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뜬금없는 학제 개편
[청년광장] 뜬금없는 학제 개편
교육은 백년대계다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8.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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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도대체 이 정부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국가 정책이 무슨 어린이들 소꿉놀이도 아니고 다짜고짜 툭툭 던지고 보는 이유를 모르겠다. 지난달 31일 교육부는 갑자기 학제 개편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제를 1년 앞당겨서 만 5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개편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단 이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런 계획 없이 갑자기 툭 던지듯이 나왔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국가 정책이라면 국민들의 여론을 조사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리다. 그리고 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세부 계획도 매우 세밀하게 구상해야 한다. 그런 다음 모형을 구상해 실험을 해보고 그 다음에 비로소 반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이런 민주주의의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게 단 하나도 없다. 전제군주국 시절도 아니고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일단 툭툭 던지고 본다. 졸속 행정이란 말조차도 아까울 정도다. 반응이 안 좋아서 접기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없이 일단 고집을 부리며 밀고 나가기 바쁘다. 경찰국 설치 문제가 대표적인 예시 아닌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유명 맘카페에서는 대통령이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교육 문제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분노하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 누구보다 민감한 사람들이니 이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 그 외에도 유치원 원장들 사이에서도 이 학제 개편안에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초등학교 교사들까지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자는 이 학제 개편안을 정말 시행한다면 학교폭력 문제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만약 이 학제 개편안을 시행할 경우 정책이 정착되기까지 한동안은 같은 반에 7살인 아이와 8살인 아이가 같이 생활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성장기이기에 한 살 한 살이 다르다. 7살인 아이와 8살인 아이는 키 차이만 해도 최대 10cm 정도 난다. 그럼 힘 센 8살 아이가 연약한 7살 아이를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지금도 문제가 되는 학교폭력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안 그래도 연이어 터지는 학교폭력 문제로 인해 학부모들의 마음이 불안한데 정책이 정착될 동안 벌어질 학교폭력 사건 속 피해자들의 마음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왜 이 점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인가? 정책 정착을 위해서 그냥 참고 희생하라는 것인가? 그건 너무도 전근대적 발상이라 해야겠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인원 문제다. 예를 들어 이 학제 개편안을 2023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할 경우 2023년 3월 초등학교 1학년은 2016년생과 2017년생이 같이 입학하게 된다. 그럼 그 학년만 인원이 2배수가 되어버린다. 그럼 이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교실 숫자도 더 늘려야 한다. 학교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한 학년의 인원이 너무 많으면 그 다음 해에 진학할 학생들을 받아줄 공간이 부족해진다.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 사교육 문제가 더 심화될 우려가 크다. 안 그래도 지금 영어조기교육 등 각종 사교육 시장이 오래 전부터 문제를 일으켰던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진학 연령을 앞당겨버리면 그만큼 아이들이 더 이른 나이에 사교육 시장에 노출되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부분 30대 중후반 정도고 이들은 아직 사회에 기반이 그리 탄탄하다고 볼 수 없는 나이대다.

겨우 자기 집 장만했고 이제 좀 사회에 정착했다고 할 만한 나이로 자기 자산이 그리 충분하지가 못하다. 그런 사람들이 자녀 교육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건 돈 있는 상류층 사람들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돈 있는 강남 학부모들과 학원 원장들을 위해서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닌가 강력하게 의심된다. 그 외에도 이 학제 개편안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은 한 둘이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교육부 장관에 대한 논란들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던져본 것인가? 정책은 소꿉놀이가 아니다. 왜 아무 거나 툭툭 던지고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제 1의 공복인 대통령이지 “내 말이 곧 법이다.”는 식으로 행동했던 전제군주국 국왕이 아니다. 하물며 전제군주국 국왕조차도 신하들과 협의를 통해 정책을 발표했지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았다.

이러한 졸속 정책을 남발하니 당연히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1일에 KSOI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는 긍정평가 28.9%, 부정평가 68.5%로 거의 40% 가까이 차이 났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매우 못한다’가 59.5%였고 ‘못하는 편이다.’가 9%에 그쳤다. 보통 사람들 심리가 중도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전혀’ 등 강도가 높은 표현에는 응답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나마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선 긍정평가 33.1%, 부정평가 64.5%로 오차범위 내에서 보합하는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화요일에 38.3%로 일시적으로 보수세가 결집하면서 하락세를 상쇄시킨 덕분이었다. 일간 그래프를 보면 권성동과 텔레그램 문자를 주고받은 이후로는 계속 뚝뚝 떨어져서 금요일엔 긍정평가가 고작 28.7%로 거의 10% 가까이 하락했다. 즉, 화요일에 일시적으로 튀었던 결과 덕에 그나마 30%대라도 지킨 것일 뿐인 셈이다.

한국갤럽에서 28%, KSOI에서 28.9% 지지율이 나와 취임 80여 일만에 이미 20%대로 추락해 사실상 레임덕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사람은 위기에 몰리면 판단력이 흐려지는데 잇단 무리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소한 기본은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대한민국은 나의 조국이고 나의 조국이 혼란의 격랑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어 보인다. 속담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건만 그는 계속해서 급한 마음에 헛발질을 남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졸속으로 내놓은 학제 개편안은 마땅히 철회해야 할 것이다. 정 학제를 개편해야겠다면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한 이후에 다시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짜도록 하라. 자고로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이렇게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툭툭 던질 사안이 아니란 뜻이다. 학생들은 당신들이 아무렇게나 막 던지는 정책을 실험하는데 쓰는 실험용 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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