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질량의 세계…현재 1kg이 2년전 1kg이 아니다?
    재미있는 질량의 세계…현재 1kg이 2년전 1kg이 아니다?
    표준연 국가질량원기 2012년 비해 36μg 가벼워졌다 발표...변하지 않은 질량 신정의 필요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5.04.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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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량의 신 정의를 위한 와트저울 본체를 조립하고 있는 KRISS 질량힘센터 연구원.

    [굿모닝충청 최재근 기자] 한국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 질량 원기의 질량이 2012년보다 가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신용현) 질량힘센터는 전 세계 단위 유지 기관인 국제도량형국(BIPM, Bureau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의 4월 보고에 따르면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질량원기는 2012년에 비해 약 36μg(μg :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줄었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국가질량원기의 질량은 1kg에서 449μg을 더한 값이다. 100μg은 성인남성이 가진 약 1cm 길이의 머리카락 1개의 질량에 해당한다.

    원기란 단위를 정의하는 기준이 되는 물체를 말한다. 즉, KRISS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가질량원기의 값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장 정확한 1kg라는 것을 뜻한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산업체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질량이 정해진다.

    우리나라의 국가질량원기 질량에 변화가 있는 이유는 기준이 되는 BIPM의 상용 질량표준기 질량 값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보유한 국가질량원기는 5년마다 BIPM에서 질량표준기와의 비교를 통해 그 값을 갱신한다.

    BIPM의 상용 질량표준기 또한 인공물 형태의 분동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사용 중 마모나, 공기 이물질 흡착 등으로 질량이 줄거나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KRISS를 비롯해 전 세계 표준기관들은 인공물로 만든 원기 대신 변하지 않는 상수 값으로 질량을 정의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2018년에 새로운 정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RISS는 현재 전기력을 중력으로 환산해 물체의 질량을 재는 와트저울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양팔 저울 한쪽에 지금에 해당하는 1kg 물체를 올려둔 뒤 평형을 유지하게 됐을 때의 전자기력을 측정해 이에 대한 기준을 정하면 불변의 1kg 정의가 가능하다.

    KRISS는 지난 2012년에 와트저울 연구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메인시스템과 진공 챔버 제작을 완료하고 2017년에 1kg 기준 값을 산출할 계획이다

    국가질량원기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산업체나 일상생활에 즉각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폭은 산업체 등에서 느낄 수 없는 미세한 수준이기 때문. 다만 1 kg 이하의 실험실 수준의 정밀한 질량측정에 그 차이는 있을 수 있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국제비교연구 등의 기존 연구나 교정에 대해 사후조치가 필요한지 현재 검토 중이다.

    KRISS 질량힘센터 박연규 센터장은 “지금 일어나는 kg 원기의 질량 변화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과학적인 정밀측정의 응용과 추후 다른 단위의 정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질량단위 신정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KRISS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와트저울 연구에 집중해 2018년 질량단위 신정의가 이루어질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가질량원기.

    ◇재미있는 질량 이야기

    질량의 정의가 확정되기 까지 역사

    질량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아마 길이·온도 등과 비교했을 때 생활 속에 가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단위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시장에서 야채나 고기, 쌀을 구매할 때도 질량은 중요한 기준이 되며 인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체중조절에서도 질량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사물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은 비단 현대에 들어와 중요해진 것은 아니다. 이미 고대 시대부터 질량이란 상거래와 세금납부 등에 있어 길이 못지않게 중요한 단위였던 것이다. 곡식이 생활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어, 동일한 질량의 단위를 확립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1 킬로그램 (kg)’이라는 단위의 기준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현재 사용되는 킬로그램의 정의는 백금과 이리듐을 9대 1의 비율로 합성한 지금(地金)이다.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 mm, 질량 1 kg의 이 금속 덩어리는 모든 국가의 질량표준의 기준이 되는 ‘국제킬로그램원기’로, 현재 프랑스 파리에 단 하나만 존재할 뿐이다.

    사실 질량의 단위는 역사적으로 나라와 지역마다 다르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각 국가 간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공통 단위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작은 지역부터 나라까지 차츰 단위가 통일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특히 국가 간 교류의 증가는 17세기부터 빈번해지기 시작, 각 나라에서는 더욱 효과적인 상거래를 위해 통일된 단위가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고, 미터법을 시작으로 단위의 통일은 점차 가속도를 낼 수 있었다.

