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덴마크의 속살을 보고
[시민기자의 눈] 덴마크의 속살을 보고
  • 홍경석 수필가
  • 승인 2015.04.28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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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그제 서점에 갔다. 그리곤 주저 없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저 /오마이북 간)를 구입한 건, 부패인식지수에 있어서도 세계 1위 국가라는 덴마크의(그래서 참 부러운!) 국민들 삶의 질과 현주소까지를 천착하기 위한 눈을 기르기 위함에서였다.

318페이지나 되는 이 책은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하여 그제 야근하면서 거뜬하게 독파(讀破)할 수 있었다. 설혹 직장에서 해고됐어도 정부에서 2년간이나 실업보조금을 주면서 직업훈련까지 시켜주는 나라, 동네마다 주치의가 있어 언제라도 아프면 쪼르르 달려가 만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의 정착, 일하고 퇴근할 적엔 가족들도 먹이라고 도시락까지 싸주는 회사의 말도 안 되는(우리가 보기엔) 경영 마인드 시스템......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통하여 본 덴마크의 속살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게 바로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공항에서 벌어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었다.

여기서 평소 마치 황제처럼, 또한 손에 물 한 모금 안 묻히는 금지옥엽 공주처럼 살았던, 그래서 시나브로 그런 '더티한 문화'에 젖다보니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더욱이 나처럼 없이 사는 서민은 그야말로 발에 낀 때 만큼이나 허투루 보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어떤 시대적 흐름이랄 수 있는 을(乙=대한항공 사무장)의 반격에 밀려 쇠고랑까지 차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 사건이 다른 사건처럼 집행유예로 일종의 선처를 받지 못하고 실형으로 낙착된 건,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비등(沸騰)의 정점에서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때문의 소위 국민정서법(헌법보다 상위에 포진한)을 의식한 법원의 당연한 조치라고 보았다.

하여간 그랬는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다시금 뉴스포커스에 들어선 건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그녀의 개인 취향에 맞추기 위한 이른바 ‘로열패밀리 특별 교육’까지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대서 다시금 논란이 되는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 김 모 씨는 최근 미국 법원에 제출한 추가 고소장에서 이런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반감은 또 다시 팔팔 끓고 있는데...... 이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충격적이다.

승무원 김 모 씨의 주장처럼 그녀의 탑승 직전 직원들에게 이뤄진 교육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제공할 수프의 최적 온도는 물론이요, 탑승 시 환영 음악의 볼륨 크기 준수, 그리고 조 전 부사장에게 말을 걸 때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 등까지 교육받았다는 건 누가 봐도 황제와 그 가족들만을 위한 최상의, 또한 특화된 과잉서비스란 셈법이 고스란히 도출되는 셈이다.

그럼 그제 읽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부러운 국가’ 덴마크에서 만일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모르면 몰라도 극심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여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구금이란 결론에 봉착하였을 것이란 예감이다.

성적도 (우수)상도, 출신학교조차 따지지 않는, 그래서 열쇠수리공 아들을 자랑할 수 있는 문화에 젖어 사는 덴마크인과 달리 우리는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의 공부에 매몰된다. 의료비에 이어 대학까지 가서 공부하는 것조차 무료인 덴마크는 이 나라 국민들이 월급의 절반이 넘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가능한 복지였다.

반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우리나라 헌법 31조 1항에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돈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인 게 바로 대한민국의 엄연한 현실이다.

설상가상 황제와 공주 마인드에 젖어 사는 일부 재벌과 그 가족들은 개인교육이든 뭐든 간에 파편적 지식과 정보들을 일정한 기준 없이 종횡무진으로 입력한 탓에 속칭 ‘조현아의 안하무인’과 같은 말도 안 되는 폭거(暴擧)로까지 귀착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행복지수 1위 국가 덴마크를 벤치마킹하여 따라잡자는 운동이 벌어졌던 걸 기억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덴마크가 오늘날 세계인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청정(淸淨)에 있어서도 1위 국가를 지킬 수 있었던 건 150년 전부터 뿌린 씨앗과 실천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자신을 먹이고 입히며 성장까지 시켜준 자사 직원들을 그러나 흡사 하인 취급하는 마인드로 대하는 재벌과 그 가족들이 여전히 존속하는 나라, 그럼에도 그 어떤 징벌조차 미루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예컨대 ‘대한항공’이 대한민국의 국격마저 실추시켰으니 응당 상호를 바꿔야 한다는 이유 있는 국민의 아우성조차 정부는 오불관언한다는 주장이다. 여하튼 황제와 서민의 삶은 천양지차다. 하지만 문제는 치환의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남들 다 쉬는 오늘도 나는 근무를 나간다. 그렇지만 내겐 또 황제 그 이상의 포근함을 안겨줄 책이 손안에 있다. 고로 나는 황제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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