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역발상’으로 거둔 성과 ‘하향식 증발증착기술’
[사이언스 리뷰] ‘역발상’으로 거둔 성과 ‘하향식 증발증착기술’
되돌아본 출연연 성과 ⑤ 대형 OLED 생산 위한 증발증착기술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5.04.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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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ISS 나노측정센터 이주인 박사가 직선형 하향식증발증착장치를 이용하여 유기물질이 분사된 기판을 확인하고 있다.

[굿모닝충청 최재근 기자] 안경이나 스마트폰 액정, 태양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은 품질향상을 위해 코팅을 해서 사용한다. 그동안 이들 물질을 코팅하는 방식은 상향식이었다. 즉, 코팅을 하고자 하는 기판을 위에다 놓고 아래에서 소스물질을 가열하면 소스가 녹으면서 증발해 기판에 붙으면서 코팅이 되는 방식이다. 이를 과학계에서는 증발증착기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점점 코팅을 해야 하는 기판이 커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TV 디스플레이로 사용되는 OLED. 가로, 세로 길이가 270mmx350mm하던 1세대 디스플레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 8세대 디스플레이는 2.2mx2.5m나 될 정도로 커지다보니 상향식 코팅 시 기판이 휘어지는 단점이 노출된 것이다. 기판이 큰 상태에서 상향식으로 코팅을 하려면 기판 지지대를 네 귀퉁이에만 설치할 수밖에 없어 나타난 현상이다.

상향식 증발증착기술을 ‘하향식’으로 전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측정센터 이주인(54) 박사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부분. 작은 기판은 상관이 없지만 대형 기판일 경우 휘어지는 것을 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던 것이다.

이 박사는 이 때 역발상으로 ‘하향식’을 생각했고, 곧바로 하향식으로 코팅을 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기판을 아래에 놓고 위에서 소스물질을 분사해 코팅을 하는 방식이다. 이 박사는 이 경우 기존 상향식에서 발생하는 기판의 휨 현상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때가 2010년. 당시 디스플레이도 대형화하는 추세여서 새로운 증발증착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연구였던 탓에 도움 받을 곳이 없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아이디어에 의해 개발해야 했던 만큼 처음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박사는 연구를 실행했다.

그런데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하향식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위에서 소스물질을 분사해 코팅을 하려다 보니 오염물질이 기판위에 떨어지는 단점이 나타났던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박사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3년여의 연구를 거쳐 2013년 8월 무결점 증발증착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휨도 극복하고 오염물질도 떨어지지 않는 증발증착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박사는 “아무래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것이다 보니 특별히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는 것이 어려웠다”라며 “그러다보니 ‘이것을 어떻게 할 까’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시도하려 할 때면 실패에 대한 우려도 컸다”고 기술 개발 당시를 회상했다.

   
   
▲ 직선형 하향식증발증착기술(상) 과 기존 점형 하향식증발증착기술(하) 비교

최초 개발 ‘점형’방식 상용화 한계… 결국 ‘직선형’으로 극복
새로운 기술이었던 만큼 당시 많은 산업체로부터 기술이전 문의가 있었다. 하지만 증발원의 형태 문제로 실용화하는데 한계가 나타났다.

당시 이 박사는 점 형태 증발원으로 구성된 기술을 공개했다. 그런데 OLED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산업체 공정라인은 모두 상향식 직선형으로 구성돼 해당 원천기술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웠다.

결국 이 박사는 또 다시 2년여의 연구를 통해 지난 3월 11일 증발원 형태를 점형에서 직선형으로 발전시킨 하향식 증발증착기술을 내놓았다. 이 기술은 산업체가 적용하고 있는 직선형으로 구성돼 실용화하기 쉬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가열방식을 고주파유도가열을 적용, 기존 열선가열에서 발생하는 노즐막힘 현상과 기판 오염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물론 발전된 광기술을 응용해 증기의 분사각도를 조정함으로써 UHD와 같은 고해상도 OLED 제작을 가능하게 했고, 재료사용 효율도 80% 이상으로 높였다.

재료효율 높아 생산단가 낮출 수 있는 것이 장점
현재 이 박사는 하향식 증발증착 기술의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몇몇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빠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일단 OLED는 물론 태양전지, 특수 코팅 등 기판이 큰 곳에 활용될 수 있다. OLED TV분야의 시장규모는 2020년 약 10조원에 달하고, 2023년 OLED 조명시장은 약 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여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개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박사는 “기존에는 대부분 상향식으로 가열방식이나 두드리는 스퍼터링 방식을 많이 쓰는데 기판이 커지고 소스원이 커지면 비용 많이 든다”라며 “하지만 하향식이 생산라인에 안정되게 개발된다면 생산 공정 단가가 내려가게 돼 OLED TV 가격 등을 낮출 수 있다. 또 이번 기술은 전체 기판도 다 할 수 있지만 필요한 곳만 정해 코팅을 할 수도 있어 활용도가 더욱 넓다”고 말했다.

신진과학자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박사는 “선진기술을 따라가는 연구도 중요하겠지만 남이 하지 않은 연구에 꼭 도전했으면 좋겠다”라며 “앞에 놓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성취도가 클 것이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좌절감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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