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8] 여전히 쓸모 있는 상수리나무...부여군 은산면 가중리 상수리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8] 여전히 쓸모 있는 상수리나무...부여군 은산면 가중리 상수리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6.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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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겨울에 상수리나무와 밤나무를 비교하는 일은 어렵다.

자세히 봐야 잎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고, 떨어진 밤송이 껍질이 있어야 밤나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챌 수 있다.

봄이 되어 잎이 나도 구분은 쉽지 않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 그때서야 나무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꽃이 지고 열매가 맺을 때 둘 사이의 차이는 선명해진다.

둘은 목재로도 매우 훌륭하다.

둘 다 단단하여 건축재나 가구재, 선박이나 차량에 사용된다.

밤나무가 물과 습기에 잘 견디는 성질에 목공예와 거문고와 같은 악기, 철도 침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면, 참나무는 나무를 베어 내도 그루터기부터 계속 자라나는 성질에 땔나무로 이용되어 왔다.

쓰임새로 치자면 오랫동안 인간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온 나무들이다.

밤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이웃사촌이다. 그래서 둘 사이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

그런데 은산면 가중리 상수리나무는 요즘 화가 많이 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나무가 밤나무라는 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상수리나무는 “너희들은 어디서 그따위 얘기를 들었니?”

상수리나무 옆의 감나무는“내 머리 위에 둥지 친 까지가 옆 동네 밤나무가 사는 마을에 가서 들었대!”

“자기들은 2000년 전부터 인간들의 굶주림을 막아줬고, 그래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제사에 밤을 놓고 절을 한다고 말야”

그러자 상수리나무는 “뭐라고! 고작 이천년 정도 밖에 안 되면서 가장 쓸모있다고!”라며 더욱 화를 냈다.

“나는 수천 년 전부터 인간들이 나를 이용했어! 우리나라 석기시대 유적지에는 도토리 열매가 꼭 나오는데, 쓰임새로 치자면 나는 밤보다 더욱 오래됐지!”

상수리나무는 자신과 인간의 관계 역사를 까치에게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밤이 제사상에 올라간다고! 내 열매가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서 내 이름이 상수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 아냐!”

옆에서 듣던 까치가 물었다.

“너희들은 인간들에게 쓸모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이니?”

곰곰이 듣던 상수리나무는 의아했다.

“원래 우리 나무들은 인간들의 쓰임새 때문에 태어난 거 아냐? 인간들이 집이 필요하면 내 몸을 베어가고, 배고프면 나를 때려서라도 열매를 따가고, 추우면 땔감과 숯을 만들려고 나를 이용하는 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어”

상수리나무는 늘 인간 옆에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관심을 받는 일이 자신의 일인 양 좋아했던 것이다.

“세상에 인간을 위해 태어난 나무는 없어. 그리고 인간은 너희 나무를 마구 사용해서 이제는 지구가 아파서 많은 생물들이 사라지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상수리나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까치를 바라봤다.

“인간은 나무를 너무 많이 베어버렸어. 고기를 얻기 위해 숲을 무자비하게 없앴고, 우리 생물들은 집을 잃어버렸지. 그뿐만이 아냐! 너희 나무들을 태워 없애버리자 이산화탄소가 지구에 퍼졌고, 숲이 사라지니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 지구가 더워지기 시작했어”

까치 얘기에 상수리나무는 너무나 놀란 표정이었다.

“그래서 너희들은 지구를 위해 너무나 필요한 생명이야. 우리에게도 너희들 때문에 새끼를 키울 수 있고, 먹이를 구할 수 있단다”

상수리나무는 그동안 인간만을 생각했는데, 까치의 얘기에 좀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알겠어. 밤나무 얘기에 화가 났는데, 내 쓸모는 다른 데 있었네. 고마워 까치야”

부여군 은산면 가중리 169 상수리나무 1본 26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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