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본래는 한 번만 쓰고 그만두려 했지만 또 다시 안 쓸 수가 없게 되었다. 박지현이 24일에 뜬금없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현재 선거 분위기가 좋지 않자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명분을 달고 나선 것이다. 허나 그녀가 또 ‘반성과 사과’ 운운하는 것으로 주제를 정했다기에 그럼 그렇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박지현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무슨 대역죄라도 지었나? 뭘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사과를 못해서 안달인 것인가? 국민의힘은 불과 5년 전에 대통령이 국정농단에 연루되어 임기 중 파면되는 일을 겪었던 당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19대 대선에서 역대 최다 표 차로 패배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그러는 동안에 국민의힘이 제대로 반성하고 사죄한 적이 있었나? 대의민주주의라는 헌법 정신을 뒤흔들었는데도 말이다.
박지현은 잇단 당 내 논란이 나올 때마다 진솔하게 사과하면 여론이 “민주당은 그래도 국민의힘보다는 양심적이네.” 하고 반응할 거라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은 박지현이 아는 것만큼 아름답지도 않고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더군다나 본인이 지금 몸 담고 있는 정치판이란 곳은 인간의 온갖 추악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복마전이다. 그래서 일전에 필자가 당신을 두고 참으로 순진한 백면서생이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뭐 하나 논란이 나올 때마다 사과를 해대면 오히려 여론은 “저 당은 참 죄가 많은 당인가보다.”고 여기지 박지현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다 언론은 신나게 민주당 내에서 벌어진 논란들을 오히려 더 침소봉대해서 보도하지 절대 양심적인 당이라고 보도해주지 않는다.
사과를 한다는 건 곧 그 논란거리를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상대 당도 마찬가지다. 박지현이 그렇게 사과를 하면 더 신나게 민주당을 때리지 절대 감동을 받지 않는다.
일전에 필자가 〈민주당은 도덕적 결벽증에서 벗어나라〉라는 칼럼을 쓴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박지현이 벌인 일련의 사건들도 모두 이 ‘도덕적 결벽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상에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신도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다고 할 수 있나? 『성경』에 나온 여호와의 모습이 과연 도덕적으로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하다 할 수 있나? 애초에 도덕적 결벽증을 씌운 것도 수구 언론들이다. 왜 수구 언론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인가?
그리고 지금은 아직 선거 중이다. 그런데 박지현이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과연 선거에 임하는 당 대표의 자세인지 아니면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사람의 자세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선거에 집중해도 이길까 말까한 불리한 상황인데 당내 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다. 지금 선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자치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이지 당 대표 선거가 아니다.
박지현이 내놓았어야 하는 말은 지방선거와 관련된 말이었어야 했다. 유권자들 중에 더불어민주당 당내 쇄신안과 혁신안에 크게 관심을 가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필자 같은 정치 고관여층 외에는 없다. 선거에서 중심을 잡고 이끌어 가야 할 책임을 맡은 자가 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지방선거 중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기후위기 대응, 사회 불평등 해소, 청년 정치인 육성,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 등이 왜 나오는 것인가? 저런 것들 중 어느 것도 지방선거와 하등 관련이 없다.
총선 시기에 이런 말을 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방선거에서 이런 이야기는 전혀 생뚱맞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지금 이 기자회견을 하는 목적 자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 호소를 위해 한 것 아니었나?
또 박지현은 “우리 편 잘못에 더 엄격하겠다. ‘내로남불’ 오명을 벗겠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고 했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은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다. 박지현은 이렇게 말하면 여론이 호의적으로 돌아설 것이라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않고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저렇게 말하면 본인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을 ‘내로남불’ 정당이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편 잘못에 더 엄격하겠다고 말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말 죄를 많이 지은 당으로 몰아가기 딱 좋다.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자기 당 정치인들을 ‘나쁜 놈’으로 낙인 찍는 하수 중 하수다.
