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으면…
[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으면…
알베르 카뮈 ‘이방인’-사실대로 말하고 소신대로 삶을 산 주인공의 고립감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2.06.19 18: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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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서를 권장하는 인문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불멸의 인문고전은 천재들의 저작이다. 인류 역사를 다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精髓)를 담아놓은 책이다. 매일 그들에게 10년 동안 1시간 이상 개인 지도를 받는다면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관료 생활을 끝내고 정치인으로 몸담을 때 낙선은 나에게 시간의 약을 줘주었다. 마음 줄 곳은 책장에 오랫동안 장식처럼 꽂혀있는 고전들이었다. 나는 《독서로의 여행》를 택했다.
독서는 인간 정신의 모는 것을 활보하는 내면의 여행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강력하게 가슴에 치미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을 적어서 보여주고 좋은 마음 요기할 곳이 여기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이제 삶의 종착점을 향하는 내가 직접 겪고 고민했던 것과 어우러져 나오는 신호등이다.
책을 읽을 때 문자와 문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담겨 있는 뜻이 있다. 나는 나의 입을 빌려 세상에 말하려고 하는 천재 문호들의 꿈과 희망을 독자에게 말하고 싶다.
책속의 한 마디 정도라도 남아 《독서노트》로 기록하고, 그것을 남에게 소개하고 그중 조금이라도 함께 느끼고 싶다.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2-1960)의 장편소설 《이방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방인》은 다른 나라 사람 또는 보통 사람과 아주 사고가 다르고 행동이 다른 사람을 뜻합니다. 카뮈는 1942년 29살에 발표한 《이방인》으로 40대 초반 이른 나이에 일약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상식에 맞지 않는 극히 개인적인 행동으로 고립된 개체로 전락합니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요양원에서 같이 지낸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지만 정작 뫼르소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무심합니다.

그는 어차피 죽음은 누구든 언젠가는 당할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해수욕을 했고, 거기서 만난 여자 마리와 연인처럼 행동하고, 코미디 영화를 관람하며 웃고 떠듭니다.

그는 아랍인을 죽여 살인죄로 법정에 섰습니다. 그와 전혀 관계가 없는 아랍인을 단지 태양이 지지는듯한 열기를 이마에 느껴 자신도 모르게 총을 쐈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이해가 안 되는 우발적 사고입니다.

할 말이 없으면 말을 안 하는 뫼르소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지 않았고 관례에 따라 자신의 범죄를 후회한다고 말하기를 요구받지만 그다지 뉘우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많게 건 적게 건 바랐던 적이 있는 법이라고 말하여 변호인을 당황하게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살인행위를 했느냐는 나에 대한 심문보다 어머니의 죽음과 관계있는 요양원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심문하여 그것을 그의 실재로 보고, 우발적 사고보다는 포주 레몽과 합의한 계획적 범죄로 몰아가 결국 사형선고에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인공이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낸 이유, 어머니의 주인공에 대한 태도, 장례식 날 주인공의 담담한 모습, 엄마의 나이도 모르는 자식으로서의 비윤리적인 점. 심지어 장례식 날 관리인이 주는 밀크커피를 거부하지 않은 것까지 유죄의 단서가 됩니다.

검사는 주인공을 부도덕적이고 무자비한 인간으로 논고합니다.

“배심원 여러분,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바로 다음 날, 이 사람은 해수욕을 하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희극 영화를 보러 가서 시시덕거렸습니다. 더 이상 여러분께 할 말이 없습니다.”

변호사는 본질과 다른 재판 진행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도대체 피고인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다고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살인을 했다고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

교도소 사제(司祭)가 사형이 결정된 뫼르소에게 신에 대한 회개를 강요하자 무신론자인 그는 무정한 영혼처럼 전혀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하고, 남들이 죄인이라고 하니 죄인이고, 그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나에게 그 이상 요구는 무리라고 응대합니다.

주인공은 사실대로 말하고 소신대로 삶을 살아가지만 인간적인 정이 없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로 낙인찍혀 무척이나 고립감을 느낍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합니다.”

뫼르소는 도덕적으로 기형적 인물로 취급되고 죽음을 맞이하자 오히려 불편한 시선에서 벗어나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세계가 형제 같다는 생각에 비로소 다시 살아보는 욕구가 생깁니다. 생각하지 않았던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평안함을 느끼고, 어머니를 이해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얽매이고, 사회의 상식이나 잣대에 따라 타인을 평가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사형수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주위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진실과 다른 거짓말을 하고 있는 그대로 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을 서슴없이 합니다. 《이방인》은 이해 어려운 소설이지만 현재에 사는 현대인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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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27 2022-06-24 14:58:08
사회에 적응을 하기위해 참된 나를 숨기고 살아가는건 아닌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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