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박사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동구 박사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인터뷰-명사와 함께하는 진로탐색 l 한국화학연구원 기획경영실장 이동구 박사
    • 이세근 기자
    • 승인 2015.04.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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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이세근 기자] 한국화학연구원 이동구 박사는 1970~80년대에 화학공학을 전공한 과학자(공학박사)이면서도 청소년 교육과 인성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제3기 교육부 학교정책 모니터단 회장과 어은중학교 아버지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도 열린교육학부모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산자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그리고 자녀교육 우수사례 교육감상 등 다채로운 수상 경력이 있으며 공학(이과)과 교육학(문과)을 넘나들며 융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국내에서 유일한 화학 관련 전문 국가연구기관으로서,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76년에 설립되어 박사급 인력 250여명을 포함해 800여명의 연구원이 불철주야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화학은 세상과 우주와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분야입니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듯이 우리 소지품의 70%는 화학제품입니다. 눈을 감고 우리가 편히 사는 집, 혹은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서 화학으로 만든 제품을 빼면 무엇이 남을 지 상상해 보십시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삶의 질 향상 요구에 가장 큰 기여를 할 분야도,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할 분야도, 미래 친환경 에너지를 제공할 분야도 역시 화학입니다. 화학(연)은 입는 옷, 아프면 먹는 약,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농약과 비료 등 우리 생활 의식주 전 분야는 물론, 미래 신산업의 첨단신소재를 제공하는 모든 분야에 걸쳐 연구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화학 분야에서 국가대표 연구소입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
    여러분이 잘 아는 화학(연)의 대표 성과로는 어머니들이 세탁할 때 쓰는 옥시크린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에 개발한 제품이 지금도 시판되니 대단하죠. 최근에는 항암제 같은 신약, 친환경 제초제나 농약, 화장품이나 페인트, 윤활유와 같은 정밀화학제품, 나노기술로 만든 강철 같은 플라스틱, 석유화학공장에 사용하는 촉매 등 엄청 종류가 많습니다.

    제가 개발한 대표 성과물은 ‘마법의 파마약’이 있습니다. 여자분들은 예쁘게 보이려면 파마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 파마기술은 100년 전인 1906년 영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었어요. 1제(환원제)를 사용하여 머리카락에 웨이브를 넣고 롯트로 고정한 후 열처리하고 다시 2제(중화제)로 감아 예쁜 모양을 만드는 거죠. 그런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복잡하고 냄새나고 등등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하는 겁니다.

    “아니, 왜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반응시간을 빠르게 하는 촉매, 작게 만드는 나노입자, 먹을 수도 있는 물질 등을 잘 조합하면 되지 않을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한 지 1년 만에 하나의 파마약으로 열처리와 같은 물리적 처리를 하지 말고 맨손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친환경 파마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국제특허를 획득하고 10대 나노기술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결과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하답니다.

    화학공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전공 얘기를 하려면 먼저 고등학교 1학년 때 문과와 이과 중에서 선택할 때가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판사/변호사여서 그런지 적성검사에서 문과 기질이 꽤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아버지를 관찰해보니 법조인이 그다지 좋은 직업으로 보이질 않더라고요. 또 제가 대학에 진학할 당시에는 서해 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온 나라가 난리였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요.

    당시 우리나라는 가난에 허덕이며 중진국을 향해 애쓰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채택한 정책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래서 화학공학과는 성적도, 인기도 높았습니다. 아직 전자공학과가 두각을 나타내기 전이었습니다. 가장 유망한 학문으로 각광받았어요. “그래.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가기 위해선 화학(공학)이 반드시 필요하고 먼 훗날도 꼭 중요한 분야가 될 거야” 이렇게 확고한 애국심(?)으로 화학공학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석박사 과정에서는 화학공학 중에서 세부 테마를 정해야 합니다. 이때는 사람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해 아파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려는 신념으로 환경공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돌이켜 보면 당장 눈 앞의 돈보다는 10년, 20년 후 미래를 내다보려고 한 거 같아요.

