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80] 사랑이 깃든 나무Ⅰ, 연모(戀慕)와 모성의 상징, 은행나무...공주시 계룡면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80] 사랑이 깃든 나무Ⅰ, 연모(戀慕)와 모성의 상징, 은행나무...공주시 계룡면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7.22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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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중국이 원산지였던 은행나무가 유럽으로 전파된 것은 1730년경, 독일의 위트레흐트(Ut-recht)와 라이넨(Leiden) 식물원에 식재되면서부터다.

은행나무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이 나무는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바로 괴테의 시를 엮은 ‘서동시집(West-östlicher Divan)’이 출간되면서 시집 속의 연가를 많은 이들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동방에서 건너와 내 정원에 뿌리내린

이 나뭇잎엔

비밀스런 의미가 담겨 있어

그 뜻을 아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오.

둘로 나누어진 이 잎은

본래 한 몸인가?

아니면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를

우리가 하나로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에 답을 찾다

비로소 참 뜻을 알게 되었으니

그대 내 노래에서 느끼지 않는가

내가 하나이며 또 둘인 것을

- 괴테 은행나무(Gingko biloba) 서동시집 중에서

당시 환갑의 나이였던 괴테(1749~1832)는 35살 연하의 마리안네(1760~1838)를 사랑했다.

시적 재능이 뛰어났다고 알려진 그녀도 괴테와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괴테의 시를 좋아했다.

특히 하이델베르크에서 함께 생활했던 둘은 은밀한 여행에서 만난 은행나무를 좋아했다.

은행나무가 암수딴그루라는 것도 신기했고, 부채꼴 모양의 은행나무 잎이 가운데 절개선에 따라 하나의 잎이 되거나 두 개의 잎으로 보이는 괴테에게 은행나무는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로 생각했었다고 훗날 마리안네는 고백했다.

두 연인에게 은행잎은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영혼인 셈이다.

괴테의 은행나무가 열정적인 사랑이라면, 공주시 계룡면 화은리의 은행나무는 모성애를 상징한다.

화은리 은행나무는 50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냈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한 수세를 보여준다.

반 천년 정도라면 은행나무 특유의 유주(乳柱)가 나올 법도 한데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유주는 은행나무 노거수가 나이를 먹을수록 동굴의 종유석처럼 땅에 닿을 정도로 아래로 길게 자라는 ‘치치조직(Tschitschi Bildungen, 유주)’이 생겨나 여성의 젖가슴과 흡사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도 유주가 발달한 은행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고, 젖이 나오지 않는 산모가 유주가 발달한 은행나무에 정성을 들이면 젖이 잘 나온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은행나무는 모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동안 은행나무는 ‘서원의 나무’ 이미지가 강했다.

미래의 동량을 키우는 장소에는 으레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고, 공자가 제자를 가르쳤던 행단(杏壇)이 바로 은행나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나무의 또 다른 이미지도 괜찮을 듯싶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음양 원리를 상징하는 일말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남녀가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터를 잡고 가족을 일구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게 됐다.

공주시 화은리 은행나무를 찾을 때마다 마을은 조용했다.

기세등등한 은행나무 그늘에서 사람 만나는 일이 낯설 만큼 농촌은 조용했다.

그래서 은행나무 아래서 동량을 키우기 전에 사랑이야기가 더 절실한 시대이다.

공주시 계룡면 화은리 14-2 은행나무 1본 510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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