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9] 백제의 노동요 ‘산유화가’를 느끼기에 좋은 느티나무 정자...부여군 세도면 수고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9] 백제의 노동요 ‘산유화가’를 느끼기에 좋은 느티나무 정자...부여군 세도면 수고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6.0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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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부여군 세도면 수고리의 느티나무는 주변보다 다소 높은 곳에 위치한다.

두 나무 사이의 쉼터는 전형적인 농촌 건물이지만, 위치와 주변의 경치덕분에 시골 카페의 역할도 기대되는 곳이다.

조선시대 인구증가로 하천 주변의 무너미 땅을 농지로 개간하기 훨씬 이전부터 부여군 세도면은 농업이 주업일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부여의 세도면은 넓은 뜰로 유명하다.

높이 50미터의 낮은 구릉성 산지, 사동천과 금강 사이에 넓은 뜰이 형성되었는데, 부여 최대의 망게들과 간대들이 세도면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원전 청동기 시대부터 세도면 뜰에서 벼를 수확했다는 유물들이 나왔던 것으로 보아 세도면의 농업 역사는 수천 년을 족히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여는 예부터 새벽의 땅으로 통했다.

‘날이 부옇게 밝았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부여는 이곳 세도면 느티나무 정자에서 세도면 뜰을 보면 그 말을 체감할 수 있다.

금강물이 새벽부터 안개를 만들고 그 사이로 해가 뜨는 부여는 말 그대로였다.

6월 새벽, 부여의 논에는 바쁜 농부의 움직임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모를 키운 모판이 각 논마다 층층이 쌓여 있고, 농부는 이앙기에 모판을 얹혀 논에 촘촘히 모를 심는다.

과거 6월의 모내기는 긴 줄에 맞추어 사람들이 늘어섰고, 한 손에 모내기를 한 움큼 움켜잡고 허리를 굽힌 채 민요에 맞추어 모를 심었다.

민요는 긴 모내기 시간에 선창과 집단 합창을 하면서 고단함이 끼어들 새 없이 끊임없이 모내기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일의 지루함을 잊고 능률을 높이는 노동요이면서도 유희적인 노랫말로 공동체의 감정을 그대로 배출하는 민요는 모내기와 같은 마을 집단행사에서 반드시 필요했다.

현대 농촌의 6월은 사람대신 이앙기가 대신하고, 끼니와 참을 준비하지 않는다.

기계덕분에 농업의 효율성과 편리성은 높아져서 부부 두 사람이 너끈히 서너 마지기의 논을 경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농촌이 형성한 공동체 문화는 40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세도면만 해도 경관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끊임없이 전승되어 내려오던 문화도 바뀌거나 사라졌다.

예를 들어, 수많은 백제 유물을 간직한 부여는 일찍이 농업 생산성이 높은 세도면을 중심으로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세도장군제’와 ‘산유화가’라는 무형유산을 꽃피웠던 곳이다.

마을의 안녕과 태평성대를 기리는 집단 놀이형태의 ‘세도장군제’는 매년 정월 초삼일에 개최해서 마을의 중요 자원인 ‘샘물(우물)’에 제를 지내고, 마을을 지켜주는 ‘산신제’와 ‘장군제’를 통해서 마을의 잡귀를 몰아내 주민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놀이이다.

‘산유화가’는 세도면에 본격적으로 농업활동이 시작되는 모내기 때에 부르는 노동요 또는 민요이다.

산유화야 산유화야 네꽃피어 자랑마라. 어화 어화 상사뒤요.

(...중략...)

구룡포 넓은 들에 모춤소리 한창이요. 어화 어화 상사뒤요.

한산의 베틀가는 어깨춤이 절로 난다. 어화 어화 상사뒤요.

농사일이 바쁘건만 부모형제 구제한다. 어화 어화 상사뒤요.

취영봉에 달이 뜨고 사비강에 달이진다. 어화 어화 상사뒤요.

(...중략...)

성황 흥왕 넓은 덕은 우리들의 만족이요. 어화 어화 상사뒤요.

만세 만세 만만세는 천추만세 하올세라. 어화 어화 상사뒤요.

무형유산도시 부여 편에서 -

산유화가는 노랫말에 유독 백제 시대의 지명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백제 유민들로부터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 세도면은 백제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풍경은 바람이 전하는 시각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백제 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문화나 노래도 또 하나의 부여의 풍경이 될 수 있다.

6월, 세도면의 원풍경을 느끼기에는 다소 아쉽지만, 산유화가의 노랫말에 담긴 슬픔과 희망을 곱씹기에는 느티나무 사이의 정자는 너무나 수려하다.

부여군 세도면 수고리 539 느티나무 2본 464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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