질투와 비방이 담긴 편지로 인해 줄리앙의 꿈은 깨지고, 이에 분함을 이기지 못한 줄리앙은 권총을 사서 베리에르의 성당에서 마사에 참여 중인 레날 부인을 쏘아 살인미수로 감옥에 갇혀 재판을 기다립니다. 

쥘리앵은 레날 부인을 쏜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으며, 다행히도 어깨에 총상을 입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벅차올라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레날 부인은 자기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그를 사형에 처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는 모범적인 신앙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쳤으며 절대로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다는 것을 배심원 모두에게 편지를 써서 호소했습니다. 

야망의 불꽃이 꺼짐

그녀는 면회를 와서 항소하라고 쥘리앵에게 애원했고, 그 편지를 쓴 것은 자신이 고해한 젊은 신부이고, 자신은 그대로 베껴 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레날 부인에게 격심한 질투로 제정신이 아닌 듯한 마틸드는 쥘리앵을 구하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헌신적인 노력을 다합니다. 쥘리앵은 야망의 불꽃이 꺼진 지금 마틸드에 대한 열정은 사라졌습니다. 지금 자신이 사랑한 것은 오직 레날 부인이고 강렬한 후회입니다.

“나는 사람을 죽이려 했고 그러니 죽어야 한다. 
다른 건 필요 없다. 그게 전부다.”

그는 빨리 재판이 끝나 자신이 곧 사형이 집행되기를 바랐습니다. 항소를 포기한 그는 베리에르 감옥에서 브장송 감옥으로 옮겨지고 충실한 친구 푸케가 찾아옵니다. 푸케는 자신의 전 재산을 다 써서라도 감옥에서 탈옥시킬 생각이지만 쥘리엥은 거부합니다. 감옥에서 스물세 살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 쥘리앵은 자신의 사형을 마땅한 것으로 인정했으나 지금까지의 그의 생애가 겨우 이런 결말을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한가라는 생각에 그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저의 죄가 가벼울지라도 저와 같은 계층의 시람들은 재판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배심원석에 나와 같은 농부는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오직 어느 분이나 적의를 품는 부르조아 뿐입니다.” 

쥘리앵은 재판장이 발언을 권하자 가슴속에 품고있는 모든 것을 20분 동안 배심원들에게 말했습니다. 배심원석에는 자기는 비천한 운명에 반항한 일개 농부이며, 배심원 중 자기와 같은 계급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유감을 표하고, 자신의 범죄는 잔혹한 것이며 사전에 계획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했던 시절, 레날 부인을 정말 존경했다는 것,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하듯 그녀를 흠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사형 집행 후 마틸드는 그의 머리를 가지고 가서 생전에 푸케에게 유언한 대로 뜨거운 야망으로 불탔던 시절 하룻 밤을 보냈던 산 정상의 작은 동굴에 무덤을 정성스럽게 꾸며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레날 부인은 그의 죽음으로 충격받아 줄리앙이 죽은 사흘 후에 자기 자식들을 품에 안고 숨을 거둡니다.

사랑과 야망 이야기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적과 흑》의 배경은 1830년대 프랑스 왕정복고(王政復古) 시절로 프랑스 사회의 모습과 계급, 이념을 묘사하여 당시 계급사회와 정치를 풍자합니다. 소설의 구성은 한마디로 청년의 야심이 뒤얽힌 슬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쥘리엥은 벼락출세를 꿈꾸고, 연애의 기술로 귀족 체제를 무너뜨렸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죽는 길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는 수많은 세월과 사건 후에도 자신에게 기억되는 것은 사랑했던 여인의 미소뿐이라고 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애독자 2022-05-25 20:04:09
서평치고는 짧지 않았지만 제목만 알고 있던 '적과 흑'을 다 읽은 느낌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