하다하다 마지막엔 이재명 후보의 강력한 지지층인 개딸들을 향해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하며 사실상 개딸들을 배척하는 투의 말까지 했다. 팬덤 정당 운운하는 것 역시 기성 언론들이 덧씌운 프레임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와 문재인 대통령의 문빠 등 두 분 대통령에게는 강력한 팬덤이 있었고 이들은 두 분 대통령을 당선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기성 언론들은 이 가장 큰 원동력을 없애려고 ‘팬덤 위주 갈라치기 정치’ 운운하였던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세상은 박지현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가 않다. 대중 정당으로 만드는 포부 자체를 비난하고 싶진 않다. 허나 자기 지지층도 못 지키면서 중도층을 잡는다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는 미련한 짓이다.
집토끼는 확실히 지키고 산토끼를 잡으러 가야지 집토끼 지키는 우리는 풀어놓고 산토끼를 잡으러 나가면 어떻게 되겠나? 사실 언론이 떠드는 ‘중도층’이란 계층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 핵심 지지층도 못 지키면서 신기루인 ‘중도층’을 잡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말도 그렇다. 다른 의견도 다른 의견 나름이다. 박지현 본인이 이 때까지 해온 행동들을 한 번 진지하게 반추해봐라. 그게 단순히 ‘다른 의견’이었는지를. ‘내부 총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쓴소리를 가장해서 자기 당에 해를 입히는 걸 말하는 것이다.
과연 박지현 본인이 한 그 쓴소리가 지금 더불어민주당에 득이 되었는지 독이 되었는지 한 번 반추해봐라. 당신도 성인인 이상 그 정도는 스스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아울러 당신의 이 말은 정작 자신을 향한 쓴소리는 수용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오기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다.”고 했는데 본인이 어떻게 책임을 지고 바꾸겠다는 것인가? 본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검증이 된 바가 없는데 무엇을 믿고 맡겨달라는 것인가? 능력도 없으면서 큰소리치는 것은 공수표 발행하는 것이다. 최소한 박지현 본인이 어떤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 하나라도 내놓고 믿고 맡겨달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덮어놓고 “믿어주세요.” 하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당 대표는 고사하고 일반 기업 면접시험에서도 탈락한다.
박지현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들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적 능력도 검증된 바 없고 인생 경험도 짧아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풋내기에게 단지 전국적으로 한 번 뜬 걸 가지고 비상대책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부터가 문제였다. 도대체 왜 이런 중대한 시기에 그런 풋내기에게 비대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필자는 30대이고 박지현은 20대이니 한 세대 정도 차이가 난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한 세대 위의 선배로서 박지현을 바라보면 참 많이 안타깝다. 청년 정치인답게 나름의 포부는 있는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청운의 꿈까지 뭐라고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그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도 순진하다. 그녀의 생각대로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20대 초반부터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사회의 때가 좀 묻은 필자와 달리 박지현은 대학 졸업 후 쭉 여성운동가로서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한 사람이라 사회 경험이 풍부하다고 볼 수 없다.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점은 참신하긴 한데 식견이 영글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다 보면 혼자 이리저리 튀는 소리를 하게 된다. 참신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박지현이 이렇게 혼자서 자꾸 튀는 소리를 하는 건 결국 그녀의 일천한 사회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지금 박지현에게 필요한 건 세상 공부라고 본다. 세상은 박지현 본인이 생각하는 것 만큼 아름답지도 않고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그리고 정치판은 온갖 마귀들이 설치는 복마전과 같은 곳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과연 바보라서 본인의 잘못을 시치미 뚝 떼고 버티고 있겠는가? 물론 필자의 이 말이 기성 정치인들의 행동이 잘했다는 뜻이 아니다.
최소한 호구 잡힐 일을 알아서 하지 말란 말이다. 그만큼 정치인이란 직업은 보통 멘탈로는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정치계에서 쭉 활동할 계획이라면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라. 당신도 이제 성인이고 성인이면 본인이 한 행동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하죠 그리고 최대의 미스터리중 하나는 더 큰 어마어마한 의혹이 있는 상대당 이사람 저사람의 허물에는 왜 집요하게 끈질기게 계속해서 큰 소리로 비판하지 못하고 내부의 문제는 저리 악착같이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