    1795년에는 1m의 백분의 일을 각 변으로 하는 입방체에 채운 증류수의 질량을 1g으로 정의함으로써 킬로그램의 역사가 시작됐던 것이다. 1889년 제1차 도량형 총회에서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 물질인 지금(地金)을 국제원기로 인정했으며 이후 약 100년이 지난 1901년에는 제3차 국제도량형총회를 통해 국제원기가 질량의 단위로 최종 확정됐다.

    신(新)정의에 대한 준비

    초기 미터법도 킬로그램원기와 마찬가지로 백금 90 %와 이리듐 10 %

    의 합금으로 된 금속을 이용한 ‘미터원기’가 존재했으나, 1960년 이후부터 이는 참조표준기로 사용될 뿐 현재는 미터(m)에 대한 신(新)정의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이유는 세계 각 국에서 미터원기와 광파장을 비교 측정한 결과 미터원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미터원기가 금속인 만큼 산화될 수 있는 조건을 최소화해 보관한다 할지라도 미세하게 발생하는 부식은 막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터원기와 같은 재질의 킬로그램원기에 대한 정의 역시 새롭게 내려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국제도량형국(BIPM)으로부터 제작돼 프랑스 파리에 보관되고 있는 질량단위 원기가 세월이 흐를수록 조금씩 질량이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과학자 사이에서 밝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국가에서는 질량원기를 대체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아보가드로 상수, 초전도 자기부상, 이온축적, 와트저울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며 질량 신(新)정의에 대한 연구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측정강국으로 불리는 선진국 위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도 각 국가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아보가드로상수와 와트저울이었다. 이 중에서도 와트저울 방식이 물리적으로 이해하기가 비교적 수월하여 효과적인 결과를 생산할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의 NIST와 영국의 NPL, 프랑스 LNE, 스위스 METAS 등 표준기관이 와트저울을 이용한 질량원기의 새로운 정립에 대한 연구를 약 40년 전부터 진행 중에 있다.

    와트저울은 기계적 에너지와 전기적 에너지를 비교하여 플랑크 상수

    (Planck constant)와 질량을 연관 짓는 방식의 원리를 갖는다. 이는 1976년 영국 NPL(영국의 표준기관)의 키블(Kibble) 박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이후 미국과 스위스,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IPM)에서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앞으로의 질량 신 정의를 세우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KRISS 기반표준본부에 의해 지난 2012년 4월부터 질량 신 정의에 대한 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와트저울을 이용한 신(新) 질량원기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질량원기를 대신해 물리법칙에 기반을 두고 1 kg을 정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에 국내 역시 해당 연구를 본격적으로 실시, 현재 설계 단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장비를 개발하는 단계에 돌입한 상황이다.

    국내 원기의 역사

    이처럼 인공물의 질량원기부터 신(新)정의까지, 질량 측정을 위한 각국의 노력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원기의 역사는 매우 눈길을 끈다. 일제 강점기라는 타 국가와 다른 역사성을 갖고 있는 만큼, 국내 질량원기 역시 이러한 역사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질량원기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원기’와 BIPM에서 제작해 각 나라에 판매한 ‘국가원기’가 존재한다. BIPM에서는 판매한 원기의 정보를 알기 위해 각 국가원기마다 고유번호를 붙인다.

    국제원기는 세상에서 단 하나만이 존재하고 있지만, 국가원기는 각 국가마다 여러 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BIPM에서 구매한 국가원기가 존재한다. 대한제국 당시 우리나라는 서구문물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3만 냥이라는 거금을 들여 일본에 원기 구입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1894년 구입한 질량원기는 39번으로 이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1937년 물자동원령을 선포하며 대한제국의 백금원기를 가져가고 모조품을 한국에 비치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일본의 전쟁 패배와 광복, 6·25전쟁 등 역사적인 수난을 거친 격동기에 39번 질량원기 역시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미군정 시 일본이 가져간 길이 및 질량의 두 원기가 발견되면서 가까스로 일본으로부터 원기를 받아내 한국은행 지하창고에 들어갔지만 전쟁 발발 후 피난을 하면서 한국은행직원들이 길이원기만 챙기고 질량원기는 버려둔 채 후퇴대열을 따라갔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1982년 9월 2일 기사 참조)

    이후 39번 질량원기는 수복 후 한국은행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고 이후 이것을 국가원기로 사용을 하다가 원기의 안정성 문제가 염려되어 72번과 84번 원기를 추가로 들여와 현재는 72번을 국가원기로 사용하고 있다. 39번과 84번은 보조원기로 활용되고 있다.

    질량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양한 역사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계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질량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스쳐갔던 단위의 의미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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