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7] 은산의 역사의식을 담은 은산별신제와 느티나무...부여군 은산면 은산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7] 은산의 역사의식을 담은 은산별신제와 느티나무...부여군 은산면 은산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5.3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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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백제가 멸망했어도 은산은 금강과 은산천을 따라 형성된 넓은 뜰로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사신이나 관리가 쉬어가는 역참과 시장이 발달하여 사람과 물산이 붐볐던 곳이다.

그리고 마을의 역사를 담은 설화가 전해지면서 국가무형유산인 ‘은산별신제’가 계승되고 있는 역사적인 고장이다.

별신제가 열리는 별신당 주변에 은산리의 느티나무도 500여 년 간 마을에 자리 잡으면서 병마를 쫓고 마을의 복을 부르는 별신굿의 현장을 기억하고 있을 듯하다.

은산별신제는 언제 시작됐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조선 후기에는 마을대동제로서 자리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은산별신제의 기원은 1947년 낡은 은산별신제의 산신당을 다시 손질해서 고쳐 쓸 때의 ‘산신당 중수기 해설문’ 안내판에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중략..) 여러 마을 노인들이 전해오는 말로는 이곳 은산리는 옛날 백제시대의 전쟁터였다. 그 전사한 장졸들의 영혼과 분함이 오래되어 흩어지지 않고 이따금 풍우가 일어나고 바르지 못한 역질이 일어나 사람과 짐승들이 병에 걸려 재앙이 일어나므로 이 신당을 다시 세워 토지지신의 족자를 주벽에 봉안하고 옛 명장의 화폭을 동·서 벽에 배안진좌하고 매년 정월에 반듯이 지극하고 공경하게 제향을 올려 삼년마다 큰 제사를 베푸는데 병졸·말·깃발을 앞세우고 북치고 물새가 지저기는 것 같이 즐겁고 공경하기를 전쟁 행사와 같이하여 장졸들의 잠기고 감추어진 울분의 기운을 베풀어 위로하였다(...중략...)’

본래 별신굿은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터를 지키는 장승을 대상으로 마을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는 일반적인 굿이었다.

그러나 은산별신제는 은산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확대되면서 산제와 장승제로는 다양한 구성원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던 상황에서 새로운 종교 제례에 백제부흥운동의 장병을 끌어들임으로써 지역의 역사성과 주민의 역사의식을 함께 고취하는 역할로 발전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즉 은산별신제는 일반 마을대동제로서의 역할과 함께 백제군인들의 위령제를 함께 하는 모양새로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700년 동안 31명의 왕이 재위를 했던 백제의 찬란한 문명이 하루 아침에 나당연합군의 급습에 멸망하고, 임금과 주민이 당나라에 포로로 끌려갔던 사건은 은산 주민들의 마음 한켠에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이다.

백제의 마지막 임금이 술과 여자에 빠져 나라를 망하게 했다는 신라인이 쓴 역사서는 백제멸망 이후 3년간의 백제부흥운동의 정당성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백제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여와 은산 사람들에게 은산별신굿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행사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은산은 충남 최고 역사축제인 ‘은산별신제’를 이어가기에는 암울한 면이 많다.

일제의 암울했던 시기에도 별신제를 계승했던 주민들은 은산 인근의 광산이 폐광되고 모시장도 점차 쇠락하면서 농촌의 인구절벽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굿에서 축제로 바뀐 현장은 주민보다는 주변 군부대나 전통문화대학교 청년들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500여 년간 은산별신제를 지켜 본 느티나무도 이런 어려운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을 제사와 굿이 벌어질 때는 느티나무를 지나 산신당에 지나가야 하고, 행사가 다가올 때면, 제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무 아래에 모여 정성을 담아 행사를 진행하려던 고민을 얘기하면서 마을의 풍습을 지켜왔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은산별신제보존회 어른들은 격년으로 소제와 대제를 나누던 행사를 모두 대제로 진행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단순히 무속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은산별신제는 지역의 역사와 역사의식을 함께 공유하려는 주민들로 분명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

은산리의 느티나무도 그러하기를 바라면서 오월의 끝자락에 더 넓은 그늘을 내주려 하고 있다.

부여군 은산면 은산리 111-34 느티나무 1본 51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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