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제학교 전면 확대… “8시까지 학교에? 인권침해나 다름없어”
전일제학교 전면 확대… “8시까지 학교에? 인권침해나 다름없어”
9일, 교육부 ‘초등 전일제학교 전면 확대‧돌봄서비스 강화’ 발표
“초 1‧2 발달단계 무시한 정책, 시행 전 돌봄 인력 확충 등 선제 돼야”
‘가정돌봄 가능한 국가 차원 대책’ 요구도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2.08.10 17: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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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회사DB/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자료사진=회사DB/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만 5세 조기 취학 정책으로 한 차례 진통을 겪었던 교육당국이 초등 돌봄교실을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전일제학교’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돌봄 대상인 초등 1‧2학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며, 가정돌봄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는 퇴행적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 추진계획 보고를 통해 방과 후 학교 및 돌봄교실을 늘리는 ‘초등 전일제학교’를 내년부터 운영하고, 2025년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의 경우 현행 오후 7시에서, 내년에는 오후 8시까지 늘리기로 했다. 돌봄교실의 질적 제고를 위해선 전담 인력의 교육과 연수를 강화하고, 행정 전담 인력을 따로 배치한다.

‘국가에서 책임지는 돌봄과 교육’을 표방하는 정부의 뜻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선 교육계에선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연령대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특수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대전의 한 교사는 “초등 1‧2학년 수업이 4‧5교시로 구성된 것은, 그 나이대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반영해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8시까지 돌봄교실을 확대한다고 해서, 정말 돌봄다운 돌봄이 실시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국가에서 책임지는 돌봄과 교육을 표방하는 자세는 좋지만, 보육의 시간만 늘린다고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시간이 아닌 돌봄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교사는 “현 정부는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단 한번 던져보자는 식으로 교육 정책을 발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정책 시행 후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학교에만 전가된다”며 “현재도 돌봄교실에 들어오지 못한 학부모 민원이 많은데, 만일 이번 정책 시행 후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돌봄 시간을 확대하기에 앞서, 현재 돌봄교실의 문제점 해소 방안 및 돌봄 인력 확충 등이 선제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역에서 돌봄 업무를 하고 있는 A씨는 “현재 보육교사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교사 1인이 보육해야 할 아이들의 수가 많아 잠깐의 휴식도 허락되지 않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 시간을 늘린다면, 학생도 교사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돌봄교실 시간을 확대하기 전 돌봄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조기 취학 정책’처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또 다른 문제가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학부모들 역시 해당 정책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8시까지 돌봄을 확대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가정돌봄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것.

대전에 사는 한 학부모는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 학부모들은 있겠지만, 단언컨대 저녁 8시까지 아이를 학교에 맡기고 싶은 부모는 없을 거다. 아이들 역시 힘들어할 것”이라며 “돌봄의 책임을 국가가 진다면서, 정작 8시까지 학교에 있는 애들의 입장은 배제된 것 같다. 어른들도 8시까지 야근을 하면 지치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가장 좋은 돌봄은 가정돌봄이다. 결국 국가가 나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현 정부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주 5일제 폐지 및 120시간 근무를 표방했다. 서민은 일하고 아이는 늦게까지 학교에나 있으라는 뜻인가? 제발 정부가 본질을 봤으면 한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대전의 한 교육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동의 여부를 물을 수 없는 조건에서,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학교에 머무르게 하는 건 인권침해나 다름없다”며 “또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과 돌봄’이라는 명목 아래, 결국 모든 책임을 학교가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이미 보지 않았나”라며 “유연근무제가 해당되지 않는 자영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직업이 존재하기에, 돌봄서비스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돌봄의 주체인 아이와 학교다. 정부는 이를 잊어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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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2022-08-11 09:33:12
지금 현재 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돌봄교실은 희망학생이 있을 경우 저녁7시까지 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업무는 오후5시경에 종료되며, 이 시간 이후로는 돌봄교실만 운영되고 있다. 돌봄교실을 저녁7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 학교에서는 안내하고 있으나 실제로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돌봄전담사의 눈치가 보여 저녁7시까지 돌봄을 이용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하여 돌봄관련 사업들을 통합관리함으로써 맞벌이 직장인들이 눈치보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진정한 돌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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