    박사님은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수줍음과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었습니다. 얼굴이 까매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도 공부도 적당히 하면서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특히 공으로 하는 운동은 다 학교 대표선수로 뽑힐 정도였습니다. 야구와 농구는 선수생활도 조금 하였습니다. 과외를 몰래 빼먹고 야구시합에 나가 어머니에게 된통 혼난 기억이 새롭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어머니가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꿔야 된다고 말씀하셨고 “어떻게 하면 될까” 고민했습니다. 중 1때 뭣 모르고 학급 반장 선거에 나가게 되었는데 덜컥 되고 말았어요. 학급회의를 주관하고 선생님을 도와드리며 심부름을 열심히 하다보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2학년에도 나갔는데 또 되었어요. 그리고 3학년에도. 이렇게 반장 역할을 재미있게 하다보니 성격도 조금 바뀌고 우리 학급이 좋은 성적을 받으니 성취감도 느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1차 시험에서 낙방하고 큰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다 경기, 서울, 경복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많이 창피했습니다. 2차 시험에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중동고등학교를 택했습니다. 큰형님이 다니던 영향도 있었습니다. 입학초에는 좌절감에 의미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목표를 결정한 후에는 열심히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보람있었던 일은?
    고1 여름방학 때 “내가 뭐 하고 있나?” 문득 정신이 나더라고요. 2학기가 되면서 다시 반장 선거에 나갔습니다. 1학기 반장 친구를 제치고 새반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내 반을 위하여 그리고 나의 학교를 위하여 앞장서서 솔선수범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내가 다니는 중동이 보통 학교가 아니란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친구들이 모두다 약간의 아픔을 지닌 대단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힘을 모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놀 때는 열심히 놀면서 우정을 있는 대로 쌓아갔습니다. 2학년도 반장으로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3학년이 되었습니다. 2학년까진 노는데 치중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갑자기 공부하려고 바뀐 겁니다. 어떤 애는 머리를 빡빡 밀고 아침마다 책상에 코피를 쏟으며 죽기 살기로 공부하였습니다. 어떤 친구는 서울치대 들어간 애 옆자리에 억지로 앉아 멘토링을 청했습니다. 감동 먹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담임선생님에게 청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반은 한 시간 먼저 나와 자율학습을 하겠습니다. 제가 교탁에 앉아 책임지고 이끌어 보겠습니다” 승낙을 받고 반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몇몇 애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일진 짱의 든든한 후원 아래 큰 돼지저금통을 교탁 위에 놓고 시작하게 됩니다. 지각하면 100원, 빠지면 500원 벌금을 받았습니다.

    선생님들은 “너희가 얼마나 그러겠느냐?“ 이런 눈치였지만 예비고사 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예비고사가 끝났습니다. 성적이 좋지 못한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교무실 캐비넷에 있던 돼지저금통을 몰래 빼나와 40명의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고 동네 불량배와 싸움도 벌어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처음으로 담임에게 뺨을 맞았습니다. 속으론 억울했지만 참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반은 어찌 되었을까요? 서울대 4명, 의대 4명 등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그 친구들과 지금도 만나고 있습니다. 매년 80세 되신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반창회를 엽니다. 20여명의 친구들이 모입니다. 대기업 사장도, 교수, 의사, 박사, 백수 등 너나할 것 없이 선생님께 큰절 올리면서 옛 추억을 되새깁니다. 이 날이 최고로 신나는 날입니다. 밤이 깊도록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공계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당부와 격려의 말씀을…
    청소년 여러분!
    첫째, 건강(健康)한 사람이 되세요. 건(健)은 ‘굳셀 건, 병 없을 건’으로 육체를 말하며 강(康)은 ‘편안할 강, 즐거울 강, 풍년들 강’을 뜻합니다. 즉 건강은 육체의 ‘건’, 마음의 ‘강’이 함께 갖추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둘째, 문무(文武)를 고르게 갖추세요. 이공계를 지망한다고 국어나 사회 과목을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창의력,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꾸준한 글쓰기와 책읽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셋째,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6가지 덕목을 갖추라고 권합니다. 바로 ‘꿈, 끼, 꾀, 깡, 꼴, 끈’입니다. ‘꿈’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미래진로를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고, ‘끼’는 내가 정말 잘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일을 찾는 것입니다. ‘꾀’는 자기 스스로 공부하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를 갖는 것이고, ‘깡’은 체력과 끈기와 인내로 목표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꼴’과 ‘끈’이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인성과 공동체의식입니다. ‘꼴’은 어려서부터 봉사를 통하여 착한 마음과 생각으로 바른 인성을 만드는 것이고, ‘끈’은 타인과의 원만한 대인관계로서 학교에서는 친구와의 끈과 선생님과의 끈이 있습니다. 지금 사회문제는 ‘꼴과 끈’을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지 못해 생겨난 것입니다.

    진로선택으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당부의 말씀
    청소년이 주역으로 살아갈 세상은 10년 후 미래입니다. 미래에는 3가지 큰 방향이 있습니다. 글로벌, 융합, 그린(친환경)입니다. 국어를 잘하면 문과, 공부 잘해서 법대, 수학을 잘하면 이과, 공부 잘해서 의대. 이런 생각으론 결코 10년 후 미래의 꿈을 설계할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는 청소년입니다. 우리의 희망입니다. 지금 아이들이 많이 아파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꿈과 끼를 키우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펼치며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쌓아 가도록 돕고 싶습니다. 힘을 내세요.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지세요.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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