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당 지도부 모두와 충분히 상의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 특히 마음 상하셨을 윤호중 위원장께 사과드린다." (27일 오전)
"윤 위원장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거부를 당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인천 집중유세에 참석하지 못하고 차를 돌렸다. 많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27일 오후)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27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전과 오후가 전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오전에는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던 그가 오후 들어서는 정반대로 돌변했다. 윤 위원장에게 공개 사과한 지 채 다섯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180˚ 바꾼 것이다.
이를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조변석개(朝變夕改)-조개모변(朝改暮變)-조석변개(朝夕變改)-조개모변(朝改暮變)’으로 묘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이날 오후 6.1지방선거를 불과 닷새 앞두고 윤 위원장과 함께 참석하기로 한 인천 집중유세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 쇄신과제를 담은 공동 유세문 발표 제안을 윤 위원장이 거절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연출하는 것은, 국민 앞에 진실하지 못한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금일 예정된 인천 집중유세에서 윤 위원장과 함께 공동 유세문을 발표하자고 요청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제안한 공동 유세문에는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 등 5대 쇄신 과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흘 전인 지난 24일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586 용퇴론’과 최강욱 의원 징계를 소리쳤던 내용을 ‘쇄신안’으로 포장, 이를 집중 유세장에서 또다시 거론하겠다며 윤 위원장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윤 위원장이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차를 돌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저는 제 쇄신 제안을 받을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고, 쇄신안 관철 시도를 이어가겠다”며 “이와 별도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당의 선거 승리와 당의 쇄신을 위해 끝까지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어디 누가 이기는지 끝장을 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난데없는 사과로 정신을 차렸나 싶었더니, 이게 웬말이냐. 비대위원장으로서 혁혁한 공을 세워 당 지지율이 벼랑 끝으로 몰렸는데도 아직도 내부 총질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냐”며 원성이 폭발지경에 이르고 있다.
민주당 당원이기도 한 방송인 송기훈 애널리스트는 “사과 후 SNS로 또 다시 분란을 일으키며 덕분에 박빙의 선거구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며 "보도에 따르면, 지방선거 후 혁신위원장 자리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초보 정치인의 관종력이 이 정도면 거의 파천황급이다. 욕도 아깝다”고 후려갈겼다.
앞서 〈연합뉴스〉는 "박 위원장이 윤 위원장에게 지방선거가 끝나면 혁신위원장 자리를 자신에게 주고, 세대교체를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을 이용, 일종의 거래를 시도한 것"이라고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지방선거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다시 치명적인 파열음을 내고 있다.
재롱 떠는걸 지켜봐야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