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새댁, 결혼 1년 동안 ‘스마일 인형’으로 산 사연
베트남 새댁, 결혼 1년 동안 ‘스마일 인형’으로 산 사연
[다문화 일기] 나의 사랑 나의 코리아! 좌충우돌 ‘다문화 일기’ ㉑
  • 녹한
  • 승인 2015.04.2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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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녹한 베트남]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남자와 결혼해서 대전 동구 천동에 살고 있는 녹한 이라고 합니다. 세월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온지 벌써 4년이 넘었네요. 처음에 왔을 때는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 의사소통 때문에 참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11월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저에게는 늦가을의 날씨인데도 추웠습니다. 모든 게 힘들고 낯설어서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저는 스물셋에 결혼해서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 왔습니다. 어린나이는 아니지만 오남매 중에 막내로 자랐기 때문에 가족들이 많이 예뻐해 주고 사랑을 가득히 받고 살았던 저는 가족들과 헤어져 멀리 가서 사는 것이 참 힘들고 불안했습니다.

시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남편 가족들에게 인사를 꼭 해야 한다고 해서 인사하러 갔습니다. 남편 가족들에게 첫인상을 좋게 남겨야한다고 생각해서 인사하러 가기 전에 베트남에서 가지고 온 사전을 보고 열심히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발음 때문에 ‘안녕하세요’ 라는 말밖에 못했습니다.

가족들이 하는 말도 못 알아들고, 제가 하는 말도 가족들이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3시간 동안 가족들 옆에서 웃기만 해서 민망했습니다. 그 후부터 한국말을 알아듣지를 모르는 저는 밖에 나가기가 싫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남편만 의지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가든 누구를 만나든 꼭 남편과 같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안 돼서 설날이 찾아왔어요. 베트남에서 꿈꿨던 기대와 행복은 없고 무섭고 서운하기만 했습니다. 말도 못하는데 시누이랑 시장에 가서 장보고 아주버님 댁에 와서 음식을 같이 준비하면 좋은데 한국말을 못하니까 도와주지도 못하고 조용히 앉아있기만 하는 저는 가족들 앞에서 뭘 해야 되는지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순간 베트남에서 설 때 엄마랑 시장에 갔던 날이 생각나고 가족들과 밥상 앞에서 재미있게 얘기 나눈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참 행복했는데. 지금도 똑같은 설이고 똑같은 분위기인데 남편도 옆에 있는데 왜 나는 외로운 느낌이 드는지 후회스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하루에 몇 번씩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내가 왜 한국에 왔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 건가?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외국에서 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거죠? 게다가 한국말을 모르기 때문에 가족들과 눈을 맞추기도 무서웠습니다. 나보고 뭐라고 할 까봐 걱정돼서 항상 피하고 못 보는 척합니다. 그래서 바로 결정 했습니다. 내년에는 꼭 가족들과 눈을 맞추고 한국말로 얘기를 나누고 말겠다고 목표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난 친구도 없고 남편 주위에도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이 없어서 좋은 정보를 얻지 못 했습니다. 어디에서 공부해야하는지 잘 몰라서 집에서 책과 사전으로 공부했습니다. 혼자 열심히 공부해봤자 한국말은 늘지 않았습니다.

실망만 하고 있는데 며칠 후 남편이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가르쳐 주는 다문화가족센터가 있다고 해서, 다음날 거기에 가봤더니 한국어를 무료로 가르칠 뿐만 아니라 여성결혼이민자에게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살게 하기 위해 요리와 부모교육도 가르쳐 준 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좋은 정보들도 많이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날 바로 신청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부하다 보니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언젠간 꿈은 이루어 질 거라 생각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학원에 가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안 되기 때문에 매일매일 나는 나 자신한테 ‘열심히 해, 열심히 해’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고 다짐하며 노력했습니다.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드디어 한국말로 남편 그리고 남편의 가족들과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1년 전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지만 1년이 지난 후에는 한국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고 혼자 시장에서 장도 보고 혼자 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밖으로 많이 다닌 덕분에 한국에 사는 것이 너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통시설도 좋고 좋은 물건들도 많고 아름다운 곳들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아서 살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한국 사람은 정이 많은 것 같았어요. 시장에 가면 내가 외국 사람이라서 그런지 예쁘다고도 많이 하고 덤도 많이 줍니다.

한국이라는 나라 참 아름다운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디어 국적취득 면접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엄마입장에서 가끔 속상합니다. 한국에 온지 6개월 뒤 임신 했고 지금 4살 된 아들이 있습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말이 점점 늘수록 엄마로서 걱정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요. 요즘 “엄마 이게 뭐예요?” 라고 매일 수십 번을 묻고 있습니다. 대답해주고 싶지만 가끔은 엄마도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하고 싶은 말을 엄마에게 열심히 했는데 엄마는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엄마로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속상 합니다.
 

나는 한국 엄마처럼 아기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자신 있게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한국말이 부족해서 우리아들에게 방해될 까봐 걱정도 되고 만약에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 갈 때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으면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하나? 그리고 혹시 내가 외국 사람이라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서 아이들이 우리아이를 놀리면 어떡할까? 혹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답니다.

이건 저만의 고민이 아니겠죠. 그래도 우리아이는 엄마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모든 일을 아빠보다 엄마에게 먼저 알려줍니다. 그래서 저는 예전보다 지금은 아이를 위해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 하고 싶습니다. 매일 학원에 가서 컴퓨터도 배우고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저 자신과 저의 아이를 위해 꼭 한국에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이제 국적 시험에 합격했고 운전면허증도 땄고 앞으로는 한국어능력시험도 보고 통번역사도 배우고 기회가 되면 저처럼 베트남에서 시집에 온 친구들에게 알기 쉽게 이해를 잘 시킬 수 있는 한국어선생님도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언어를 알고 있는 제가 선생님이 되면 베트남친구들에게 알기 쉽게 베트남말로 설명하여 가르치면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친구들이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해야 될 일도 많지만 제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위해 멋진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홍재야! 엄마는 부족한 건 많지만 홍재한테 항상 완벽한 사랑을 주고 싶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항상 엄마한테 잘 해줘야 해. 엄마도 우리홍재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너한테 부끄럽지 않는 멋진 엄마가 될게 사랑해”

이글을 통해서 결혼이민자 친구들에게 전달할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잘 살려면 무조건 한국어를 배워야합니다. 한국어를 알면 무시당하지 않고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은 위해 또 내 자식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세요. 그리고 항상 전 옆에 힘을 주는 남편한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기야! 사랑해. 베트남까지 와서 저와 결혼해 줘서 정말 고맙고 항상 넓은 마음으로 저를 이해 해주고 잘 해주고 응원해주고 사랑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고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자.”

※ ‘다문화 일기’ 시리즈는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회장 박옥진, 042-825-7233)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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