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영겁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이다.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문 대통령은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소재한 사저로 내려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퇴임한 이후에도 편안한 노후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바로 자칭 보수 단체와 보수 유튜버들 때문이다.
사실 이들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 단체이고 수구 유튜버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집회’, ‘시위’라고 포장한다. 언론들도 그 표현에 동조하고 있다. 시위라는 건 권력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뜻으로 보이는 시민 행동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권력자인가? 그는 올해 5월 9일까지만 권력자였고 현재는 이미 권좌를 내려놓고 보통 시민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게 과연 시위인가?
그리고 시위도 시위 나름이다. 문재인 대통령더러 원하는 걸 들어달라면 본인들이 주장하는 바를 간단명료하게 외치면 된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짓은 그냥 상욕 퍼붓기이다. 이 따위 짓거리도 과연 시위라고 할 수 있는가? 이건 시위가 아니라 그냥 ‘이지메’, ‘스토킹’에 불과한 것이다. 조용히 시골 마을에서 편안하게 살겠다는데 왜 찾아가서 그러는 것인가?
이 수구 단체와 수구 유튜버들이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이런 저질스런 ‘이지메’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이 자들의 짓거리로 인해 평산마을 주민들은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처음 얼마 동안은 주민들의 분노가 저 자들에게 향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결국엔 “이 모든 건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마을에 내려와서 이 소란이다.”는 생각이 싹트게 된다. 그럼 마을 주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게 되고 문 대통령더러 마을에서 나가달라고 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정말 문 대통령이 평산마을에서 퇴거해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더라도 아마 그들은 또 쫓아가서 그 짓거리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복수(?)로 눈이 돌아간 자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파면된 것은 박근혜 본인이 잘못이었건만 수구 단체들과 수구 유튜버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를 쫓아낸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자들은 이성적 사고가 불가능한 존재이기에 어떤 말을 해도 전혀 듣지 않는다. 그냥 벽에 대고 얘기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하는 짓은 박근혜에 대한 복수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에 소재한 박근혜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할 것이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더 가관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수구 단체의 이지메가 도를 넘는 수준이라 이 문제를 언급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시위가 허가되고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집무실과 사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집무실은 당연히 시위가 허용된다. 시위의 목적이 권력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니 집무실 앞에서 시위가 허용이 안 되면 어떻게 목소리를 전달하겠나? 반면에 사저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이 앞에 가서까지 시위랍시고 온갖 상욕을 늘어놓고 있는데 이게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인가?
집시법에도 사저나 관저 앞에서 시위는 금지되어 있다. 더군다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권력을 내려놓고 시민으로 돌아간 사람이고 평산마을은 농촌 마을로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그나마 서울 번화가라면 사람들 소리에 묻히기라도 하겠지만 평산마을은 인구가 적은 농촌이라 소음을 묻어버릴 여건도 안 된다.
만약에 어느 진보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사저가 있는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연일 시위랍시고 상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럼 참고 인내할 자신이 있나? 마침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시위를 할 것이라 했다. 평산마을에서 수구 단체들이 하는 짓거리를 그대로 재현했을 때 묵묵히 넘긴다면 필자도 대통령의 그 인내심 하나만큼은 인정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명박이 구속되기 전에 그래도 전직 대통령이기에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손님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난리굿을 피우는 저 수구 단체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라도 보내야 한다.
이미 청와대를 시민들의 품에 돌린다는 명분으로 불과 한 달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거주했던 공간을 한낱 전시공간으로 전락시켰다. 사람이 살았던 곳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킨 것부터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혀 배려가 없다는 증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분노스러운 자들은 바로 소위 자칭 ‘친문’인 이낙연계 의원들이다. 지방선거 무렵에 이 이낙연계 의원들은 평산마을 사저에 들러 문재인 대통령과 사진 촬영을 하며 요란하게 친분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 사저 앞에서 행해지는 문 대통령을 향한 이지메와 스토킹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무슨 낯짝으로 ‘친문’을 운운하는지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전에 손석희와의 대담에서 “누가 나를 지켜주겠습니까? 다 선거용으로 하는 소리죠.”라고 자조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친문을 자처하는 저 이낙연계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사람들에 불과한 것 같다. 손석희와의 대담에서 문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한 것은 결국 대통령 본인도 소위 ‘친문계’를 자처하는 의원들이 그런 사람들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좀 제발 문재인 대통령을 자유롭게 놔뒀으면 좋겠다. 경찰들은 뭐하고 있는가? 필자는 검찰지만 경찰도 그 못지않게 싫어한다. 검찰이 권력에 굴종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했듯이 경찰들도 입으로는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했지만 그간 행적은 ‘권력의 지팡이’였다. 경찰이 정말 ‘짭새’가 아닌 ‘경찰’ 대접을 받으려면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잘 챙겨라.
단지 문재인 대통령을 힘들게 해서 그런 게 아니다. 마을 주민들까지 덤으로 고생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정녕 민중의 지팡이라면 문 대통령 뿐 아니라 평산마을 주민들 전체를 괴롭히고 있는 이 시위를 제재, 불허해야 한다. 이런 것 하나 막지 못하면서 뭔 민중의 지팡이 소리를 듣고 싶은지 묻고 싶다.
그리고 문 대통령을 향해서 ‘이지메’와 ‘스토킹’을 하고 있는 수구 단체와 수구 유튜버들도 정녕 당신들이 조금이라도 인간의 양심이란 게 남아 있다면 더 이상 이 따위 짓은 그만 둬라. 이미 평산마을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압력밥솥이 터지지 않는 것은 증기가 빠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구멍이 막히면 압력밥솥은 폭탄이 되어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