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초교 입학 연령 하향 '입 모아 반대'… "누구를 위한 정책?"
교육계, 초교 입학 연령 하향 '입 모아 반대'… "누구를 위한 정책?"
교육부, 지난 29일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학제개편안’ 발표
“입학 연령 낮춘다고 산업 인력 양성되나… 전형적 탁상행정” 비판
‘유아 사교육’‧‘초등 돌봄 공백’ 심화 우려도
교사노조연맹 “유아 발달과정 무시, 의견 수렴 절차 생략한 결과”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2.08.0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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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앞당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학제개편안이 알려지면서, 학부모와 교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회적 논의도 없이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정부의 행보가 불러일으킬 돌봄 공백‧유아 사교육 심화 등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을 2025년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졸업 연령 역시 1년 앞당김으로써, 생산 가능 인구를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이 같은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뎌진 유아 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이후 초래될 초등 돌봄‧유아 사교육 심화 등의 문제 역시 외면한 정부의 불통 행정에 대한 불만이다.

유치원생 자녀가 있는 대전의 한 학부모는 “만 5세면 우리 아이도 올해 입학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된다. 자녀가 있다면 공감하겠지만, 만 5세는 40분의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역량이 없다”며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의 권리를 국가가 나서서 빼앗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학습량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등생 자녀가 있는 지인을 보면, 지금도 돌봄 교실에 들어가지 못해 애를 먹을 때가 있더라. 그런데 돌봄 공백 해소 방안을 내놓지도 않고, 입학 연령을 줄이겠다는 통보만 하면 다인가?”라며 “육아휴직도 말이 좋지,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을 앞당기겠다는 건, 나라가 앞장서 경력단절 여성을 늘리겠다는 뜻으로밖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낮아지면, 그에 따른 유아 사교육 문제 또한 심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역의 또 다른 학부모는 “벌써부터 유치원 단체 채팅방에선 학원을 보내야 하는 거냐 마는 거냐는 소리가 나온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왜 교육이 점점 퇴보하는지 모르겠다. 나라 산업 인력 확보를 위해, 국가가 겨우 7살짜리 애들을 학원 뺑뺑이 돌리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입학과 졸업이 빨라진다고 산업 인력이 빠르게 확보될 거라는 논리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참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지역 교사들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아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적 논리만 내세운 정책이라는 것.

대전에서 근무하는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해가 갈수록 1학년으로 입학하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부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글도 채 못 떼고 입학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현시대를 반영한 아동 발달 단계 및 교육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입학 연령을 낮춘다는 건, 교육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학부모가 원하는 경우 만 5세 아이들도 조기 입학이 가능함에도, 사회적으로 조기 입학이 드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교사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용서, 이하 교사노조) 역시 1일 성명을 통해 거센 반발의 뜻을 표명했다.

교사노조는 “현재 유아교육은 아동 발달 단계를 고려해 만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이어지는 초등교육과는 교육과정 및 내용에서 연계성이 있으나,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유아교육에서는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입학 연령을 하향하겠다는 것은 유아와 초등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교육 무지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교육부가 중요한 교육정책을 추진할 때, 교육전문가인 현장 교원의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해 발생한 문제”라고 짚었다.

끝으로 이들은 “교육부는 앞으로 대국민 토론회와 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으나, 개편안 발표 전부터 교육계 내부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았다. 이런 점을 볼 때 정부는 교육 현장을 실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이라며 “교사노조는 교육 당국이 아동 행복과 성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정책을 고민할 것을 당부하며, 현재 검토 중인 만 5세 취학 연령 하향 정책은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이하 전교조) 또한 이날 성명을 통해 ‘만 5세 초등 입학 철회’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초등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길 경우 그만큼 교원 증원이 필요하고 학교 시설도 늘려야 하지만, 교육부는 그에 대한 복안도 내놓지 않은 채 졸속으로 정책을 집행하려 한다”며“현재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시기를 포함한 학제 개편 문제를 ‘교육의 눈’이 아닌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 ‘산업인력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졸속 학제 개편으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교육철학의 부재를 입증한다”고 질책했다.

이어 “충분한 공론화 및 체계적인 준비 없이 학제개편안을 밀어붙일 경우 ▲초등 1학년 하교 시각 이후 돌봄 공백 ▲유아 학교생활 부적응 및 경쟁교육 심화 ▲사교육 폭증 등 2025년부터 4년간 해당 시기 입학 아동 및 학부모가 받게 될 불이익과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춤을 추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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